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팔짱을 낀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작년 11월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참석해 팔짱을 낀 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연설을 듣고 있다.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앞으로 있을 많은 조치 중 첫번째(미국).”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중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중국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세계 경제대국 1, 2위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 점화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이번 사태에 대해 미국이 중국에 무차별 살상무기인 집속탄을 투하한 격이라고 평가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지난해 중국산 일부 품목에 줄줄이 내놓았던 규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대중 불공정 무역을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중국에 대한 통상 공격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지난해 3월 무역적자 원인 규명과 반덤핑관세·특별상계관세 추징 강화를 시작으로 4월 수입 철강·알루미늄의 국가안보 영향 조사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으며 5, 6월에는 각각 외국산 태양광 패널과 세탁기에 대한 세이프가드 조사를 통해 올 1월에 세이프가드를 결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적자가 지난해 3752억 달러로 전체 무역적자 5660억 달러의 절반을 웃돌았다고 밝히며 연간 500억 달러(약 54조원) 정도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또 “앞으로 있을 많은 조치들의 첫번째 조치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텔레그래프는 1930년 미국 ‘스무트-하릴 관세법’ 이후 가장 극적인 무역 제재라고 전했다. 스무트-하릴 관세법은 외국 상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기업을 일시적으로 보호했으나 결국 미국에 수출하는 국가들의 경제를 위축시켰고, 이는 미국 상품의 외국 수출 감소로 이어져 대공황의 장기화를 불렀다.

미중 간 무역전쟁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확산하면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회복세에 접어든 세계 경제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미 중국이 즉각 대응에 나서면서 관세 표적으로 오른 돼지고기 값이 국제 상품 시장에서 사상 최저치로 급락하는 등 여파가 가시화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상품 시장 가격’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돼지고기 선물 가격이 6월물 기준으로 지난 23일 하루 만에 4.3% 낙폭을 보였다. 중국이 대미 보복 관세를 매길 품목으로 돼지고기를 포함한 농축산물을 정조준하면서 거래상들 사이에 불확실성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즉각 미국산 돼지고기를 포함한 128개 품목에 보복 관세를 경고했다. 동시에 중국이 미국에서 대거 수입해오는 소고기와 곡물 시장도 주저 최저치를 보이며 출렁이고 있다.

이에 인플레이션을 자극하지 않을 수준의 견고하고 꾸준한 경제 성장인 이른바 ‘골디락스’ 시나리오가 뒤집힐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미중 무역전쟁이 아직 발발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센터(CCG) 허웨이원 고급연구원은 24일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에 “중국과 미국의 무역 조치 발표와 실행 과정을 보면 정확하게는 아직 중미 무역전쟁은 발발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허 연구원은 “미국 측은 아직 구체적인 리스트나 세율을 밝히지는 않았다”면서 “중국이 미국의 301조 조사에 따른 제재에 대응해 구체적인 조처를 한다 해도 무역전쟁은 국지전일 뿐이지 전면전으로 확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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