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이지솔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5일 오후 서울 동대문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88선언 30주년 기념국제협의회’에서 ‘한반도 평화통일을 향한 에큐메니칼 여정’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5

“한국기독교 치부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지만… ”

[천지일보=강수경 기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이홍정 목사)가 제주 4.3사건 현장을 방문해 기념식수를 했다. NCCK는 ‘2018년 부활절 맞이 고난주간 고난의 현장 방문’을 주제로 지난 28일 제주도를 찾았다.

NCCK는 기념식수문을 통해 “4.3사건이 발생한 지 70년이 지났다”며 “의귀국민학교의 비극도 69년이 지났다. 정부도 종교도 시민사회도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지만 유독 시간만은 자기 역할을 묵묵히 해왔습니다. 가슴에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이 차오르는 것을 피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4.3사건 전체의 역사를 생각할 때 가해자와 피해자가 함께 추모되고 있는 이곳은 특히 우리 기독교인들에게 더욱 큰 책망으로 다가온다”고 소회했다.

NCCK는 “한국 기독교는 4.3사건에서 외면할 수 없는 죄과를 범했다”며 “물론 4.3사건의 본질은 국가권력에 의한 민간인 학살이지만 그 학살의 한가운데 당시 기독교의 대표적인 인물과 집단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것은 이제 가릴 수 없는 역사적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뿐 아니라 이후에도 이러한 범죄를 고백하거나 사과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이데올로기적 잣대로 4.3사건을 폄하해왔다. 우리는 이 곳 제주에서 반공을 신학적으로 정당화하며 너무 많은 이들을 죽였고 수치스러운 행위들을 합리화하면서 오랫동안 유족들에게 차마 못할 짓을 해왔다”고 되짚었다.

NCCK는 “뉘우침 없는 가해자들을 향해 먼저 용서를 건네는 유족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기독교인들이 2000년이 넘게 추구해왔던 거룩함의 모범을 발견한다”고 말했다.

NCCK는 “4.3사건의 진상을 규명하는 일에 동참하겠다”며 “진실과 화해를 위하여 제주민들이 한국기독교에 기대하는 바를 경청하고 이를 선교과제로 삼겠다. 그것은 우리의 치부를 드러내는 부끄러운 일이 되겠지만 자신의 죄에서 눈을 돌리고 이웃과 화해하지 못한 상태로 하나님의 은총을 구하는 참람한 태도에는 비할 바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