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라곤 논설실장/시인

 

선거철이 되면 정당, 후보자와 관련된 갖가지 뉴스들이 언론사 보도나 단체 또는 개인의 SNS를 타고 널리 퍼진다. 그중에는 사실보도가 있기도 하지만 비언비어나 흑색선전 등 가짜뉴스들이 혼재돼있어 당사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일반국민들에게까지 혼돈을 준다. 이러한 가짜뉴스는 개인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으로도 폐해가 크기 때문에 발본색원돼야 함에도 동시다발적으로 전달되는 관계로 뿌리 뽑히지가 않는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7850건에 달하는 사실성에 입각하지 않은 흑색선전이나 비방 등 가짜뉴스들이 판을 쳤다니 그 사정을 알 만하다.

그동안 당국에서는 선거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국민의 일상생활에 깊이 침투돼 정상적인 관계를 왜곡하는 가짜뉴스의 폐해가 크기에 뿌리 뽑겠다고 한 적이 있다. 그러나 20대 총선이후 2년이 가까워오는 동안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더 크게 번지고 있는 실정이다. 가짜뉴스를 퍼트리는 자들의 기술이 워낙 뛰어나고 신출귀몰해 추적에 역부족이었는지 모른다.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해 선거 때만 되면 중앙선관위 중심으로 단속을 강화할 뿐이어서 유포 등 확산방지 차단에는 한계가 따르고 있다.  

가짜뉴스가 우리나라에서, 또 선거 때만 발생된 것이 아니다. IT산업이 발달되지 않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포털사이트 등이 불가능했던 옛날에도 가짜뉴스는 존재했던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우리나라 최초의 4구체 향가(鄕歌)인 ‘서동요(薯童謠)’는 전형적인 가짜뉴스이다. 백제 무왕(서동)은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 선화공주가 예쁘다는 밀을 듣고, 그와 결혼하기 위해 거짓 정보를 동원해 노래로 만들어 서라벌 아이들에게 유포했던 것이다. 

내용인즉 ‘선화공주가 밤마다 몰래 서동의 방을 찾아간다’는 것이었으니 어디 될 말인가. 궁중 깊은 곳에서 공주가 바깥나들이가 어려운 판에 밤마다 나간다니 사실과 명백히 다르다. 그럼에도 이 노래가 신라 아이들이 주야장천(晝夜長川)으로 불러대니 대궐 안까지 퍼지게 됐고, 신하들이 주청하자 진흥왕은 선화공주를 귀양 보내게 됐다. 마침내 서동은 공주와 함께 백제로 돌아가 뜻을 이루었다는 것인데 향가 ‘서동요’ 노래만큼은 거짓 내용이었던 것이다.   

또 한 가지, 일본의 관동대지진(1923년 발생)때도 거짓뉴스가 판을 쳤다. 일본 내무성은 조선인으로 인해 지진이 일어났다는 해괴망측(駭怪罔測)한 소문을 의도적으로 퍼트렸고, 매일신보가 이에 동조해 사실 확인 없이 1923년 9월 10일자 신문 내용에 ‘관동대지진 당시 조선인들이 폭동을 조장하고 있다’는 허위 정보가 전면에 게재했다. 이를 기화로 관동지역에 거주하던 조선인들이 잔인하게 학살된 참극이 발생한 것이다. 이것만 봐도 주도한 측의 악의적인 의도로 인해 특정 대상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사실을 과거의 역사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는 것이다.  

IT산업이 발달한 지금, SNS 등이 상용화되고 누구나 손쉽게 접근·이용이 가능해짐에 따라 가짜뉴스가 상업화돼가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주로 선거판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지난 2016년 미국 대선기간 중 미 주요언론사들이 정상적인 뉴스의 페이스북 공유수가 730만건인 데 비해 이 기간 중 허위·왜곡된 가짜뉴스는 총 870만건이었다고 하니,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일반뉴스에 나오는 정상적인 내용보다 잘못된 정보를 더 많이 공유했다는 증명이 된다. 그러한 점에서 각국 언론에서는 가짜뉴스가 지구상에서 크게 확산된 시점을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이 맞붙은 2016년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대거 양산된 가짜뉴스는 그 후 우리나라에서도 전염병처럼 확산되기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국면과 대선과정에서 SNS 등을 통해 가짜뉴스들이 극에 달해 사회혼란을 부추기도 했던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방선거일을 앞둔 지금 이 시기에, 우리 사회에서는 가짜뉴스나 거짓정보 내용들이 더 많이 생성·유포돼 사회전반으로 퍼져나가 어느 뉴스가 진짜이고, 어떤 내용이 가짜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대한민국 사회가 어지럽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는 시기에 SNS나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띄워졌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거짓내용으로 인해 여야가 반목질시하고, 국민통합에도 장애물이 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 같은 가짜뉴스가 선거철만 되면 극성을 부리고 있으니 중앙선관위가 모두 단속한다는 것은 어려운 상태이고, 사직당국에서 일일이 추적한다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단속·처벌이 능사가 아니라 가짜뉴스가 생성·유포되는 길목을 차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되려면 공히 피해자라고 자처하는 여야나 정치인부터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과 유언비어 등을 멈춰야 하고, 행여 가짜뉴스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생각을 버려야 할 것이다. 어쨌든 가짜뉴스는 국론분열과 사회불신의 단초가 되고 민주언론의 신뢰성을 갉아먹는 독버섯이다. 진실을 왜곡·은폐해 우리 사회의 첨예한 갈등을 조장하는 가짜뉴스는 반드시 발본색원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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