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짐과 부활까지를 표현한 십자가의 길 14처. 위 왼쪽부터 1~5처, 중간 왼쪽부터 6~10처, 아래 왼쪽부터 11~141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짐과 부활까지를 표현한 십자가의 길 14처. 위 왼쪽부터 1~5처, 중간 왼쪽부터 6~10처, 아래 왼쪽부터 11~141처.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

올해 4월은 첫날 부활절을 맞아 가톨릭 개신교 등 기독교계가 일제히 기념 미사와 예배 등으로 시작했다. 약 2000년 전 인류의 죄를 위해 십자가를 졌던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은 오늘의 신앙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을까. 본지는 예수가 십자가를 진 것과 부활 이후 그의 제자들이 복음을 전하기 위해 목숨을 던졌던 순교의 여정을 2회에 걸쳐 조명한다.

기독교 부활신앙의 근본 ‘예수’

당시 ‘이단의 괴수’ 평가에도

목숨 버려가며 메시아로 믿어

‘성경대로’ 예언 성취했기 때문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이는 세례요한이 예수가 자신에게 나아옴을 보고 증거했던 말이다. 예수는 마치 유월절 어린 양처럼 인류의 죄사함 즉, 대속을 위해 십자가를 졌고, 이는 기독교 믿음의 바탕이다.

예수는 십자가를 지는 게 하나님의 뜻이라며 제자들의 만류에도 그 참혹한 십자가형을 택했다. 2000년 전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예수 초림 당시 이스라엘은 로마의 통치를 받는 식민지였다. 이스라엘은 정치적인 억압, 과중한 세금과 가난, 영적인 침체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줄 구원자를 간절하게 기다렸다. 그리고 그 구원자가 다윗과 같은 왕의 신분으로 와서 자신들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회복해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유대인들이 생각하는 구원자의 모습과 실제 구원자인 예수의 모습은 달랐다.

실제 예수의 외모를 알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물은 없지만, 구원자에 대해 언급한 구약 성경의 내용을 통해 그 외모를 짐작해볼 수는 있다.

구약 예언 이사야 52, 53장과 예레미야 14장을 토대로 종합해보면 예수는 마르고 못생겼고, 나그네처럼 초라하고 벙벙해 보이기까지 했다. 삼십세에 공생애를 시작했지만, 유대 목자들은 예수를 오십 세 가깝게 봤다. 나이보다 훨씬 늙어 보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성경에서는 그가 흠모할만한 것이 없고, 멸시를 받아 사람에게 싫어 버린바가 됐다고 했다.

또 예수는 당시 부촌이 아닌 거지촌이라고 불린 나사렛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으니 엘리트라고 보기에도 어려웠다.

더군다나 그 초라한 청년 예수는 당대 최고의 학문과 권세를 누린 제사장들과 율법사들을 향해 “뱀들아, 독사의 새끼들아. 너희가 어떻게 지옥의 판결을 피하겠느냐”고 외쳤다. 게다가 조상대대로 지켜온 장로들의 예법과 유전을 무시하고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까지 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전해온 말과는 전혀 다른 들어보지도 못한 말을 전했다. 오히려 1500년 이상 세력을 굳혀온 유대교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민 형국이었다. 로마의 식민통치에서 해방시켜주리라고 믿는 유대인들의 생각과는 달리 예수는 정치적인 문제에는 관심도 갖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누가 예수를 믿으려고 했을까. 당시 유대인들은 이러한 예수를 구원자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단 사이비로 정죄하며 오히려 예수를 놓아주려는 빌라도에게 크게 소리쳐 예수를 십자가에 매달라고 요구했다.

◆제자들이 예수를 믿은 이유

그렇다면 제자들은 어떻게 예수를 구원자, 메시아로 믿게 됐을까. 대부분의 신앙인들은 예수가 행한 기적과 이적이 그 증거가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적과 표적은 당시 예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마귀도 행했다. 이것만으로 예수를 메시아로 보기엔 충분하지 않다.

사도바울의 글을 보면 제자들이 어떻게 예수를 믿을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거가 나온다. 고린도전서 15장에서 예수는 성경대로 나고, 성경대로 생애를 보내고, 성경대로 죽고, 성경대로 부활했다. 신약 사복음서 곳곳에 예수의 행적과 함께 그 행적의 근거가 되는 구약 성경 구절들이 등장하는 이유다. 구약 성경에는 구원자가 처녀에게서(사 7:14), 베들레햄에서 나고(미 5:2), 애굽에 가며(호 11:1), 갈릴리에서 사역하고(사 9:1~2), 나귀새끼를 탈 것(슥 9:9), 12제자 중 하나가 배반할 것(시 41:9), 십자가를 질 것(사 53:5) 등 수많은 예언이 돼 있다. 예수는 이 예언을 충실히 이루고 십자가상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상황에서도 쓸개 포도주를 마시면서까지(시 69:21) 예언을 이뤘고, 이후 ‘다 이루었다’고 말하며 숨을 멈췄다. 이후 성경대로 부활했다(욘 1~3장).

