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명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공동 센터장ⓒ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31
심재명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공동 센터장ⓒ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31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 심재명 공동 센터장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 목적 위해 설립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 관련 캠페인 등 실시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미투(#Me too) 운동의 바람이 문화계를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 불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이 출범했다. ㈔여성영화인모임이 운영하고 영화진흥위원회가 지원하는 센터 ‘든든’은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조성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심재명(63) 명필름 대표와 임순례 감독이 공동 센터장을 맡았다. 지난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센터 ‘든든’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성폭력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해 큰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이와 관련, 심재명 공동 센터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센터 든든의 역할과 영화계의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해 어떤 점이 필요한지 들어봤다.

― 센터 ‘든든’은 어떤 일을 하는가.

영화산업 내 성희롱·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활동을 한다. 구체적으로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과 콘텐츠 개발, 관련 캠페인을 실시한다. 상담과 조사, 피해자 지원 등의 일도 한다. 영화산업 내 성평등 환경 조성을 위한 연구·조사를 하고 정책 제안도 한다. 궁극적으로 센터 든든은 성폭력 해결뿐 아니라 성평등 영화 환경 조성을 목표로 한다.

― 센터 ‘든든’의 개소 배경은.

2016년부터 영화계 내 ‘성폭력 해시 태그 운동’ 등이 SNS를 중심으로 일어났다. 그때 문제의 심각성과 사안의 중요성을 느꼈다. 서울국제영화제에서 열린 포럼에 스웨덴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관계자가 왔는데, 스웨덴의 ‘여성영화인과 여성영화지원 방법’에 대한 발표를 듣고 너무 놀랐다. 세계적으로도 여성의 인권수준이 높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적극적인 지원이 있는 줄은 몰랐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한국여성 성평등 구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포럼이 열렸는데, 그때 영화계의 성평등한 환경 마련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2017년 초 영화진흥 위원회와 여성영화인모임이 상설기구 개소에 대해 논의했고, 운영방안을 고민했다. 한쪽에서는 2017년 6월부터 9월까지 남성을 포함한 현장영화인 800여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벌였고 연구진이 자료를 분석해 지난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 미투 운동 기간에 영화계에서 센터가 설립됐는데 심정은.

요즘에는 우리 사회에 미투 운동이 거의 혁명처럼 불어 닥치고 있다. 관계 정부기관에서도 이런 기관이 필요하다고 하고, 성폭력 방지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자부심을 갖는 것은 다른 대중문화 예술계에서 비해 영화계에서는 미리 준비해왔다는 것이다. 지금의 사회 변화나 바람에 발을 맞췄다기보다는 1~2년 전부터 중요성을 인식하고 나름대로 차분하게 준비했다.

― 개소 이후 달라진 점은.

개소 이후 신고 접수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10여건이 접수됐다. 시나리오 작가나 촬영감독 조합 등 영화계의 여러 단체 대표와 사무국장을 만나 센터 ‘든든’의 운영과 영화계와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 드렸다. 이에 대해 단체들이 적극 지지해 줬다. 특히 영화계 단체에서 순번을 정해 자문을 해주신다. 법률을 지원해 주는 변호사와 의사, 교수 등도 도움을 주신다. 현재 센터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센터가 제대로 일할 수 있게 내실을 다지고, 궁극적으로 영화계와 사회에 필요한 기구가 되겠다.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31
영화계 성평등 환경 조성 위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31

― 스웨덴과 영국의 여성영화인에 대 한 지원을 자세히 알려 달라.

‘세상의 인구 중 절반이 여성’이라는 말이 있듯, 스웨덴은 영화에서도 성평 등한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여긴다. 예를 들어 여성주의적 주제를 강하게 품고 있는 영화, 제작자가 여성감독이거나 여성 참여자 수가 많은 영화에 대해 펀드를 마련해 지원해 준다. 영국의 경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실시간으로 여성감독 수, 여성 제작자 수, 여성영화 수 등을 관객에게 공개한다. 영화통합전산망으로 실시간 예매율과 관객수를 공개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그래서 스웨덴, 영국, 호주 등은 인구의 절반이 여성인 것처럼 영화도 지금보다 훨씬 많은 여성영화인이 활약해야 하고, 영화도 더욱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놀랍게 생각할 정도로 공세적으로 여성영화인들을 지원하고 있었다.

― 국내에서 여성영화인의 진출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영화계뿐 아니라 한국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무지하고 부족하다. 또 남성중심적인 사고가 여전히 남아 있다. 감독이 남성이거나 남자주인공 위주의 시나리오는 투자받을 기회가 열려있지만, 여성감독은 영화제작 기회 자체를 제한 당한다. 수치 자료를 보면, 4년제 대학 영화과의 여성입학률은 44%다. 그 위의 기관인 영화아카데미 같은 영화전문교육기관의 경우 여학생의 진학률은 30~40%, 각 단편영화제 본선 여자감독의 진출은 20~30%, 독립영화계에 진출하는 여성감독은 15~20%, 상업 영화계 내에서 여성감독은 5%다. 이는 영화를 하고자하는 예비 여성영화인의 진입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수치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 할리우드보다 국내에서 미투 폭로가 적은 이유는.

한국 사회는 미국과 비교하면 여성에게 엄중하다고 할까. 예컨대 어떤 사회적 발언이나 문제가 되는 행동을 했을 때 여성 연예인이 비난받거나 하차하거나 사라지는 속도는 남자에 비해 빛처럼 빠르다. 영화계도 마찬가지다. 생존의 문제도 있기에 용감한 발언을 하기 힘들다. 결국 여배우는 목소리를 내기 힘든 것이다. 이에 여성영화인이 서로 더 연대하고 지지하고 의지해야 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우리가 같이 공유하고자 한다. 어려운 상황이 생겼을 때 지지하거나, 응원하는 상황이 생겼을 때 함께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미투가 곧 ‘위드유 (#With you)’가 되는 것이다.

― 센터에서 진행하는 예방교육은 어떻게 진행되나.

무엇이 성희롱적 발언이고 성폭력, 성추행적 행동인지 아는 게 중요하다. 보통 현장에서 이를 잘 모르기에 교육이 필요하다. 영화 제작 현장이나 영화제, 영화사에서 요청이 들어왔을 때 교육과정을 수료한 전문 강사가 교육을 할 예정이다.

― 성폭력 문제 보도에 대한 언론과 SNS에 대해.

성폭력에 대해 속보전이고, 선정적으로 이야기를 하다 보니 피해자들의 사연만 폭로하고 가해자에게는 제대로 질문하지 않고 있다. 이는 2차 가해를 발생시킨다. 성폭력 사건에 대한 엄중한 언론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SNS는 좋은 쪽과 나쁜 쪽의 의미가 동시에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미투 운동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2차 가해가 얼마나 나쁜지를 많은 사람이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

― 향후 계획은.

명필름 대표로 영화를 제작하는 것과 동시에, 센터 ‘든든’이 영화계 안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힘쏟을 예정이다. 센터를 운영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기관에서의 예산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 올해는 예방교육과 캠페인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축적되는 사례로 사례집도 만들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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