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클린턴 남중국해 발언 등 '공세'
中,남중국해 적극대응..한미훈련에 '톤 다운'

(베이징=연합뉴스) 미국과 중국간 군사갈등이 한미 동.서해 합동군사훈련에 이어 남중국해 문제까지 전방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선 미국의 '공세'가 눈에 띈다. 미 행정부는 중국의 우려에 괘념하지 않은 채 자국 항모인 조지 워싱턴호를 지난 25일 동해로 파견해 한국과 사상 최대의 연합훈련에 돌입했는가 하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남중국해와 관련해 잇따라 중국을 자극하고 나섰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2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포럼(ARF) 연설에서 남중국해 영토분쟁 해결이 이 지역 안정의 중심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25일에는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자유롭게 항해하고 아시아의 공동수역에 제한 없이 접근하는데 국가적인 이해를 갖고 있으며 남중국에서 국제법을 존중한다"고 주장한 것.

석유수송로인 말라카 해협과 연결된 남중국해에 미국도 이해관계가 있는 만큼 끼어야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중국의 기세도 만만치 않다. 중국은 특히 클린턴 장관의 남중국해 발언에 포화를 집중하고 있다.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외교부 웹사이트를 통해 영토분쟁 지역인 남중국해를 국제이슈화하려고 들지 말라고 경고했다.

중국과 인접한 베트남, 말레이시아, 브루나이, 필리핀 등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남사군도와 서사군도는 지역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여기에 미국이 끼지 말라고 주장을 편 것이다. 양 부장은 그러면서도 남중국해가 석유수송 해상항로여서 미국도 이해관계가 있다는 클린턴 장관의 주장은 외면했다.

미중 외교장관 간의 이런 설전 배경에는 남중국해가 대만, 티베트와 더불어 자국의 핵심이익이라고 주장하는 중국과 공해인 남중국해를 독점하려는 어떤 행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미국의 인식 차이가 자리잡고 있다.

중국은 26일자 환구시보와 차이나데일리, 세계신문보 등 관영 영자지를 통해 남중국해에 대해 자국의 '입장'을 보다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들 매체는 사설과 머리기사를 통해 "최근 클린턴 장관의 남중국해 발언은 관련 분쟁에 개입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남중국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남중국해 분쟁을 확대해 중국을 압박하려는 목적으로 남사군도와 서사군도에 '중재'가 필요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면서 남중국해 인접국들에게 미국의 개입을 허락해선 안되며 당사국간에 인내심을 갖고 대화로 영유권 분쟁을 풀어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한미 동.서해 합동군사훈련에 대해 반발의 목소리를 다소 조절하는 분위기를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한미 동해 군사훈련이 시작된 25일 중국 외교부는 정작 공식 논평을 하지 않았다.

군사훈련이 예고되면서 그간 중국 외교부가 여러차례 "외국 군함과 군용기가 황해(서해) 및 기타 중국 근해에 진입해 중국의 안보이익에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것에 결연히 반대한다"고 주장해온 점을 두고 볼 때 다소 의외였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중국의 관영언론도 이번 훈련이 34년만에 한미연합훈련사상 최대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조지 워싱턴호를 포함해 훈련에 참가하는 군함과 전투기 등 규모와 전력을 상세하게 소개했고 실제로는 중국을 노린 훈련이라는 의구심도 드러냈지만 비난의 수위는 이전과 비교할 때 그다지 높지 않았다.

특히 한미 훈련에 대해 '보복성전' 등의 강경대응을 주장하는 북한의 반응을 집중적으로 보도해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한반도에서 남중국해까지 자국 동해안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미국과의 군사적 갈등과 관련해 사안별로 핵심이익과 비(非) 핵심이익을 구분해 '힘 조절'에 들어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다시말해 한미 동해 군사훈련의 경우 중국 영해가 아닌 동해에서 이뤄지는 만큼 과도한 대응을 피하되 이미 핵심이익권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남중국해에 대해서는 대치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미 행정부가 지난 21일 한미 외교.국방장관(2+2) 회담이후 북한으로의 불법적인 자금 유입을 끊는 대북 금융제재 의지를 밝힌 가운데 중국이 지난 2005년 방코델타아시아(BDA) 사건 때처럼 그 유탄을 맞을 수도 있다고 보고 미국과의 대치를 가능하면 줄이면서 '관망'에 들어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지난 2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1718위원회'(일명 대북제재위원회)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은행들이 12개국 은행 17곳에 모두 37개의 계좌를 열어 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7개 계좌가 중국계 은행에 개설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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