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자율주행차는 4차 산업혁명의 총아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분야이다. 전 세계가 서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자동차업계는 물론 첨단 IT기업까지 개발과 상용화에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한국도 2016년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을 허용했고 지난해에는 자율주행차 조기 상용화를 위해 정부주도로 전담조직까지 만들었다.

자율주행차 개발과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던 업계가 갑작스러운 난관에 부딪혔다. 최근 세계 최대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Uber)’가 미국 애리조나에서 자율주행차 시험운행을 하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40대 여성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우버를 비롯해 구글의 계열사 웨이모, 중국 바이두, GM·포드·BMW·도요타 등 전 세계 50여 업체가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서 테스트하고 있지만 보행자를 치어 사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버는 사고 발생 직후 다라 코스로샤히 최고경영자(CEO)가 “비극적인 사고”라며 “당국의 조사에 철저히 협조해 사고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애리조나 피닉스, 캘리포니아 샌프란시스코, 펜실베니아 피츠버그,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하던 자율주행차 시험주행을 전면 중단했다. 미국 미시간·캘리포니아 자율주행 시험 운전, ‘토요타’와 보스턴에서 진행 중이던 ‘누토노미’도 일시 중단을 결정했다.

지금까지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업체들은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고 주장해 왔다. 교통법규를 절대 어기지 않고 주변 상황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는 물체 인식 센서와 레이더 등의 첨단 보조장치와 인공지능(AI) 덕분에 위험을 사람보다 더 빨리 감지하고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업체들이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하면서 자율주행차 관련 사고가 늘어났지만 그동안은 대부분이 경미한 접촉 사고에 그쳤다.

하지만 보행자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자율주행차의 신뢰성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고 자율주행차의 개발과 운행에 대한 각종 비판 여론이 들끓고 있다. 안전과 신뢰 확보가 되기 전에는 규제 완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 차량이 도로를 달리지 못하도록 안정성이 입증될 때까지 공공도로에서의 시험운행은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술 개발의 속도보다는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이유로 자율주행 연구개발은 당분간 지체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시각 확보가 어렵거나 열악한 도로 환경에서 사람 운전자는 동요할 수 있지만 자율자동차는 360도 주변을 감지하고 사람 운전자보다 더 많은 정보를 분석해 당황하거나 운전에 방해받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의 부주의나 잘못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94%인 점을 감안할 때 더 안전한 교통을 위해선 자율주행 기술이 꼭 필요하고 기술이 발전하면 사람 운전자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우버 차량의 보행자 사망사고는 자율주행차 사고 시 책임문제와 관련된 이슈들도 본격적으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독일과 같이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을 운전자에게 부담시키고 자동차제조사의 책임을 면책시킬 것인가 아니면 미국의 입법례처럼 자동차업체들이 안전성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개발하도록 해서 자율주행차를 구입한 소비자가 불합리하게 사고발생책임을 떠안지 않도록 할 것이지에 대한 논쟁도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지면 사람이 운전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한국 정부도 이번 사고를 계기로 자율주행차의 시험운행 기준과 원칙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고 시 책임 소재나 보험 처리 문제 등을 논의해야 한다.

그러나 자율주행은 아직 미완성 기술이지만 이번 사고로 자율주행차 개발에 제동이 걸리면 곤란하다. 오히려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투자와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관련 법안, 규범, 보험 등 법과 제도 마련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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