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공관철수에 선교사까지 장기억류
외교부 "일시 업무중단" 해명에도 의문 시각

(서울=연합뉴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는 한국과 리비아 관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주한 리비아 공관이 지난달 하순 돌연 철수한데 이어 현지에서 선교활동 중이던 한국인 목사가 사상 처음으로 체포돼 장기 억류되는 사태가 빚어진 탓이다.

외교 당국자들은 "공관 철수는 일시적인 업무중단으로 보이며 현지 기업활동에도 특이 사항이 없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외교가에서는 양국관계에 무언가 중대한 문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들이 무성하다.

무엇보다도 주한 리비아 경제협력대표부(Economic Operation Bereau)가 지난달 24일 영사 업무를 중단하고 공관을 철수한 배경이 의아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교관계를 수립한 지 30년을 맞는 양국은 경협 규모와 인적교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대 리비아 건설수주액은 작년 기준으로 31억 달러(21건)로 '4대 건설시장'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현대건설이 1조4천800억원 규모의 화력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하기도 했으며 현재 40억 달러 규모의 '트리폴리 도시철도 사업'이라는 초대형 프로젝트 수주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는 포스코.롯데.코오롱건설.삼부토건.엠코.대우인터내셔널.동명기술공단.철도공사.토템 등이 한국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간 경협이 활발해지는 상황에서 리비아측이 돌연 외교공관을 철수하고 영사업무를 중단하는데 또 다른 배경이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리비아와 사업을 하고 있는 한 기업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영사업무가 중단된 이후 기업들이 납품 수주 등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고 호소했다.

또 우리 정부에 사전통고 절차 없이 일방적으로 공관을 철수한 것도 외교적으로 적절치 못한 처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외교부 김영선 대변인은 "정식으로 폐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공식 통보가 없었던 것으로 이해된다"며 "정확한 경위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구모 목사와 이를 도운 농장주 전모씨가 돌연 불법선교 혐의로 체포된 경위에도 의문이 뒤따른다. 리비아는 이슬람 국가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선교와 관련해 타종교 선교사를 구속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하는 사례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구 목사의 경우 실제 구속기간이 한 달이 넘은 것으로 알려진데다 영사접근권까지 허용하지 않고 있어 더욱 의문을 키우고 있다. 통상 현지당국의 조사가 끝나면 신병을 우리측에 넘기는게 일반적인 외교관례다.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지난 6일부터 13일까지 대통령 특사자격으로 리비아를 방문한 것도 양국관계의 이 같은 이상기류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 외교가에서 제기되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리비아를 방문한 이 의원은 바그다니 마흐무디 리비아 총리를 무려 세차례나 만났으나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와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이달초 보도자료를 내고 이 의원이 카다피 국가원수를 만나 올해 한-리비아 수교 30주년을 계기로 양국간 우호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우리 기업의 리비아 인프라 건설사업 진출을 희망하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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