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전남 나주시 영산포 체육공원 둔치 일원에서 제13회 홍어축제가 열린 가운데 옛날 영산강 뱃길 따라 홍어를 들여오는 개막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제공: 나주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지난해 4월 전남 나주시 영산포 체육공원 둔치 일원에서 제13회 홍어축제가 열린 가운데 옛날 영산강 뱃길 따라 홍어를 들여오는 개막 퍼포먼스가 진행되고 있다. (제공: 나주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13~15일 홍어축제 열려

홍어 썰기·경매 등 다채
발효홍어, 영산포서 특화
“홍어요리 역사성 알릴 것”

[천지일보 나주=이진욱 기자] “예로부터 전라도 잔치상에는 홍어가 빠지는 법이 없다. 또 전라도 사람치고 홍어를 싫어하는 사람 없고 전라도 출신이 아니면 홍어 먹을 줄을 모른다.” 전라도 하면 홍어, 홍어하면 전라도라고 할 정도로 이 말은 전라도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이다.

전라도 정명(定名) 천년의 해이자 전라도 방문의 해인 2018년 4월, 전라도 명명(命名)의 중심에 있는 나주시 영산포에서 오는 13일 나주를 대표하는 토속음식축제인 ‘제14회 홍어축제’가 열린다.

영산포홍어축제는 ‘숙성 홍어의 메카’라는 상징성과 영산포의 홍어거리가 과거 홍어의 집산지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매년 개최되고 있으며 600년 전통 기법으로 탄생한 ‘코끝 톡 쏘는 알싸한 맛’으로 유명하다.

-홍어 그리고 나주 영산포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나주(羅州)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썩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 배에 복결(復結)병이 있는 사람은 썩은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더러운 것이 제거된다. 이 국은 또 주기(酒氣)를 없애주는 데 매우 효과가 있다”고 기록돼 있어 나주가 삭힌 홍어요리의 원산지임을 확인할 수 있다.

영산포는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1960년대까지 소금과 젓갈은 물론 가마니·면화·쌀 등을 싣고 떠나는 배로 붐비던 포구였다. 목포항이 개항(1897년)되면서 영산포는 일본인의 진출이 가장 활발한 전라도 경제 중심지역으로 1970년대까지 영산강 뱃길을 따라 서해안 도서지역에서 잡은 어류와 젓갈류가 모여드는 집산지였다. 하지만 지금은 교통수단의 발달 및 인근 광주시로 인구이동 등으로 인해 공동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왜 영산포 홍어인가

김대중 대통령이 즐겨먹었다는 홍어는 원래 영산포가 아닌 흑산도 홍어(참홍어)를 지칭한다. 그리고 흑산도나 서해안 등 생산지는 주로 회로 먹었다. 숙성홍어가 영산포를 대표하는 상징이 되기까지는 ‘조리와 소비의 과정’이 큰 의미를 차지한다.

국립목포대학교 도서문화연구원 최성환(남도문화연구센터장) 교수에 따르면 1363년(고려 공민왕 12년) 왜구로 인해 흑산도 주민을 강제 이주시켰고 흑산도 인근 영산도 사람들이 지금의 영산포 지역에 정착하면서 영산포에서의 홍어소비는 시작됐다. 영산도에서 잡은 홍어를 뱃길을 통해 영산포까지 운반하는 과정에서 다른 생선은 상했지만 홍어는 상해도 배탈이 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부터 자연스럽게 영산포 사람들은 삭힌 홍어를 먹게 됐던 것이다. 또한 조선시대 문순득의 표류기에 보면 그는 상업활동 과정에서 실제 홍어를 가지고 영산강 포구를 오가면서 중개무역(쌀과 교환)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1980년대부터 국내산 홍어는 어획량이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영산포 사람들은 칠레나 미국 등지에서 수입한 홍어를 가공해 ‘삭힌 홍어’로 상품화함으로써 영산포는 숙성 홍어의 생산지로 새롭게 자리매김했다. ‘숙성 홍어’의 상징성과 상품성은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지역 주민들의 의지 그리고 지방자치시대 나주시의 노력이 맞물려 나주만의 ‘지역정체성’을 되살렸고 과거 나주의 화려했던 당시를 기억하게 하는 지역대표축제로 오늘에 이르렀다.

전남 나주시 영산포 숙성 홍어회 (제공: 나주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전남 나주시 영산포 숙성 홍어회 (제공: 나주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톡 쏘는 홍어맛의 비밀

민속원 발행 도서 ‘홍어’에 따르면 삭힌 홍어가 영산포의 별미가 되면서 이곳은 홍어를 맛있게 삭히는 법과 요리법 또한 발달했다. 홍어를 토막 내 항아리에 밀봉해서 삭히거나 통째로 삼베더미에 싸서 두엄이나 지푸라기 속에 넣어 삭히기도 했다. 홍어가 영산포 상징 음식으로 채택될 수 있었던 것은 몇몇 영산포 상인들의 이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숙성홍어를 특화, 상품화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발효가 진행된 홍어는 살이 쫀득쫀득해지면서 톡 쏘는 냄새가 난다. 이것은 질소 화합물인 요소와 암모니아와 트리메틸아민산이 함유돼 있어서다. 매우 독특한 이 맛을 가진 홍어를 사람들은 ‘맛의 혁명, 삭힘의 미학, 발효가 탄생시킨 바다의 귀물’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웰빙음식 홍어와 다양한 요리 활용

홍어는 삭히면 부패세균을 억제하며 식중독 위험을 방지할 뿐만 아니라 저지방 고단백 알카리 음식, 그리고 항암효과도 가지고 있어 ‘영산포식 웰빙홍어’로 탄생한다. 여러 연구들을 통해 심장, 관절염 치료, 노화방지, 비만예방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뉴 또한 홍어회, 홍탁삼합, 홍어찜, 홍어탕, 홍어애국 등 다양하게 개발됐는데 광주·나주는 주로 홍어를 얼큰하게 요리해 왔다. 요즘은 홍어가루, 홍어 만두피, 홍어묵, 홍어 국수 등 더욱 다양화되고 있다.

-제14회 홍어축제, 어떤 행사가 마련됐나

영산강 푸른 물결과 노란 유채꽃밭을 배경으로 오는 13~15일 열리는 홍어축제는 전라도 정명 천년을 맞아 단순히 상인을 위한 축제가 아닌 나주와 영산포 홍어(특산품)를 알리는 기회로 삼고, 지역 경제활성화를 돕는 경제형 축제로 마련된다.

김민주 영산포홍어축제위원장은 “올해는 특히 영산포 홍어의 역사성을 알리고 홍어 원산지 구별법 등을 안내하는 전시관도 별도로 마련해 의미를 더한다”며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의 교통 편의를 위해 3일 동안 KTX 나주역과 행사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도 운행한다”고 축제 준비 상황을 전했다.

축제기간 홍어 예쁘게 썰기, 홍어탑 쌓기, 깜짝 경매, 홍어 연 만들기, 홍어장사 등 홍어를 주제로 다양한 행사가 열려 시민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꽃피는 봄의 계절 4월, 남도에는 영산강 바람 따라 알싸한 홍어향이 밀려오고 있다.

지난해 전남 나주시 영산포 체육공원 둔치 일원에서 제13회 홍어축제가 열린 가운데 홍어 예쁘게 썰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제공: 나주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지난해 전남 나주시 영산포 체육공원 둔치 일원에서 제13회 홍어축제가 열린 가운데 홍어 예쁘게 썰기 대회가 열리고 있다. (제공: 나주시)ⓒ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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