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용석 의원 성희롱 파문 이후, 사회 곳곳에서 감춰졌던 성희롱 사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별문제로 여기지 않았던 징계위원들이 변화된 사회분위기에 당황하며 강력한 처벌에 기꺼이 참여하는 듯하다.

국가인권위에 접수된 사례를 통해서도 교수, 교사들을 비롯해 우리 사회 지도급 인사들의 성희롱과 성추행이 들춰지고 있다. 강용석 의원 사건이 아니었다면, 그냥 감춰졌거나 단순한 말실수로 치부했을지도 모를 일들이다.

이제 모든 지도자 자질 검사에 성희롱 인식 점수를 측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착잡한 것은 성희롱 사건이 대부분 우리 사회에서 신체적, 신분적 우위에 있는 남성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피해 여성들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피해 여성들은 수치심에 또는 힘이 없어서 그런 행동에 별 대응을 하지 못했을 것이고,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이 개념 없는 성희롱 男에게 마치 해도 되는 농담쯤으로 착각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핑계야 어떻든, 분명한 사실은 성희롱은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성추행은 말할 것도 없다. TV나 영화에서 권력을 가진 남성이 성추행이나 성희롱을 별것 아닌 양 묘사하는 남성중심적 묘사도 악화요인이다. 최근 성희롱 사건들이 사회문제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것은 여권 신장의 결과이며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인권침해로 보는 시각이 보편화되었다는 증거이다.

지금 뭇매를 맞고 있는 성희롱 男들은 반성보다는 어쩌면 ‘재수 없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수십 년간 별문제 없이 해오던 말들을 갑자기 잘못됐다 지적하는 사회를 이상하다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들이 정확히 알아야 할 것은, 과거에도 그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으나 그때는 그런 상황을 호소할 곳 없어 힘없는 여성들이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여성들이 호소할 수 있는 분위기로 사회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강용석 의원 성희롱 파문은 그간 성희롱을 일삼아 오던 이들을 뜨끔하게 만들고 있다. 여성들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어찌 됐든 일련의 성희롱 파문이 전화위복이 돼 한국사회에 성희롱 막말이 곧 범죄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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