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철 한국기술금융협회 IT 전문위원

 

IT산업의 발전은 많은 물류를 혹은 정보를 보다 빠르고, 편리하고, 정확하게 교류·교환하고자 하는 인류의 욕망에서 비롯됐다. IT산업의 기반이라 할 수 있는 통신산업 또한 바로 이 같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강한 열망에서 비롯됐는데 전화의 발명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1876년 그레이엄 벨에 의해 전화가 발명돼 원거리에 위치한 사람들끼리도 실시간으로 통화가 가능한 편리한 시대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전화 통화는 전선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신호왜곡 현상 때문에 일정거리를 벗어나면 잡음 혹은 끊김 현상이 발생해 이용 지역의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바로 교환기이다. 즉 동일 지역에 사용하고 있는 다수의 전화 이용자들을 한군데로 모아 교환기라는 집선장치에 연결시켜 놓고 다른 지역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교환기를 설치해 놓은 후, 교환기들끼리만 매우 큰 규모의 전선으로 연결해 놓으면 양쪽 지역 간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통화가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른바 중앙집중 형태의 전화교환방식이며, 예전 전화국으로 불렸던 현재의 KT지사들이 대부분 시내 중심에 위치한 것도 이용자들의 접속 위치를 최소화하기 위해 가장 중심의 번화가를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교환기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것이 스트로저 교환기라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벨의 전화발명 다음 해인 1877년 보스턴에서 처음으로 수동식 교환기가 실용화됐는데, 당시에는 가입자 수도 적고 운용기술도 그리 고도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이 원하는 번호를 직접 연결해 주는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에 장의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었던 스트로저는 이에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고 새로운 방식의 교환기를 개발했는데, 이것이 1892년 그가 상용화한 자동식 스트로저 교환기이다. 죽은 사람의 장례를 도와주는 장의사 직업을 가진 스트로저의 교환기 발명이 매우 이색적이지만, 총기소유가 무차별 허용되는 서부시대라 불리는 당시의 상황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사건·사고에 따른 죽음으로 인해 장의사 직업은 상당한 부를 축적하는 좋은 직업이었지만, 사고 발생 시 수동으로 전화를 연결해 주는 교환수가 본인이 잘 아는 장의사로 사고를 안내해 번번히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자, 스트로저는 교환수를 매수하는 것보다는 근본적으로 이러한 교환방식을 뜯어 고치자는 발상에 착안해 자동식 교환기를 개발했던 것이다. 

스트로저 교환기는 전화번호를 누르면 해당 번호에 따라 단단(step by step)방식의 계전기가 이동하면서 희망하는 번호를 찾아가 연결시켜 준다. 즉 교환기를 다루는 교환수가 필요 없게 되는 것이며, 스트로저 본인이 운영하는 장의사 전화번호를 홍보만 잘 하게 되면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계전공자도 발명자도 아닌 장의사가 오로지 본인이 운영하는 사업을 위해 착안한 참으로 놀라운 발명품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스트로저가 본 자동교환기로 돈을 많이 벌었다의 여부는 알 수 없지만 스트로저 본인은 본 교환기의 발명특허로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기계식 자동화된 스트로저 교환기에 대한 미국 전역으로의 설치 열풍으로, 설치되는 수량만큼 특허료를 수수하게 되어, 실제 장의사라는 본 직업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훨씬 큰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특허를 통한 수익이 원래의 목표는 아니었지만 보다 많은 돈을 벌겠다는 그의 야심은 원래의 목적대로 이루게 됐다. 

스트로저 교환기는 이후 점차 보완돼 크로스바 자동교환기, No.1 A와 같은 반자동교환기로, 현재는 TDX시리즈의 전자동 전자교환기로 발전돼 사용 중이다. IT산업의 기초가 된 전화교환기 발전의 시초가 이렇게 흥미로운 동기에서 시작됐다는 것에서 인류 역사 발전 또한 사소한 관심에서 시작된 많은 사례에서 비롯됐음을 다시 한번 더 상기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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