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천 할머니라 불린 고(故)진아영씨. (제공: 제주 4.3 평화재단)
무명천 할머니라 불린 고(故)진아영씨. (제공: 제주4.3평화재단)

제주 4.3 피해자… 故진아영씨

한밤중 날라온 총알 맞고 턱 잃어

[천지일보=임혜지 기자] 약 70년전 제주섬에 큰 혼란을 몰고 왔던 ‘제주 4.3’은 약 6년 6개월 동안 셀 수 없는 희생자를 낳았다.

특히 이 중에서는 4.3으로 얻은 고통을 평생 온몸으로 증언하며 살았던 이가 있다. 바로 지난 2004년 타계한 고(故)진아영 할머니다. 사람들은 진씨를 ‘무명천 할머니’라 불렀다.

진씨는 4.3이 발생한 다음 해인 1949년 1월, 북제주군 한경면 판포리 자신의 집 앞에서 한밤중에 날라 온 총알 한 발을 턱에 맞고 쓰러졌다. 당시 진씨의 나이 35세였다.

이후 진씨는 극적으로 목숨을 건졌지만 턱을 잃고 말았다. 진씨는 없어진 턱을 감추기 위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턱에 하얀 무명천을 두르고 살았다. 턱이 없으니 제대로 된 언어로 사람들과 말을 할 수도 밥을 편히 먹을 수조차 없었다. 진통제와 링거를 맞지 않으면 잠들 수 없는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기도 했다. 누가 쏜 지도 모를 총알 한 발로 인해 진씨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 것이다.

진씨는 평생을 톳을 따다 팔며 생계를 유지했다. 4.3 이후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었음에도 진씨에 대한 정부의 어떠한 지원도 없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들어서야 진씨의 후유장애를 인정하고 850만원 남짓의 치료비를 지원했을 뿐이었다.

한 평생 물 한 모금 먹는 모습조차 남에게 보이지 않으며, 홀로 외롭고 모질게 살아오던 할머니는 2004년 향년 90세로 생을 마감했다.

한편 제주 시민단체들은 제주시 한림읍 월령리에 위치한 할머니의 집을 매입한 뒤 관리하고 있다. 방에는 평생 할머니의 턱을 감쌌던 무명천이 유리함에 보관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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