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뉴스천지)

김동희 건축가
흔한 실수가 천년만년 갈 것 같지도 않고 어려운 성취가 만년 천만년 갈 것 같지가 않다. 사는 동안 많은 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미로에 더 깊게 빠져본다.

미로는 틈을 지나고 나서도 또 미로가 있고 반복 또 반복이다. 미로는 답답한 지하세계에서도 다양한 길을 찾아갈 수 있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꿈틀거리는 반구 위의 털들 그리고 그 주위에 딱딱한 바윗덩어리들…. 말랑말랑한 구멍 뚫린 유기체 그리고 눈이 깜박인다. 동굴을 지나면 엘리베이터가 상하로 움직이면서 자신의 위치를 변경시킬 수 있는 교통수단이 된다. 

좌측 하단에는 논리적이지 않는 계단이 있고 계단 끝 쪽으로 빨랫감 같은 문서들이 계속 움직인다. 좌측으로 가면 갈수록 이상한 것들이 있다. 프로펠러가 바람에 움직이고 연결된 장치는 핫도그 모양으로 생겨서 따라서 빙글빙글 돈다. 상부에서 샤워 꼭지같이 생긴 압축기에서 물을 뿌린다. 갈증을 해소하는 시늉을 한다. 물을 받는 유사 핫도그 하부에는 귀여운 물고기가 산다. 물고기의 꼬리를 건드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옆방에서 뚫고 들어온 나뭇가지 같아 보인다. 그 나뭇가지는 실타래와 엮여서 다른 세상과 소통을 기다리는 것인가?

엘리베이터 오른쪽은 크리스마스 기념식수가 자신을 뽐내면서 서 있고 서서히 오른쪽으로 움직일 자세를 하고 있지만 벽에 곧 부딪히고 만다. 논리적이지 않지만 크리스마스라는 느낌만 남는 엉뚱한 공간의 기억이 추억된다.

똥이란 글자의 오른쪽을 힐끔 볼 수 있는 동그란 구멍은 나무 한 그루를 볼 수 있다. 그 나무에는 사과 하나 걸려있고 밑으로 삼각 공간과 계단이 장식적으로 배치된다. 마치 다른 어떤 공간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미귀신이 만든 몽양의 자꾸 빠져들기만 하는 깔때기 모양의 계단이 상하로 있어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지만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항상 예측과 실제는 다른 것인 모양이다.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계단이 있어서 지상으로 곧 올라갈 수 있는 피난통로를 연상하는 개구부가 있는 방이다. 오른쪽 왼쪽으로 공간이동이 가능한 방으로 보인다. 마지막 오른쪽은 실험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지만 하부공간과 연결되어 순환구조를 보여준다. 

어디든 틈이 있어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고 어디든 막힐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멀리서 보면 다 보이는 것이 그 속에 있는 누구든 다음 방을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 미로는 미래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든다. 지금은 답답해도 미래를 꿈꾸면서 혜안을 가지면 좀 나아질까요?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