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해비타트 권이영 상임고문. ⓒ천지일보(뉴스천지)

권이영 ‘사랑의 집짓기’ 국제 NGO 한국해비타트 상임고문

[천지일보=최유라 기자] 지난 22일 시인이자 한국해비타트 상임고문으로 일하고 있는 권이영(70) 씨를 만났다.

해비타트는 무주택 저소득층 가정에 집을 지어주는 국제 NGO 단체로 1976년 미국에서 창설됐으며 한국해비타트는 1995년에 출범했다.

권 상임고문은 한국해비타트에서 올해로 10년째 일하며 많은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기독교 바탕으로 선 ‘해비타트’

한국해비타트는 매년 국내 5만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모이는데 이는 아시아 지역 해비타트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한국해비타트는 설립 이후 현재까지 국내 1400여 세대, 해외 600여 세대의 집을 짓고 수리했다.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설립된 해비타트는 대부분의 직원이 기독교인이다. 크리스천인 권 상임고문은 “해비타트가 집을 짓는 것은 ‘이웃을 사랑하라’는 기독교 정신을 기반으로 한 것”이라며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그 정신을 앞장서 실천하자는 다짐을 하는 의미에서 직원들이 아침마다 모여 기도로 준비한다”고 말했다.

◆독특한 두 가지 인생곡선

권이영 상임고문은 건축봉사 외에 또 다른 분야에서도 인생곡선을 그려왔다. 고려대 법대를 나왔지만 문학적 소질 또한 가지고 있던 그는 뒤늦게 시인의 길로 들어섰다.

1991년 51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월간 <心象(심상)>에서 신인상으로 등단해 2003년엔 <천천히 걷는 자유>라는 시집을 냈다. 권 상임고문은 해비타트 일과 함께 시 쓰는 일을 계속해 왔다.

권 상임고문은 가끔 자신의 서가에서 <항상 헤아리며>라는 시집을 읽으며 회상에 잠긴다고 말했다.

이 시집은 해비타트 주최로 건축봉사를 하기 위해 방한한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에게 직접 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해비타트 일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때를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날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직접 쓴 시집을 받았을 때라고 말했다.

권 상임고문은 “나도 시인인데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도 시인이었다”며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했다는 점에 보람을 느꼈다고 전했다.

한국해비타트가 설립된 후 가장 큰 전환점을 맞게 된 계기도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한국에 방한하면서부터다.

해비타트는 매년 ‘지미카터특별건축사업(JCWP)’을 실시해 전 세계를 방문하는데 지난 2001년 한국에 그 기회가 마련돼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이 방한한 것이다.

당시 수많은 해외봉사자들이 한국으로 왔고 136채의 사랑의 집이 완성된 결과 한국해비타트가 국내에 알려지게 된 시발점이 됐다.

▲ 한국해비타트가 주최하는 무주택 저소득층 가정을 위한 ‘집짓기’ 행사는 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참여로 이루어진다. 사진은 자원봉사자들이 지붕 위에서 목조를 올리고 있는 모습. (한국해비타트 제공)

◆“영혼의 집은 시로 짓는 것”

시(詩)에 남다른 애착을 가지고 있는 권 상임고문은 시와 건축이 서로 연관성이 깊다며 운을 뗐다.

그는 “우리나라의 사상이나 정서를 보면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에 ‘짓는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며 “의식주만 봐도 집을 포함해 ‘옷을 짓는다’ ‘밥을 짓는다’라고 말하듯 시도 ‘짓는다’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집 짓기와 시 짓기가 서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더불어 “시(詩)를 한자로 쓰면 언어의 집 또는 사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듯이 몸이 담긴 곳은 집, 영혼이 담긴 것은 시”라며 “시를 짓듯 집을 짓는다”고 설명했다.

◆‘품앗이’ 닮은 파트너십

해비타트의 키워드는 ‘가정’에 있다. 이에 권 상임고문은 사회를 이루는 가장 기본 단위인 가정이 제대로 서기 위해서는 ‘집’이 밑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집이 없으면 자녀 교육문제, 가족 건강문제, 경제적 문제 등 어려움이 많이 생긴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고 집 한 채를 혼자 힘으로 짓기엔 재정과 인력적인 면에서 많은 제한이 따른다.

해비타트는 마치 한국의 풍습인 ‘품앗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참해 운영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바로 예비 집 주인이자 그 집을 짓는 데 동참하는 ‘홈파트너’, 재정 또는 건축에 필요한 목재·시멘트와 같은 물자를 후원하는 '후원파트너’, 자비량으로 몸소 건축을 돕는 ‘봉사파트너’다.

특히 ‘홈파트너’에게 돌아갈 집은 무상으로 제공되지 않고 15~20년간 매달 무이자로 상환금을 납부해 자신의 집을 장만할 수 있도록한다.

그냥 무상으로 제공하면 안되냐는 질문에 권 상임고문은 “무상으로 제공하면 처음에는 감사를 표하지만, 나중에는 무의식적으로 자존심이 상해 있다든지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사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입주할 주인이 열심히 땀 흘려 얻는 대가로 집을 얻어야 결국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가정, 나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70세에 활짝 핀 웃음꽃

그의 비전은 무엇일까. 권 상임고문은 사실 문학에 대한 열망이 강하게 타오를 때쯤 해비타트활동과 사회활동이 겹치면서 본의 아니게 충돌이 빚어질 때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지긋한 나이에 연륜이 생겨서일까. 이젠 문학활동, 해비타트활동 그리고 사회활동 이 세 박자가 동시에 맞물려 잘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8월 말쯤 한국해비타트와 (사)한국시인협회가 최초로 여는 ‘시인들의 집짓기’ 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시(詩) 치료’에 매력을 느껴 사람의 마음을 치료하는 새로운 장르의 시 짓기 취미활동이 생겼다.

권 상임고문은 세상 모든 이가 안락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물론, 언젠가 시집 외 수필 및 시 창작에 관한 교과서까지 내겠노라며 뜨거운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심정을 활짝 핀 꽃에 비유했다. “나이 70에 지다? 70에 피고 있답니다.”

▲ 한국해비타트가 26~30일(4박 5일간) 군산 대전 광양 인제 양평 전국 5개 지역에서 동시에 ‘번개건축’을 진행했다. 사진은 26일 첫 날 양평지역에서 함께한 자원봉사자들. (한국해비타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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