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28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고석규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 위원장(왼쪽)이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출처: 연합뉴스) 

“당시 교육부, 국정화 비밀 TF 구성해 여론 조성 활동”

“국정화, 위헌·위법·편법 총동원돼 국정 농단한 사건”

진상조사위, 청와대·교육부 관련자 25명 수사의뢰 예정

[천지일보=김빛이나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진상을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서 기획하고 강행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진상조사위, 위원장 고석규)는 28일 세종특별자치시 정부세종청사 14동 기자브리핑실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가 교육부 관련 문건 복원과 관련자 면담을 통해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독단적으로 기획하고 결정·추진했다.

이 과정에서는 ▲불법적인 국정화 여론 조성·조작 ▲국정화 비밀TF 부당 운영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 의견서 조작 ▲청와대 개입에 따른 역사교과서 국정화 홍보비 부당 처리 ▲교과서 편찬·집필 과정의 부당 등 위법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청와대는 여당(당시 새누리당), 교육부, 관변단체 등을 총동원해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했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가 교과서 편찬과 내용 수정과 같은 세부적인 사안까지 일일이 점검하고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이와 함께 교육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적극 동조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청와대의 국정화 논리를 홍보하고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등의 기관을 동원해 실무적으로 뒷받침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2013년 10월 18일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교과서 검인정 체제 강화를 위한 조직 설치’를 지시했고, 2014년 1월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 “아이들이 편향된 인식을 가져서는 안 되며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발언하는 등 역사교과서에 대한 개입의지를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2013년 10월 14일 국정감사에서도 새누리당 의원들 다수가 국정교과서를 주장하는 발언을 했는데 이에 대해 교육부가 발언 요지와 토론 자료 등을 지원한 정황도 확인됐다.

2015년 초부터는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김정배를 임명하는 등 국정화를 위한 인사 작업이 시행됐다.

교육부 역사교육지원팀은 2015년 7월부터 국정화를 강행하기 위한 세부 실행계획을 수립했고, 같은 해 10월 12일 교육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행정예고를 실시했다. 교육부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에 의해 국정화 비밀 TF를 구성했고, 국정화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계획을 추진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예산은 2015년 10월 12일 교육부가 기획재정부에 예비비를 신청한 후 이례적으로 하루 만에 대통령에 의해 최종 승인됐다.

예비비 44억원 중 24억 8000만원이 홍보비에 사용됐는데,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주재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을 국정화 비밀 TF가 집행했고, 이 과정 중 국가계약법·총리령 등을 위반했다.

청와대는 편찬심의위원 선정과정에도 개입해 편찬심의위원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무관하게 편찬심의 위원을 낙점했다. 이렇게 선정된 편찬심의 위원은 편찬심의회를 주도해 편찬기준에도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파악됐다.

진상조사위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은 박근혜 정부가 민주적 절차를 무력화시키면서 위헌·위법·편법을 총동원해 자율적이고,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할 역사교과서 편찬에 직접 개입해 국정을 농단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면서 거의 모든 역사학자들과 역사교사들의 반대는 물론 대다수 국민의 반대를 무시했고, 그 과정에서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고 학생과 학부모·교사와 역사학자를 포함한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했다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결론이다.

또 진상조사위는 당시 교육부는 초기부터 단지 ‘청와대 지시’, ‘장·차관의 지시’라는 이유로 많은 위법행위를 기획하고 실천했고, 이는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익을 추구해야할 책무를 잊어버린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와 더불어 진상조사 결과 잘못이 드러난 인사들에 대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고, 교육부가 앞으로 조직문화를 민주적으로 혁신하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권고했다.

진상조사위는 이병기 전 비서실장과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 김정배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 전·현직 교육부 공무원, 민간인 등 25명 안팎에 대해 직권남용과 배임, 횡령 등 혐의로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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