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부터 1969년 4월 창경원 개원 60주년 많은 관람객들로 붐빈 창경원, 2010년 현재 서울동물원 입구, 창경원에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홍학, 1984년 코끼리 열차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람객, 가운데 백호. (제공: 서울대공원)

◆ 최초의 동물원 ‘창경원’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원은 1909년 11월 1일 창경궁 내에 문을 열었다. 이곳은 세계에서 36번째, 아시아에서 7번째로 개원해 근대식 동물원으로서는 비교적 이른 시기에 설립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일본이 우리나라 국권을 말살하기 위해 펼친 음모가 서려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국인에 의해서 한국인이 원하는 곳에 세워지지 않은 것이다.

동물원이 들어선 창경궁은 세종이 세조비 정희왕후, 생모인 덕종비 소혜왕후, 예종비 안순왕후 등 3명의 과부대비를 모시기 위해 지은 곳이다. 하지만 1907년 일제가 고종을 강제로 퇴위시키고 순종에게 황제위를 강제로 양위시키면서 창경궁의 수난은 시작됐다. 일본은 창덕궁으로 거처를 옮긴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 하에 창경궁을 동물원으로 만들었고 명칭도 창경원으로 격하했다.

창경궁의 60여 채에 달하는 전각이 헐어진 자리에는 1909년 초부터 일제가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에서 수집한 코끼리, 사자, 원숭이 등 포유류 29종, 조류 43종 총 72종 361마리를 들여왔다. 창경원 개원 첫 해에는 관람객 수가 1만 5000명이었고 이듬해에는 11만 명에 달하는 등 문을 닫은 1983년까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 과천으로 이사한 동물원

창경원은 창경궁 복원과 함께 막을 내렸다. 1977년 창경원 동물원의 첫 이전 계획은 과천 막계리 24만8000㎡ 부지에 동물원을 건립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 평양동물원이 268만㎡이라는 소식을 접한 박정희 대통령이 “평양동물원보다 크게 지으라”는 명령을 내려 계획보다 10배 이상 넓은 290만여㎡ 부지에 동물원이 세워졌다. 1984년 5월 동물원이 포함된 서울대공원이 문을 열었고 현재 320여 종 3000여 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오창영 전 서울동물원 부장이 기록한 <서울대공원 80년사>에는 현재 서울대공원이 1977년 대공원 부지로 확정될 당시 시흥군 과천면 막계 1리와 2리를 중심으로 일부 관문리가 포함돼 있던 것으로 기록돼있다.

<서울대공원 80년사>에 따르면 이 부지는 서울과 가까우면서도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고 수려한 자연경관을 간직한 데다 면적 또한 충분했다. 또 당시 시국의 정황상 주요한 공공시설은 이남을 취택하는 성향이었던 점에 부합하고 교통망이 개발되면 대단위 종합공원을 조성하는 데 좋은 조건이었다.

◆ 세계로 뻗어가는 동물원

동물원 100년을 맞은 지난해에는 서울대공원 부속기관에서 서울동물원으로 간판을 새로 달았다. 또 서울동물원에서는 지난 2004년부터 ‘동행 동물원’을 슬로건으로 선포해 운영하고 있다.

동행 동물원에서 ‘동행’이란 동물들의 자유로운 행동, 동물들의 행복, 인간과 동물의 동반자로서의 길을 걸어가자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에 관람 및 동물사 환경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 철장을 걷어내고 투명한 유리창과 따뜻한 온돌난방시스템이 특징인 신유인원관은 열악한 동물사 환경을 개선한 예 중 하나다.

모의원 서울동물원 원장은 “신유인원관은 사육사 등 직원들이 밤낮 가리지 않고 진행한 회의, 그동안 우리나라 사육사 선배들의 경험과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한 모험심을 통해 완성된 곳”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신유인원관에는 아기동물 놀이방이 생겨서 인공포육장을 거친 아기동물들이 다시금 무리 속에서 어울릴 수 있도록 적응력을 키우고 있다. 우경미 사육사는 “놀이방 위치가 아기동물들의 엄마 아빠 목소리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곳에 있다”며 “아기 동물들을 위해 이것저것 마련하다보니 많은 비용이 들긴 했지만 무리와 성공적인 합사를 위해 과감히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종 번식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년에만 28종 74마리가 태어났다. 이 중 잔점박이물범, 침팬지 등 CITES(국제협약으로 보호받고 있는 국제적인 희귀동물) 동물들의 번식이 잇따라 성공하는 경사도 있었다.

모 원장은 “앞으로 좋아지는 시설만큼 직원들의 역량도 더 커져서 세계로 뻗어나가는 동물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특히 종 복원을 통해 아름다운 산하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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