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5시 30분경 아프리카 가나 인근 해역에서 한국인 3명이 피랍된 사건이 발생했지만 아직도 그들의 행방과 생사는 묘연하다. 외교부에서는 피랍 다음날, 이 사건을 설명하면서도 납치된 우리 국민의 신변안전 등을 염려해 최종 구출시까지 언론에 엠바고(보도 유예)를 전제로 했다. 하지만 피해자 소재가 오리무중이자 31일 보도자료를 냄으로써 이 사건은 일반국민에게 알려졌다.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중 관련 보고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28일 새벽 귀국 직후 “우리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오만 해역에 있던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이 가나 인근 해역으로 급파돼 구출 활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으며, 납치를 한 세력들로부터 아무런 연락도 없는 상태다. 다만 지난달 3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보도한 ‘가나 해역에서 납치된 한국인들이 나이지리아 남부에 인질로 붙잡힌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에 따라 우리 정부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은 채로 나이지리아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와 부족세력 등과 접촉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지만 정부의 피랍 공개가 자칫 장기화가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마린 711호는 2014년 6월 4일에도 가나 해역에서 해적에 납치된 적이 있다. 그 당시에도 선장 등 한국인 3명이 탄 어선이 피랍됐지만 우리 정부의 연락을 받은 나이지리아 해군이 위성항법장치(GPS)를 통해 확보된 해적선을 쫓아가자 해적들은 어선을 나이지리아 인근 해상에 버리고 도주해, 한국인 3명은 피랍 하루 만에 무사히 구출됐고, 해적들은 마린 711호에 있던 기름 등을 가져갔다. 이와 같이 아프리카 서부 해역에서는 해적들이 기름을 약탈하고 피랍인을 인질로 몸값을 요구하는 선원 납치가 종종 발생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아델만 여명 작전’처럼 해적선을 소탕한 적도 있지만 문제는 같은 해역에서 동일 내용이 빈번히 발생된다는 사실이다. 이번엔 외교부가 엠바고를 일찍 풀어 해적이 자취를 감추다보니 피랍자들의 안전상 문제가 되고 있고, 또 발생 초기에 신속히 조치돼야 할 정부 대응도 사건 발생 이틀이 지난 뒤에야 지시가 내려진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반복되는 원양어선 피랍에 대해 정부나 선사, 어선의 철저한 공동 대비책만이 화(禍)를 사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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