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시련 앞에서 소중한 이 지키려 강해지는 진한 가족애 전해

시나리오 받은 이순재, 노개런티로 출연… 섬세한 연기 선봬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오랜만에 모두가 공감하는 가족에 대한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관객들의 가슴에 진한 울림을, 눈에서 폭풍 눈물을 흘리게 할 영화가 나왔다. 뻔하고 예상되는 소재지만 홍수가 난 듯 눈물이 계속 쏟아져 나온다. 시나리오 단계부터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서 ‘올해 가장 슬픈 이야기’라고 평을 받는 ‘덕구(감독 방수인)’에 관한 이야기다.

미운 7살 ‘덕구(정지훈 분)’는 ‘할아버지(이순재 분)’, 어린 여동생 ‘덕희(박지윤 분)’와 사는 시골 소년이다. 마을에선 ‘죽은 남편 목숨 값 갖고 도망친 외국인 며느리’로 추문에 올랐지만 덕구는 엄마가 그립기만 하다. 할아버지에게 모질게 내쫓기는 엄마의 모습이 마지막 기억이다. 덕구는 남들 다 있는 로봇 장난감도 사주지 않고, 자신에게 엄마를 빼앗은 할아버지가 마냥 야속하다.

아들을 먼저 떠나보내고 실의에 빠졌던 ‘덕구 할배(이순재 분)’는 믿었던 며느리의 배신에 당장 며느리를 쫓아내고 어린 손자들을 키운다. 일흔의 나이에도 마을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으며 생계 전선에 뛰어든 덕구 할배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해 아이들을 키우려 최선을 다한다. 어느 날 동네 의사로부터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듣게 된 덕구 할배는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손자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준비하기로 한다.

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덕구’는 끊으려 해도 끊을 수 없고, 선택하지 못하는 핏줄과 뿌리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품은 누구나 휘몰아치는 시련 앞에 무기력해지지만 소중한 이를 지키기 위해 무한대로 강해질 수 있는 진한 가족애를 전한다.

사실 이 영화는 시놉시스만 봐도 줄거리와 전개가 어느 정도 가닥이 보인다. 그렇다고 ‘지금이 울 타이밍이야’라며 울음을 강요하진 않는다. 덕구 할배와 덕구, 덕희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이입된다.

메가폰을 잡은 방수인 감독은 이준익 사단으로 ‘달마야, 서울 가자(2004)’ ‘왕의 남자(2005)’ ‘뷰티풀 선데이(2007)’ 등의 연출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방 감독은 가족의 의미가 희미해지고 개인의 가치가 우선시 되는 오늘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에서 누군가를 발견하고 위로받길 바라는 마음을 첫 장편 데뷔작에 담고자 했다. 그는 “높은 산과 같았던 사람이자 제일 만만했던 사람, 나와 제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서도 모든 것을 이해해주던 사람, 이제 막 떠오르는 해처럼 삶을 출발하는 나와 달리 석양처럼 삶을 마무리했던 그리운 사람이 있다. 영화는 그 그리움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방 감독은 전국의 산과 바다, 들을 떠돌며 8년 동안 사람들의 삶의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썼다. 오랜 기간 수차례의 각색을 거친 뒤 지금의 덕구와 덕구 할배를 만들어냈다. 영화는 격정적인 사건이 있거나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단편 드라마 프로그램 ‘베스트극장’을 큰 스크린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개인의 취향에 따른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는 다문화가정의 민낯을 평범하고 자연스럽게 그려낸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포용하며 공감대를 이루려고 한다.

기자의 나이보다 많은 62년의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이순재는 자신의 이름 없이 손주 이름인 덕구의 할배라고 불릴 정도로 손주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덕구 할배를 맡아 뜨거운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 자체가 이순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순재는 사랑하는 손자를 위해 애써 자신을 희생하는 섬세한 연기로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영화 ‘덕구’ 스틸. (제공: 메가박스㈜플러스엠)

 

처음부터 덕구 할배 역에 이순재를 내정했던 방 감독은 한정된 예산임에도 이순재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고, 이순재는 어떤 고민 없이 단숨에 노개런티로 영화 출연을 결정했다는 후문이다.

영화의 제목이 덕구인만큼 덕구 역을 맡은 아역 배우의 역할이 매우 컸다. 이를 위해 방수인 감독은 1000명에 달하는 아역배우와 오디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드라마 ‘또 오해영’ ‘도깨비’,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에 출연했던 정지훈이 덕구 역을 맡았다. 9살의 정지훈은 대배우 이순재에게 뒤지지 않는 연기력으로 섬세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미운 7살의 덕구 모습은 영화 ‘집으로’의 유승호를 떠올리게 한다.

스릴러와 공포 등 어두운 장르가 많은 삭막한 충무로에서 모처럼 따스한 웃음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덕구’는 오는 5일 개봉한다. 관람할 예정이라면 손수건이나 여분의 휴지를 반드시 챙겨가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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