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일 MSL 16강 첫 승을 거둔 뒤, 천지일보를 들고 포즈를 취하는 이제동 선수 ⓒ천지일보(뉴스천지)

F조 김대엽‧H조 박지수도 기분 좋은 출발

[천지일보=송범석 기자] 빅파일 MSL 2010 16강 C F H B조의 1차전 경기에서 개인전 승률 랭킹 1‧2위인 이제동(화승, 저그)과 이영호(KT, 테란)가 나란히 첫 승을 거두며 8강을 향한 순조로운 항해를 시작했다.

◇ 폭군의 ‘피구름’ 프로토스의 자존심을 짓밟다
이제동의 상대는 저그전 최다승(9승)을 거두고 있는 김구현(STX, 프로토스)이었다. 김구현은 프로토스 유저라면 누구나 겪는 저그전의 악몽을 극복한 몇 안 되는 선수 중 한 명으로, 두 선수의 경기는 이날 치러진 경기 중 가장 비중이 큰 게임이었다.

초반, 김구현(7시)이 무난한 선포지 더블넥을 가져가자 이제동(1시)도 박자를 맞춰가며 앞마당과 12시에 해처리를 폈다. 이어 빠른 스파이어 테크를 탄 이제동은 프로토스 입구에 틈이 보이자 저글링 난입을 시도해 쏠쏠한 재미를 본 뒤, 꾸준히 저글링을 보내 입구를 두드리며 공포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에 김구현은 커세어와 소수 질럿 그리고 다크를 태운 셔틀 드랍으로 활로를 모색했으나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연탄밭 조이기(러커를 산개 버로우시켜 입구를 막는 것)를 당하면서 답답한 경기를 풀어나갔다. 결국 김구현은 선택의 여지없이 6시 멀티를 가져가면서 한방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

이후 공은 다시 김구현에게 넘어온다. 김구현은 막힌 입구 대신 6시 멀티에 나 있는 좁은 길로 병력을 우회해 중앙으로 진출하는 데 성공한다. 이제동이 돌아 나오는 병력을 너무 늦게 발견하면서 김구현의 병력이 센터에 무혈입성한 것. 이어 센터에서 벌어진 대규모 싸움에서 김구현이 승리했고, 이제 기세는 프로토스 쪽으로 넘어오는 듯 했다.

그러나 다시 재역전이 이뤄졌다. 엄청난 한방 병력을 모은 김구현은 무자비한 사이오닉 스톰으로 저그 유닛을 녹여가며 진군했지만, 물량이 제때 나오지 않는 바람에 디파일러를 동반한 저글링과 러커에 밀리고 말았다.

이제동은 디파일러 체제가 갖춰지자 집요하게 프로토스의 본진을 공격했다. 수많은 포토 캐논과 프로토스의 유닛은 디파일러의 ‘피구름(다크스웜)’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져 내렸다. 폭군이 뿌린 피구름 속에서 인정사정없이 할퀴어 대는 저글링의 발톱은 ‘공포’ 그 자체였다.

본진 테크가 무너진 뒤 김구현은 7시에 새살림을 차리고 리버와 포토 캐논으로 후일을 기약하지만, 영리한 이제동이 리버와 캐논의 극상성인 가디언을 뽑으면서 결국 게임이 마무리된다.

이제동은 이날 경기에 대해 “6시 우회 병력을 놓치는 바람에 굉장한 위기를 겪었다. 상대가 병력을 계속 뽑지 못하게 시선을 분산시키면서 타이밍을 벌었던 게 역전의 발판이 됐다”고 밝혔다.

◇이영호 ‘팀킬’… 맵핵 같은 감각은 여전
이영호의 상대는 같은 팀 선수인 우정호(KT, 프로토스)였다. 프로토스가 테란에게 상성상 유리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동안 ‘최종병기’에게 그런 상성은 의미가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먼저 승부수를 던진 사람은 우정호였다. 대범하게 상대 본진 주위에 전진 게이트를 한 우정호는 가스러쉬 등으로 시선을 끌며 이영호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연기를 했으나 먹혀들지 않았다. 이영호는 순전히 감으로 가지 않아도 되는 곳에 SCV를 보내 전진게이트를 발견했고, 미리 지어놓은 투배럭에서 나온 마린으로 질럿을 몰아내는 데 성공한다.

우정호는 대안으로 다크를 선택했지만, 예측을 한 이영호가 마인을 촘촘히 박으면서 전혀 먹혀들지 않았다. 이미 벌처에 프로브를 많이 잃은 우정호는 끝까지 분투했으나, 밀려오는 탱크와 벌처를 막지 못하고 GG를 선언한다.

◇김대엽‧박지수 8강에 한 발짝
김대엽(KT, 프로토스)은 김윤환(STX, 저그)의 타이밍 히드라 러쉬를 막아낸 뒤, 러커가 나오기 전에 저그를 치면서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이후 김대엽은 환상적인 사이오닉 스톰으로 히드라를 녹이면서 승을 따냈다.

박지수(KT, 테란)는 조일장(STX, 저그)의 뮤탈에 힘을 실은 빌드를 초반에 잘 견뎌내며, 업그레이가 잘된 불꽃마린으로 승기를 잡는다. 밀리던 조일장은 디파일러를 뽑는 데는 성공하지만 공격 유닛이 없어 디파일러가 사이언스배슬의 ‘지우개’를 당하는 수모를 겪으며 경기를 포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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