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난간에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과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한 설봉스님이 27일 농성을 중단하고 병원에 이송됐다. 선미모 측은 이날 오후 선학원 앞 시위를 중단하고 해산했다. 앞서 26일 설봉스님 시위에 동참한 비구니스님들이 법진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서울 한국근대불교문화기념관 2층 난간에서 ‘선학원 이사장 법진스님과 이사들의 사퇴’를 요구하며 단식 농성한 설봉스님이 27일 농성을 중단하고 병원에 이송됐다. 선미모 측은 이날 오후 선학원 앞 시위를 중단하고 해산했다. 앞서 26일 설봉스님 시위에 동참한 비구니스님들이 법진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법진스님 퇴진” 설봉스님 단식 7일만에 중단 병원 이송
선학원 “선미모, 조계종과 뒷거래하는 소수 불만세력에 불과”
조계종 “(단식농성) 종단이 배후조종 주장… 전혀 사실 아냐”

[천지일보=박준성 기자] 재단법인 선학원과 일부 분원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선학원미래를생각하는분원장모임(선미모)’ 간 갈등이 비방을 넘어 단식농성까지 이어지면서 커지고 있다. 무기한 단식을 선언(지난 21일)했던 고령의 설봉스님은 주위의 설득을 받아들여 일주일 만에 농성을 풀고 병원에 이송됐다. 선미모 기원정사 설봉스님이 단식을 중단하자, 선미모 측도 27일 오후 선학원 앞 시위를 중단, 해산했다.

선학원 범행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선미모 측의 기습 시위에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 목적이 재단 정상화가 아닌 분열에 있다고 쏘아부쳤다. 또한 외부 세력(전국비구니회, 조계종 등)의 사주를 받은 계획된 농성이란 의심이 짙다고 비판했다.

선학원 범행단에 따르면 600개 분원과 포교원을 가진 선학원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선미모 측 분원은 20여곳이다. 소수의 세력이 선학원의 모든 분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범행단의 주장이다.

범행단은 “‘선학원의 미래를 생각하는 분원장 모임’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쓰면서도 일거수일투족 조계종과 뒷거래를 하면서 선학원을 폄하하고 망치는 데 앞장서온 소수 불만 세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단에 적대적인 조계종 기관지와 악의적인 보도를 일삼는 언론의 비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은 저들(선미모)이 조계종의 사주에 따라 움직이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입증해 준다”면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재단의 분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선학원 법진이사장과 이사진 총사퇴”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하던 설봉스님은 앞서 농성 이유와 입장을 냈다. 설봉스님은 “나는 법진스님 개인에게는 어떠한 사적 감정도 없다. 공직 사퇴를 주장하는 것은 법진스님이 이사장으로서 자격이 없기 때문”이라며 “성추행으로 징역형까지 받은 사람은 승려자격도 없다고 할 것인데 어떻게 이사장을 할 수 있겠나. 이것은 상식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스님은 올해 1월 법진이사장 성추행 1심 판결을 주된 이유로 들었다.

선미모 스님들이 선학원 법인이사장과 이사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선미모 스님들이 선학원 법인이사장과 이사진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6

하지만 선학원 관계자는 범법(법을 어김) 행위에 따른 사퇴 요구뿐 아니라 기존에 조계종 측과 선미모, 전국비구니회 입장과 같은 요구를 했다고 주장했다. 선학원 기관지 불교저널은 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설봉스님이 수년 전 있었던 재단 사무행정에 대한 불만과 함께 ▲조계종 총무원장이 재단 이사 중 2인을 지명토록 할 것 ▲정관에 ‘조계종 종지·종통을 봉대한다’는 내용을 삽입할 것 등 조계종의 입장을 대변했다는 것이다.

실제 조계종선학원정상화추진위와 선미모, 조계종 전국비구니회(회장 육문)는 지난 2016년 3월말 ‘3자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전국비구니회는 회원 6000여 비구니스님 중 20%가량이 선학원 소속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동참했다.

3자 합의서 핵심 골자가 ▲선학원 정관의 조계종 종지종통 봉대 조항 복구 ▲선학원 재단임원 자격의 조계종 승려 조항 원상복구, ▲선학원 이사 1/3 조계종 총무원장 추천 등이었다. 26일 선미모 총무 심원스님도 이 같은 내용의 요구 사항은 현재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설봉스님 단식농성은 앞에선 범법 행위자의 책임있는 행동을 요구하면서도 실제로는 선미모와 조계종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습 시위이자 농성에 불과하다는 게 선학원 측의 주장이며 설득력이 없지 않다.

선미모 측은 27일 오후 선학원 앞 시위를 중단하고 해산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8
선미모 측은 27일 오후 선학원 앞 시위를 중단하고 해산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8

선학원과 선미모 간 갈등보다 더 깊은 문제는 조계종과 선학원의 갈등이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 2013년 조계종이 재단법인법을 제정하자 이에 반발한 선학원이 ‘조계종 탈종’을 선언하고 단독 법인으로 활동하면서부터다. 이후 조계종과 선학원은 사찰운영권을 둘러싸고 법정다툼 등 마찰을 빚어 왔다. 이런 가운데 법진스님의 여직원 성추행 논란이 터지면서, 선학원과 조계종 간 갈등 국면이 새롭게 전개되고 있다.

조계종은 27일 기획실장 금산스님 명의로 발표한 입장문에서 선학원의 주장을 반박했다. 금산스님은 “선학원은 이번 사태(단식농성)를 마치 조계종이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있다”며 “전혀 사실이 아니며 명백한 허위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법인법에 등록하면 선학원 독자성이 상실된다는 주장도 전혀 근거 없다”며 “조계종의 ‘법인관리 및 지원에 관한 법(재단법인법)’을 명확하게 확인해 허위주장에 대한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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