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에 설치된 식생방틀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에 설치된 식생방틀이 곳곳에 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환경전문가 문제 제기

“주변 환경 복원만 초점 둬”

“참갈겨니 산란터 망가졌다”

 

서울시 하천관리과

식생방틀 훼손돼 다시 설치

“식생방틀 유속과 상관없어”

[천지일보=강병용, 남승우 기자] 서울시가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추진한 ‘청계천 개선·보안 마스터 플랜’이 오히려 청계천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지는 2011년 당시 서울시와 도시계획·하천·환경 전문가들로 구성된 1기 청계천시민위원회(환경운동연합 하천위원회) 위원이었던 최수용 ㈔한국환경운동본부 생태분과위원장과 2일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 인근에서 만났다.

최 위원장은 “청계천에 무분별하게 설치된 식생방틀과 돌무더기 시설이 토사에 묻히며 오히려 물고기 서식환경 조성의 목적이 무용지물이 됐고, 청계천의 유속이 빨라져 청계천 주 어종인 참갈겨니 산란터마저 망가져 버렸다”고 주장했다.

앞서 서울시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청계천시민위원회에서 수립한 ‘청계천 역사성 및 자연성회복 마스터플랜’은 2015년 말 설계가 완료돼 2016년 8월부터 시공사를 선정해 추진된 바 있다. 본 사업은 근래인 올해 2월 말 완료됐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에 설치된 돌무더기 시설이 토사에 묻혀있다.(왼쪽)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에 설치된 기존의 식생방틀과 최근에 설치된 식생방틀로 청계천 하천 폭이 더 좁아졌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에 설치된 돌무더기 시설이 토사에 묻혀있다.(왼쪽)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에 설치된 기존의 식생방틀과 최근에 설치된 식생방틀로 청계천 하천 폭이 더 좁아졌다.(오른쪽)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이날 본지가 최수용 위원장을 만나 청계천에 설치된 식생방틀과 돌무더기 등 현재 조성된 환경을 살펴본 결과, 서울시가 약 7년간의 세월을 들여 청계천을 생태하천으로 복원하기 위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본래 목적과 달리 시공 효과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청계천은 비가 내려야 물이 흐르는 건천이다. 청계천은 인왕산, 북악산, 남산, 낙산 등 유역면적이 51㎢이지만 대부분이 바위로 돼있는 악산이고 평지는 포장돼 지하철 건설 등 지하 공간 굴착 시설이 들어가 물을 머금을 수 있는 공간이 없어 평소에는 흐르는 물이 없다. 이 때문에 하천오염을 막고 쾌적한 도심 환경 조성을 위해서 한강물을 사용해 일일 12만t가량을 유지용수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 위원장은 “청계천 복원이 본래 목적과 달리 눈에 보이는 주변 환경 복원에만 초점을 둔 생태하천복원사업이 됐다”며 “청계천이 복원되기 전 유실 지역에 하상 수생물 생태환경을 개선해 자연하천으로의 기능 회복과 자연성 재창출 향상의 설치목적을 둔 식생방틀이 터무니없이 많이 설치됐다. 식생방틀은 폭이 좁은 인공하천인 청계천 환경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보통 자연적으로 생성된 하천에 둑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제방역할에 주로 쓰이는 식생방틀은 기찻길에 선로가 망가지지 않게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만난 최수용 ㈔한국환경운동본부 생태분과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 인근에서 청계천 하천을 바라보며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만난 최수용 ㈔한국환경운동본부 생태분과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 인근에서 청계천 하천을 바라보며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기자가 서울시 하천관리과에 청계천에 설치된 수십 개가 넘는 식생방틀에 대해 문의한 결과 서울시는 식생방틀이 작은 물고기류가 산란과 서식을 위해 대피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곽민철 서울시 하천관리과 주무관은 “식생방틀을 만든 목적은 조그만 물고기들하고 수생식물이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며 “10년 전에 복원할 때 만들었는데 일부 식생방틀 시설물이 훼손되고 여름철에 비가 많이 와서 망가진 것들을 제거하고 추가로 설치한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또 식생방틀은 유속하고 상관이 없다. 물고기들의 생태환경 조성을 위해서 만들었다”며 “여기서 말하는 물고기란 큰 잉어나 붕어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치어를 말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기자가 청계천 주변의 식생방틀을 살펴보니 작은 물고기가 청계천 상류 유속을 뚫고 들어가서 산란을 한다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으며 작은 물고기보다는 다수의 잉어가 청계천 하천에서 자리 잡고 있었다.

최 위원장은 “한강에서 주로 서식하는 민물고기인 잉어들이 청계천 하천으로 들어와 작은 치어들의 알을 잡아먹고 있어 청계천의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고 말했다.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의 물살이 흐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천지일보=남승우 기자]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장사동 청계천 세운교의 물살이 흐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3

이 가운데 청계천에 서식하는 천둥오리는 하천을 거슬려 위로 올라가려 했지만 빠른 물살에 천둥오리는 올라가는 것을 포기하며 다시 하류로 되돌아갔다.

본지와 함께 청계천을 둘러본 최 위원장은 “기존에 설치된 식생방틀과 돌무더기가 흙에 묻히면서 물고기 서식환경 조성이라는 목적은 거의 상실됐다. 그럼에도 또다시 식생방틀을 계속적으로 추가 설치함으로써 인공하천인 청계천의 폭이 좁아졌고 물살이 빨라져 청계천에 주로 서식하는 참갈겨니 산란터가 망가졌다”고 토로했다.

또 최 위원장은 ‘청계천 개선·보완 마스터 플랜’이 2014~2018년까지 일부 구간 곡선화, 보 철거(차관집거 이설), 비닐차수막 제거, 계곡수(백운동, 중학천)를 계획했으나 보 철거만 이뤄지고 나머지는 시행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 위원장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앞서 서울환경연합 하천위원회 주최, 서울시 후원으로 개최된 ‘하천위원회 발족 3주년 기념 청계천 토론회’의 자료집에서는 청계천 하류구간을 제외하고 어류가 휴식을 하고 먹이를 섭취하는 공간인 소(pool) 등이 부족하다는 평가와 청계천 상류의 좁은 하폭과 생태공간 부족, 비점오염원 유입 등으로 도시하천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와 돌발강우에 의한 어류 폐사 등의 지적사항이 있었다.

그는 “청계천 ‘일부구간 곡선화’ 계획을 통해 유속을 느리게 하고자 했지만 계획을 실행하지 못했고 폭이 좁아진 청계천 하천에 소가 없어 물살이 더 빨라졌다”며 “청계천이 사시사철 물고기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으로 조성돼 진정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이 되어야 함에도 서울시는 청계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끝내버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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