예수는 자신의 존재를 증거하기 위해 모세의 율법서는 물론 선지자와 시편에 자신에 기록된 내용들을 제자에게 풀어줬고(눅 24:44~48), 제자들은 예수의 말을 듣고 예수가 하나님의 아들이며, 하나님이 보낸 자라는 것을 믿었다(요 17:8).

결국 예언서를 증거물로 삼아 그 예언대로 이뤄진 실상을 눈으로 보고 제자들은 예수를 믿는 믿음의 근거로 삼은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제자들은 수천년 전에 기록된 예언이 빠짐없이 성취된 것을 보고 신의 역사라고 믿었다. 어떠한 사람도 그처럼 오랜 시간을 넘나들며 예언하고 또 그 예언한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독교인들은 아직 남아 있는 신약 성경도 그 예언대로 가감 없이 이뤄질 것을 믿고 있으며, 하나님만이 참 신이며 기독교가 최고의 종교라는 자부심을 갖게 됐다.

◆인류 대속 ‘십자가의 길’

이처럼 당대 종교계에 큰 충격을 준 예수는 십자가에서 말로 형언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었다. 천주교에서는 이 고통을 잠시라도 생각하기 위해 ‘십자가의 길’이라는 것을 조성하고 신자들이 기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라틴어로 ‘슬픔의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비아돌로로사(Via Dolorosa)’ 혹은 ‘비아크루시스(Via crucis)’로 불리는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빌라도 법정에서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까지의 길을 가리킨다.

이 길은 예수를 기억하는 14개 지점이 있다. 제10지점에서 제14지점은 현재 성묘교회 안에 있다. 이스라엘 구예루살렘의 북서쪽에 있는 이 비아돌로로사는 현재는 아랍인이 차지하고 있다. 성묘교회 내부는 가톨릭, 그리스정교회 등 기타 여러 종파가 분할해서 관리, 사용하고 있다. 성묘교회의 열쇠는 1291년 이후 이슬람교가 소유하고 있다.

이를 본 따서 만든 ‘십자가의 길’은 예수가 빌라도에게 재판을 받은 곳으로부터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갈라비아언덕)을 향해 걸었던 약 800m의 길과 골고다 언덕에서 십자가 처형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형상화하고 있다. 14세기 프란치스코 수도사들에 의해 확정됐다.

제1지점은 예수가 본디오 빌라도에게 심문을 받고 십자가형이 확정되는 재판을 받은 재판정이다. 이곳은 헤롯왕이 친구 마가 안토니를 위해 지은 안토니아 성채 내에 있다.

제2지점은 십자가를 지고 가던 중 로마 군사들이 예수에게 가시관을 씌우고 홍포를 입혀 희롱한 곳이다.

제3지점은 예수가 십자가를 지고 가다가 기력이 떨어져 처음으로 쓰러진 곳이다. 이곳은 아르메니안 기념교회에 속해 있는 작은 교회당에 표시돼 있다.

제4지점은 예수가 슬퍼하는 어머니 마리아를 만난 곳이다.

제5지점은 구레네(키레네) 사람 시몬이 예수의 십자가를 골고다 언덕까지 대신 진 곳이다.

제6지점은 성 베로니카 여인이 물수건으로 예수의 얼굴을 닦아 주었다고 전승되는 곳이다.

제7지점은 기둥에 표시 되어 있으며, 예수가 두 번째로 쓰러진 곳으로, 당시에는 성 밖으로 이어지는 문이 있었다고 한다(히브리서 13:12~13). 1875년에 이 곳에 두 개의 예배당이 세워졌다.

제8지점은 예수가 ‘예루살렘의 딸들아 나를 위하여 울지 말고 너희가 너희 자녀를 위하여 울라(누가복음 23장 28절)’라고 말한 곳이다.

제9지점은 예수가 세 번째로 쓰러진 곳으로, 콥틱 교회가 서있다.

제10지점은 예수의 옷을 벗긴 곳이다.

제11지점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힌 곳이다.

제12지점은 예수가 십자가 위에서 죽은 곳이다.

제13지점은 아리마대 요셉이 예수의 시신을 내려놓은 지점이다.

제14지점은 아리마대 요셉이 자기의 무덤에 예수를 장사 지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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