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 앳킨스 ‘쉭소리를 내는 자(위)’. 세실 에반스 ‘마음이 원하는 것’.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에드 앳킨스 ‘쉭소리를 내는 자(위)’. 세실 에반스 ‘마음이 원하는 것’.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백남준아트센터, 오는 6월 24일까지 개획전시 열어

디지털 시대 속 급변하는 人 감정에 질문 던져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한 사람이 혼자 말하는 건 그저 웅얼거림일 뿐이지만 여러 사람의 웅얼거림이 모이면 일렁거림으로 확장된다.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전은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이뤄지는 새로운 방식의 감정 흐름, 감각의 전이 현상에 대해 동시대 미술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22일부터 오는 6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김현정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와 김성은 삼성미술관 리움책임연구원이 함께 기획했다.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전은 최근 일어나고 있는 정치·사회적 변화 속에서 타인의 고통을 함께 느끼며 사회의 불의와 폭력에 저항하기 위해 자발적 공동체를 형성하고 행동을 끌어내는 감정의 흐름을 주목한다. 특히 새로운 방식으로 감각적 전이가 일어나고 있는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사회적 감정이 어떻게 형성되고 어떠한 양상으로 흘러가는지를 주목한다.

전시에 참여하는 이윤정, 권혜원, 세실 에반스 등 국내외 13명(팀)의 작가들은 영상·설치·사운드·퍼포먼스·디자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각자의 시선으로 감정의 형태와 움직임을 포착했다. 참여 작가들은 불안하거나 무력하게 느껴지는 오늘의 세상을 살아가는 마음들을 뜻 모를 웅얼거림으로 내뱉을 때 하나의 일렁거림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뜻을 전한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전시가 22일부터 오는 6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에 앞서 22일 오후 센터 내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가운데 권혜원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2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전시가 22일부터 오는 6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에 앞서 22일 오후 센터 내에서 기자간담회가 진행된 가운데 권혜원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2

 

전시의 제목대로 작가들은 작품을 통해 쉬지 않고 웅얼거린다.

영국의 에드 앳킨스 작가는 ‘쉭 소리를 내는 자(2015, 2채널 HD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21:51)’를 통해 디지털 시대의 불안한 감정이 어떻게 신체를 제어하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이 작품은 거대한 싱크홀 속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져버렸다는 미국 플로리다의 한 남자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작품에는 CGI 그래픽 기술을 활용해 극사실주의적으로 창조한 남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남성은 깊은 밤 평범하지만 어쩐지 기이하고 처연한 분위기의 방 안에서 슬픔과 고독과 욕망에 시달리는 듯한 표정을 보인다.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던 그는 갑자기 방 한구석에서 로르샤흐 심리 테스트 카드를 뒤적거린다.

함양아 ‘잠’.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함양아 ‘잠’. (제공: 백남준아트센터)

 

그러더니 컴퓨터 화면 속 백지상태와 같은 공간에 나타나 알몸으로 떠돌며 “미안해 나는 몰랐다”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 등을 반복적으로 중얼거린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처음인 듯 알 수 없는 노래를 읊조리더니 엄청난 굉음과 함께 방은 순식간에 구멍으로 무너져 내린다.

권혜원 작가는 과거 특정한 사건들과 기억이 남아 있는 장소들을 조사한 후 공식적인 기록에서 드러나지 않은 개인과 공간의 이야기를 포착해 재구성한 ‘바리케이드에서 만나요(2016·2018, 8채널 HD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10:47)’로 전시에 참여했다. 이 작품은 세계 각 지역 시위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로 저항했던 집단이 부른 대중가요와 구축한 바리케이드의 건축적 구성을 8개의 모니터와 스피커로 보여준다. 관람객은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넘버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부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까지 각 가사의 내용을 개별적으로 감상하며 자발적인 공동체를 이루도록 하는 연대의 가능성을 본다.

체육관은 공공을 위한 행사, 다양한 신체적 활동을 벌이거나 재난 발생 시 임시 대피소로 활용된다. 함양아 작가의 ‘잠(2016, 2채널 비디오 설치, 컬러, 사운드, 8:00)’ 속 체육관은 사회 시스템을 은유한다. 체육관 안은 ▲바닥에 어지럽게 놓인 매트에 누워 몸을 구부리고 자는 사람들 ▲감독관처럼 의자에 앉아 이 모습을 지켜보다가 잠드는 사람들 ▲주위에 서서 정리인지 통제인지 모를 행동을 하는 사람들 등으로 채워져 있다.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전시가 22일부터 오는 6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에 앞서 22일 오후 센터 내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2
[천지일보=이혜림 기자]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 기획전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 전시가 22일부터 오는 6월 24일까지 경기도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 개막에 앞서 22일 오후 센터 내에서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전시를 관람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2

 

영상 속 사람들은 명백하거나 획일적이지 않은 감정을 표현한다. 함 작가는 세월호 참사 등 비극적인 사건이나 위기에 빠진 상황을 마주한 개인들의 불안과 두려움을 작품에 담았다.

이외에도 최근 국내 미술 저널에서 선정한 동시대 미술가 45인에 이름을 올린 세실 에반스 작가의 ‘마음이 원하는 것’, 2017년 터너상 후보에 올랐던 로잘린 나샤시비 작가의 ‘가자의 기운’, 이그나스 크룽레비시우스 작가의 ‘심문’ 등 다양한 작품이 전시돼 있다.

또 전시 기간인 오는 5월 17~19일에는 보얀 죠르제프, 김남시(이화여대) 교수가 ‘마르크스주의의 은밀한 매력’이라는 제목의 퍼포먼스를 벌인다. 4~6월에는 참여작가와 큐레이터의 토크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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