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놀랍고 신기한 기사를 접했다. 아니 이젠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내용인즉, 한국인이 ‘한국의 가옥인 한옥’을 버리려 하고, 이방인이 외려 훼손되고 사라지는 한옥을 지키기 위해 자비를 들여가며 정부를 상대로 소송까지 걸어 결국 승소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객반위주(客反爲主)라 하던가. 소송의 대상이 바로 한국정부이기에 더욱 그렇다.

또 얼마 전엔 디자인 서울을 만들겠다고 한옥을 철거하고 개량해 도시미관을 획일적으로 만든 것에 대해 의식 있는 이들로부터 지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서울도심의 전통가옥의 획일적 디자인은 원형과 자연스러움의 멋을 한껏 유지한 체코 프라하의 디자인과 비교되기도 했다.

아무튼 언급한 바와 같이 한옥을 지키고자 법정투쟁까지 마다않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미국인 피터 바돌로뮤(62) 씨다.  그는 1968년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 땅을 밟은 후 강릉 경포중학교에서 영어 선교사로 재직 중 경포대의 99칸의 선교장과 연을 맺게 되고, 지금까지 한눈팔지 않고 40년이 넘게 한옥생활을 해 왔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한옥은 ‘한옥 지킴이(피터 바돌로뮤)’가 36년째 살고 있는 그의 안식처이자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그는 또 “한국인은 돌대가리야!”라는 말로 유명하다. 우리는 선조들의 지혜를 깨닫지 못하는 그야말로 돌대가리인가. 서울에 80만 채가 넘던 한옥이 현재 7000채로 급감했다.

이러한 결과를 가져온 데는 그의 표현대로 무지의 결과다. 외인은 우리의 문화 속에서 지혜를 얻어가는데 왜 우리는 무시하고 배척만 해 왔을까. 그들에게 부끄럽고 무엇보다 우리 자신에게 부끄럽다.

한옥은 자연과학, 역학, 미술, 예술, 철학, 종교, 건강까지 고려된 우리의 멋이요 종합예술인 문화유산이다. 이것이 피터 바돌로뮤 씨가 그 주인을 상대로 사라져가는 한국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해 법정투쟁까지 가야 하는 이유다.

한글이 지금 세계의 언어로 인정받고 있다. 1년 전부터 한글학회의 노력으로 결실 맺은 찌아찌아족의 한글 사용을 인도네시아 정부는 1년 동안 검토한 후 공식 승인했다. 충분히 고려하고 내린 결정일 것이다. 한글의 가치가 세계 속에서 인정받기에 충분한 근거로 남게 된 것이다.

한옥과 한글 즉, ‘한국의 집과 한국의 글’이 이제 한국의 것만이 아님을 잘 말해주는 예들이다. 뿐만이 아니라 미처 몰랐던 많은 한국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문화는 지금 세계의 문화유산으로 인정받고 등재되어 가고 있다. 온 세계는 지금 속속 밝혀지는 새로운 역사의 진실과 문화의 우수성으로 인해 이 한민족을 경이롭게 주목하고 있다.

밑도 끝도 없이 조국을 말하고 나라사랑을 말한다고 나라사랑이 아니다. 먼저는 나라와 민족 그리고 역사와 문화를 바로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피터 바돌로뮤의 한옥사랑, 나아가 독일인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의 ‘고요한 아침의 나라’와 같은 유물을 남긴 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만이 내 나라와 내 것을 사랑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 전할 수밖에 없게 되는 길이다.

특이한 것은 작금에 와서 새로운 문화재의 발굴 그리고 문화재의 복원 등을 통해 우리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는 분위기는 실로 고무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왜곡과 거짓으로 점철된 역사와 문화 앞에 한없이 속고 살았던 우리, 이젠 바로 알고 바로 깨닫자. 그리하여 오늘에 되살리고 환한 등불로 승화시켜 밝히고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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