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생로병사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왕가의 부귀영화를 버리고 고행을 자처해 깨달음을 얻고 80세 열반한 석가모니(싯다르타 고타마, BC 563~BC 483). 그가 이 세상을 떠난 날을 불가에서는 ‘열반재일’이라고 부른다. 음력 2월 15일로 지켜지는 열반재일은 올해는 이달 31일이다. 불교 4대 명절 중 하나다.
불가에서 석가모니의 열반은 깨달음을 얻은 후 중생을 구제하고 교화하기 위해 40년 동안 육체를 지니고 있다가 80세에 육체마저 극복한 큰 깨달음의 완성단계라고 믿는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후 바로 열반에 들지 못하고 열두 하늘을 지키는 신 중 하나인 제석천의 권고로 중생을 교화하다가 80세에 비로소 열반에 들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반열반(般涅槃)이라고도 부른다.
이 같은 독특한 삶을 살다가 떠난 석가모니의 깨달음을 깨닫고자 불가에서는 여러 방법을 동원해 수행에 나선다. 그리고 불자들이 알기 쉽도록 그림으로 그려 설명해놓기도 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심우도(心牛圖)’다.
◆ 깨달음 찾아 떠난 수행 길 ‘심우도’
십우도(十牛圖)라고도 불리는 심우도는 방황하는 자신의 본성을 발견하고 깨달음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야생의 소를 길들이는 데 비유해 10단계로 그린 그림이다.
불도를 터득하려는 선종(禪宗)에서는 마음을 찾는 일을 주로 ‘소’를 찾는 일에 비유했다. 즉 그림에 등장하는 ‘소’는 외양간에서 소리를 내는 실물 그대로의 소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 들어있는 또 다른 ‘나’를 뜻하는 것이었다. 이를 마음의 소라고 해 ‘심우(心牛)’라고도 부른다.
이 심우도는 12세기경 중국 송나라 때 만들어진 보명(普明)의 십우도와 곽암(廓庵)의 십우도 등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해졌다.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 가지가 함께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대체로 곽암의 것을 많이 그리고 있으며, 주로 사찰의 법당 벽화로 많이 묘사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에는 소 대신 말을 묘사한 십마도(十馬圖)를 그린 경우가 있다. 티베트에서는 코끼리를 묘사한 십상도(十象圖)가 전해져 오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이 중 보명의 것은 소를 길들인다는 뜻에서 목우도(牧牛圖)라고 했다. 반면 곽암의 것은 소를 찾는 것을 열 가지로 묘사했다고 하여 심우도라고 한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리고 보명의 것에서는 마지막 열번째의 그림에만 원상(圓相)을 묘사하고 있는 데 대하여 곽암의 것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의 모든 단계를 원상 안에 묘사한 점이 다르다.
심우도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결국 난행고행(難行苦行)을 통해 소를 찾아 나섰지만, 소는 잃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정작 자신이 타고서는 다른 곳에서 찾고 있었던 것이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결국 검게 물든 소를 하얗게 바꿔나가는 과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