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감내게줄당기기(출처: 문화재청)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필리핀 줄다리기, 캄보디아 줄다리기, 베트남 줄다리기 사진
우리나라의 감내게줄당기기(출처: 문화재청),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필리핀 줄다리기, 캄보디아 줄다리기, 베트남 줄다리기 사진

겨울 지나고 농사 앞둔 3~4월
줄다리기로 ‘풍년·평안’ 기원
한국·캄보디아·필리핀·베트남
2015년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

[천지일보=장수경 기자]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놀이인 ‘줄다리기’. 해마다 겨울이 지나고 농사를 준비하는 계절인 3~4월이 되면 줄다리기가 시작된다.

우리 선조들도 풍요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줄다리기를 했다. ‘기지시줄다리기’ ‘영산줄다리기’ 등 지역적 특성을 담은 줄다리기는 오늘날 꾸준히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

줄다리기는 2015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캄보디아와 베트남, 필리핀 등이 참여한 국가 간 공동 등재로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협동놀이의 대명사라 해도 될 국내외 줄다리기의 특징을 알아봤다.

◆한국의 줄다리기

한국의 줄다리기는 마을 공동체의 사람들이 모두 참여해 공동체의 화합을 도모하는 대동놀이이자, 동시에 한해의 풍년과 평안을 기원하던 전통 의례였다. 이는 비슷한 공동체 사회였던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모두 마찬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한국을 포함해 3개국에서 줄다리기가 행해진 이유는 이들 지역에서 벼농사가 크게 발달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4개국 모두 주로 한해의 농사를 시작하거나 구분하는 기점에서 줄다리기가 행해졌다.

우리나라에서 줄다리기가 행해진 시기는 분명치 않지만, 15세기에 편찬된 ‘동국여지승람’에 처음으로 줄다리기가 논농사 비중이 큰 중부 이남 지역에서 성행한 놀이라고 기록돼 있다.

조선 후기 ‘동국세시기’에는 정월과 8월의 줄다리기에 대한 기록이 나오는데, 대체로 줄다리기를 정월대보름 행사로 기록하고 있다. 내용을 보면 편을 갈라 당기는데, 이긴 편이 풍년이 든다고 여겼다. 이로보아 조선 중기에는 줄다리기가 행해졌음을 알 수 있는데 그이전의 전승 시기는 명확치 않다. ‘영산 줄다리기’와 ‘의령 큰줄댕기기’는 원래 정월대보름 행사인데 일제 강점기를 지나며 중단됐다가 재개되면서 영산 줄다리기는 3.1민속문화제 때, 의령 큰줄댕기기는 1975년부터 의병제전의 부대행사로 치러졌다. 당진 기지시줄다리기는 매년 4월 진행하고 있다.

‘감내게 줄당기기’는 정월대보름, 7월 백중(음력 7월 15일)과 밀양아리랑대축제 등 지역 행사에서 정기적으로 연행되고 있다.

◆캄보디아, 필리핀, 베트남 특징

캄보디아는 4월 중순 새해맞이 축제기간을 전후한 사흘 동안에 전국적으로 줄다리기가 행해진다. 캄보디아는 줄다리기를 통해 줄이 끊어지게 되는데, 이는 새로운 1년, 새로운 경작의 시작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줄다리기는 그 새로운 주기가 풍요롭고 평안하도록 기원하는 의미를 가지며, 공동체의 청년층과 장년층이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필리핀은 가을 수확 후 치러진다. 필리핀의 줄다리기는 신들에게 수확에 대한 감사와 1년 동안의 지속적 축복을 바라는 공동체 기원이 담긴 제의 행사다. 필리핀 역시 기존 농사 주기의 끝과 동시에 새로운 농사 주기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가 있다.

또 연장자의 인솔로 제의와 줄다리기에 참여하며 청년층이 전통을 계승하고, 공동체가 결속하는 계기를 제공한다.

베트남은 지역에 따라 다른데 사계절이 분명한 북쪽에서는 농사짓기 전에 줄다리기를 하는 반면 우기와 건기로 1년을 구분하고 남쪽에서는 고정돼 있지 않다. 베트남은 줄이 해를 상징하며 동서로 나눈 팀 중 해가 뜨는 동쪽 팀이 이겨야 좋다고 한다. 두 패를 강으로 따지면 상류와 하류가 되고 이때는 강의 근원인 상류가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하고, 남녀로 나누는 경우 여자가 이겨야 좋다고 한다.

즉 풍작을 기원하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드러내는 의례적 성격을 담고 있다. 이처럼 줄다리기는 대부분 공동체구성원의 참여로 진행되며, 이 같은 참여는 줄다리기를 통한 공동체의 결속, 정체성 강화와 줄다리기의 지속성을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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