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의 개헌안이 국회로 넘겨졌다.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한 것은 유신헌법과 대통령 간선제를 골자로 한 5공화국헌법에 이어 세 번째다. 현행헌법에 따라 개헌안이 공고된 지 60일 이내인 5월 24일까지 국회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국민투표로 이어질 수 있는바, 38년 만에 대통령에 의해 발의된 개헌안이 여소야대인 현 국회에서 여야가 원만하게 합의하지 못할 경우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여당이 대야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되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동조하지 않고 있어 그 향배를 가늠할 수가 없다.

이번 개헌안은 문재인 대통령이 6.13지방선거와 동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대선공약을 지키기 위해 이루어졌다. 하지만 개헌안이 국민투표에 붙여지려면 국회의결이 필수적인바, 야당이 반대하는 가운데 정부 개헌안이 발의됐으니 앞으로 두 달 가량 정치권은 개헌 공방전으로 시끄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여야가 국회 교섭단체 개헌 협상에서 권력 구조 개편 등에서 원만히 합의되지 못한다면 정치권에서 네 탓 공방으로 국론이 분열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야권과 일부 헌법학자들은 대통령 발의 개헌안에 대한 절차상의 위헌성을 지적하고 있다. 정부 발의 개헌안은 소관부처인 법무부가 헌법안 기초를 만들어 법제처 심의 후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이 서명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데, 청와대가 만들어 그 대강을 국민에게 공지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일련의 과정은 입법 예고, 충분한 논의 등 적격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 발의 개헌안보다는 정치권이 합의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의원이 발의한 개헌안이 민주주의 원리에도 더 적합하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은 지켜져야 한다. 그렇더라도 국가 기본규범인 헌법 개정은 충분한 정치권의 논의를 거친 여야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 그 이유는 시기상 문제보다 헌법이 갖는 국민기본권, 권력구조 등 중추적 내용이 더 우선시되고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본지에서는 청와대에서 개헌안 발의 조짐이 있은 후 5차례에 걸쳐 사설을 통해 국가 기본규범인 헌법의 중요성과 개헌에 있어 정치적 합의 등을 강조해왔던 것이다. 한번 개정되면 언제 또 고쳐질지 모를 헌법에 대한 존엄성을 깨우쳐 정치권에서는 진중(珍重)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이처럼 ‘국민투표법’의 개정 없이는 개헌 국민투표 실시가 불가능한 만큼 여야는 앞으로 개헌 협상을 진행하면서 ‘국민투표법’ 개정을 위한 논의를 병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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