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부산항에 수출할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천지일보(뉴스천지)

美·中서 2년 연속 경쟁력 부진

4대 시장서 수출 증가했지만

수출 경쟁력은 감소나 제자리

디스플레이·휴대폰 하락 심화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이 최대 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수출시장 가운데 수출 경쟁력이 개선된 곳은 유럽연합(EU)이 유일했다.

5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우리 수출의 호조요인 분석-빅4 시장을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수출은 중국·미국·EU·일본 등 4대 시장에서 모두 증가했지만, 수출 경쟁력은 대부분 감소하거나 제자리를 맴돌았다.

경쟁력 변동이 발생하지 않는 한 시장 점유율은 불변이라는 가정 하에 불변시장점유율(CMS) 모형을 활용해 수출증가 요인을 분석한 결과, 대중·대미 수출 증가는 두 나라의 수입수요 확대에서 비롯됐을 뿐 우리 제품의 경쟁력은 오히려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

CMS 모형은 일정 기간의 수출변동을 ▲경쟁력 요인 ▲상품구성 요인 ▲수요 요인으로 분해하는 기법이다. 경쟁력 요인으로는 상대국 수입시장에서 우리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의 변화를 반영하고 상품구성 요인은 상대국의 수입구조 변화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수요 요인은 상대국 수입수요의 증감을 각각 반영한다.

특히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한국은 주요 수출국 중 유일하게 경쟁력 요인으로 인해 수출이 줄어들었다. 중국 시장에서 우리나라 수출은 11.7% 증가했지만, 제품 경쟁력은 오히려 수출이 4.0% 감소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수출은 1.8% 증가했지만, 경쟁력 요인만 보면 1.6%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과 독일은 중국에서 경쟁력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율이 각각 4.4%나 됐고 일본도 1.7%로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한국(-1.6%)만 후퇴했고 인도(5.0%)·중국(3.9%) 등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됐다.

보고서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신흥국뿐 아니라 일본·독일 등 선진국의 경쟁력도 개선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 감소는 글로벌 트렌드라기보다 우리 고유의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품목별로는 해외생산 확대, 경쟁 심화 등으로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의 수출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졌다. 자동차는 EU를 제외한 중국·미국·일본에서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이들 품목에서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대만‧중국 등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우리 기업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게 국제무역연구원의 분석이다.

그나마 EU시장에서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율이 12.6%를 기록했다. 유기화학품과 의료용품을 중심으로 화학공업제품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고,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로 자동차 시장 점유율이 상승했다.

일본 시장의 경우 반도체와 농수산물의 경쟁력이 개선된 반면 휴대폰과 자동차는 하락해 전체 수출 경쟁력에 큰 변화가 없었다.

국제무역연구원 김건우 연구원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경쟁력이 2년 연속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우리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주력 품목의 수출 경쟁력 회복과 동시에 신성장 품목의 수입시장 선점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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