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총기규제를 위한 시위 행렬이 대규모로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워싱턴DC에서만 80만명의 각계각층 시민들이 참가했다. (출처: 뉴시스)
2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총기규제를 위한 시위 행렬이 대규모로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워싱턴DC에서만 80만명의 각계각층 시민들이 참가했다. (출처: 뉴시스)

총격참사 생존자들 제안
워싱턴에만 80만명 운집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 전역에서 ‘총기규제’를 위한 행진 시위가 대규모로 열렸다. 지난 2월 17일 플로리다 더글라스 고등학교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한 후 생존학생들이 주도한 시위가 24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DC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일제히 일어났다.

미국 NBC 방송 등에 따르면, 행사는 ‘우리의 생명을 위한 행진(March For Our Lives)’을 주제로 초·중·고교생을 비롯해 교사·학부모·연예인·일반시민 등 각계각층에서 참석한 가운데 열렸고, 워싱턴DC에만 주최 측 추산 80만명이 몰렸다.

워싱턴에서의 행사는 이날 정오부터 의회 주변 무대를 중심으로 시민들이 모였다.

엠마 곤살레스 등 플로리다 더글라스 고교 총격사건에서 생존한 학생들을 비롯해 20명의 청소년이 연단에 올라 총기규제를 호소했다. 곤살레스는 숨진 친구들의 이름을 부르며 참사 순간을 떠올리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글라스 고교 합창단은 희생된 친구들을 위해 만든 자작곡 ‘샤인(shine, 빛)’이라는 곡을 불렀다. 행사에서는 “우리는 더는 참지 않을 것” “함께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등의 구호도 곳곳에서 외쳤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어 인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 일대를 행진하며 총기규제 입법을 주장했다. 이는 학교 총격참사 에 사용된 ‘AR-15’ 소총의 판매를 금지하고 총기구매 시 신원조회를 강화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라는 내용이다.

행사에는 미국 흑인 인권 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터 킹 목사의 9살짜리 손녀 욜란다 르네 킹도 발언대에 올라 주목됐다. 이날 욜란다는 고(故) 마틴 루터 킹 목사의 50주기를 2주 앞둔 가운데 루터 킹의 1963년 명연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를 인용한 총기규제 지지 발언을 하며 “우리 할아버지는 자신의 자녀들이 피부색이 아닌 인품으로 평가받기를 꿈꿨다”며 “나에게도 총기 없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꿈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의사당 일대는 “다시는 안 된다” “더는 침묵하지 말라” “정치에서 미국총기협회(NRA) 돈을 빼라” 등의 내용이 적힌 피켓이 가득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시위 행렬은 의사당에서 2.5㎞가량 떨어진 백악관 인근까지 이어졌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플로리다 휴양지인 마라라고 리조트로 떠나 부재중이었고 시위에 대해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총기규제’ 관련 시위는 필라델피아·뉴욕·시카고·LA 등 주요 도시의 800여곳에서 이어졌고, 앞서 영국·독일·스웨덴 등 유럽 각국의 주요 도시에서도 동조 집회가 열렸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 계정에서 “이날 행진이 있게 한 젊은이들에게 큰 영감을 받았다”며 “계속해라. 여러분은 우리를 전진시키고 있다. 변화를 요구하는 수백만명의 목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격려했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1999년 콜로라도 주 컬럼바인 고교 총격 참사 이후 지난 20년간 200여명의 학생이 총격으로 목숨을 잃었고, 193개 학교에서 18만 7000명의 학생이 총격 사건을 경험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이날 총기 찬성을 주장하는 맞불 집회도 곳곳에서 열린 것으로 전해졌다. 유타주 솔트레이크에서는 500여명이 총기 찬성과 학교의 무장강화와 교사들의 총기 휴대 허용을 주장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도 수십명이 깃발을 들고 총기 소유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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