[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궁:장녹수전’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장녹수(조하늘 분)’가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궁:장녹수전’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장녹수(조하늘 분)’가 부채춤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정동극장 오후 4시 상설공연

외국인 관광객이 주타켓 관객

무용만으로 장녹수 삶 녹여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조선 10대 왕 연산군을 사로잡은 여인 장녹수를 요부(妖婦)에서 예술인으로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공연이 공개됐다.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정혜진 안무가와 오경택 연출, 경민선 작가, 손상원 극장장이 참석했다.

‘궁:장녹수전’은 미천한 노비 신분이었던 장녹수가 연산군의 숙부인 ‘제안대군’의 눈에 들어 기녀가 되고 이후 연산군의 마음을 사로잡아 궁에 들어간 후 숙용(淑容) 장씨가 되는 과정과 처참한 죽음을 맞이하기까지의 노정을 그린다.

공연은 한국의 전통놀이와 기방문화, 궁 문화를 장녹수라는 캐릭터를 통해 한 자리에 모았다는 특징이 있다. ‘답교놀이’ ‘정업이 놀이’ 등을 통해 서민 놀이 문화를 보여주고, ‘장고춤’ ‘한량춤’ ‘교방무’ 등으로 기방 문화를, ‘가인전목단’ ‘선유락’ 등으로 궁궐 놀이를 재현한다.

이번에 공개된 ‘궁:장녹수전’은 정동극장이 올해 처음 올리는 제작공연으로, 오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오후 4시에 상설공연으로 무대에 오른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손상원 정동극장장이 질의응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손상원 정동극장장이 질의응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정동극장은 현재 저녁 8시에 기획공연으로 판소리극 ‘적벽’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하루에 서로 다른 두 편의 공연을 준비하는 것은 공연장 스태프들에게는 힘들게 여겨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손상원 극장장은 “‘궁:장녹수전’ 공연이 끝나면 2시간 만에 세트를 철수하고 ‘적벽’무대로 바꿔야 한다. 극장의 모든 식구에게 힘든 일이기에 이번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결정을 하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전통문화의 대중화와 공공극장으로서의 역할 수행을 위해 여러 스태프와 오랜 시간 논의해서 결정했다. 참여해준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사업계획을 여러 차례 수정한 후에 공연을 올리게 됐는데 훌륭한 공연으로 올릴 수 있어 뿌듯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경민선 작가가 질의응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경민선 작가가 질의응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장녹수에 대해 조선의 악녀, 희대의 요부라고 평가했던 종전의 관점과 달리 예술인이라는 수식어를 달아준 이는 경민선 작가다. 경 작가는 “극의 기본적인 구도는 장녹수, 연산군, 제안대군 사이의 러브라인”이라며 “기예를 통해 제안대군과 맺어지고, 그 기예로 인해 연산군과 관계를 맺게 되는 장녹수를 표현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비였던 인물이 기생이 되고 후궁이 되기까지 자유를 향해 가려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며 “자신의 예술성을 가지고 자유를 향해 갔을 뿐인데 점점 권력에 빠지는 인물을 통해서 예술이 방향성을 잃으면 결국 어떻게 되는가를 질문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오경택 연출이 질의응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오경택 연출이 질의응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궁:장녹수전’은 무용만으로 모든 상황을 진행하는 무언극이다. 75분의 러닝타임 동안 대사 하나 없이 노비에서 기생이 되고, 후궁이 되는 장녹수의 삶과 그를 둘러싼 암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연출진은 고민이 많았다.

오경택 연출은 “장녹수의 삶에서 자강 극적인 부분만 극에서 표현한다”며 “대사가 없다 보니 상징을 사용해서 극을 진행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고백했다.

공연 시간이 오후 4시이다 보니 ‘궁:장녹수전’의 주타겟 관객층은 한국을 찾은 관광객과 낮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어르신들이다. 우리나라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의 경우 극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경택 연출은 “2주 전에 일본·중국·동남아·유럽권 외국인들 앞에서 의상, 소품 없이 리허설을 하고 설문조사를 했다”고 운을 뗐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궁:장녹수전’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배우들이 연산과 폐비 윤씨의 과거를 연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궁:장녹수전’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배우들이 연산과 폐비 윤씨의 과거를 연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오 연출은 “대부분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답했다”며 “그 중 한분은 ‘낮은 신분의 여성이 갑자기 권력가에게 발탁되는 내용은 전 세계에 보편적으로 존재하는 신데렐라 스토리라 어렵지 않다’고 의견을 줬는데, 그 답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또 “폐비 윤씨와 연산군의 이야기는 정말 우리나라 역사를 모르면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었다”며 “작은 인형을 추가해 다시 시연했는데, 그제야 이해가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정혜진 안무가가 질의응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열린 ‘궁:장녹수전’ 프레스콜 및 기자간담회에서 정혜진 안무가가 질의응답하고 있다.ⓒ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작품은 무용으로만 내용을 전달해야 하다 보니 안무가 정말 중요하다. 정혜진 안무가는 “무용 전공자로서 이 작품은 정말 제대로 만들고 싶었다”며 “전통무용은 하나의 춤을 추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기본 10분이고 긴 것은 30분까지 걸린다. 러닝타임이 정해져 있기에 하나의 춤을 2~3분 내외로 함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궁:장녹수전’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장녹수’ 역을 맡은 배우 조하늘이 권력 싸움하는 모습을 북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천지일보=지승연 기자] 4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궁:장녹수전’ 프레스콜이 열린 가운데 ‘장녹수’ 역을 맡은 배우 조하늘이 권력 싸움하는 모습을 북춤으로 표현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4

“가장 심혈을 기울인 안무는 연산의 신하들과 장녹수가 권력을 두고 싸우는 장면”이라고 밝힌 정 안무가는 “신하들의 떵떵거림을 북소리로 상징했다. 장녹수가 그 북을 치면서 신하들의 기를 누르는 것을 표현하려 했다”며 “움직이는 북 사이에서 장녹수가 삼고무·오고무·팔고무를 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장녹수와 신하가 서로 춤을 주고받으면 다이내믹하고 스펙터클한 장면이 만들어질 것 같아 이 부분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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