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29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남북고위급회담을 열고 남북정상회담을 4월 27일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장소는 이달 초 대북특별사절단이 방북을 통해 남측 평화의집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바가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11년 만의 일이지만 남측에서 정상회담을 갖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한 노동당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넘어오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가슴 뭉클한 얘기다.
이번 남북고위급회담에서는 통일각과 남측의 평화의집 의미를 놓고 덕담을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소식이다.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김정일 위원장의 독려로 1985년 8월에 통일각이 완공됐다며 ‘통일은 제2의 민족해방의 날’이란 의미가 깃들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통일각은 민족통일을 열망하는 모든 국민의 마음의 상징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다. 지금 시점에서 통일을 언급하는 것이 다소 멀리 있는 얘기지만 통일각의 의미를 놓고 교감하려는 북한의 의지는 평가할 대목이다.

이에 우리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난번에 우리가 평화의집에서 회담을 했고 오늘 또 통일각에서 회담을 한다”며 “평화와 통일이 이렇게 연결되는 좋은 의미가 그 자체에서 있지 않겠는가 생각을 해봤다”고 화답했다. 평화와 통일, 이처럼 서로 연결되는 민족적 열망이 왜 이토록 오랫동안 서로를 고통스럽게 만들었는지 생각할수록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경이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찬바람 불었던 남북관계를 생각하면 아까운 세월만 보낸 것 같아 원통할 따름이다.
요즘은 창밖의 봄소식과 함께 남북관계에도 따뜻한 바람이 불어오니 참으로 다행스럽다는 생각이다. 약속했던 남북정상회담이 혹여 엇나가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지만 막상 날짜까지 잡히다보니 남북관계의 새로운 프로세스가 드디어 가시화되는 느낌이다. 그 새 ‘북중정상회담’까지 이뤄진 것도 놀랍고 반가운 일이다. 이제 미국이 좀 더 인내심을 갖고 전향적으로 나온다면 생각보다 좋은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그러나 아직 섣부른 예단이나 축배는 금물이다. 북한의 마음이 금세 변할 수도 있는 일이며 미국 트럼프 대통령도 갑자기 돌변할 수도 있는 일이다. 국가의 생존을 놓고 벌이는 외교 전쟁이다. 작은 성과에 들떠서 오버하는 언행은 자제해야 한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북한 변수를 지방선거 정국으로 끌어 들이는 일은 절대 금물이다. ‘선거용’이라는 딱지는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사실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시작에 불과하다. 눈앞의 선거나 정략의 도구로 삼는 일은 안 된다. 무엇보다 먼저 청와대와 민주당부터 이 문제를 당파적으로 접근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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