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관세 빌미로 협상 압박…수세 몰린 한미FTA (CG). (출처: 연합뉴스)
美 관세 빌미로 협상 압박…수세 몰린 한미FTA (CG). (출처: 연합뉴스)

철강 수입 감축 위한 ‘쿼터’ 고려
“한미FTA 양보 물거품 될 수도”

[천지일보=이솜 기자] 미국이 철강 제품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한국을 일시 유예했지만 ‘쿼터카드’ 불쑥 내밀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이 다시 안갯속에 빠졌다.

미국은 22일(현지시각)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 시행을 하루 앞두고 한국을 관세 부과 대상국에서 일시 유예했다.

하지만 이날 백악관은 보도자료에서 철강 관세유예 대상국에 대한 쿼터 가능성을 언급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행정부가 유예 대상국들로부터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것이며 미국무역대표가 상무부 장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 협의해 대통령에게 적절한 쿼터 부과를 권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우리 통상 당국도 쿼터를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쿼터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여러 국가를 면제할 경우 미국이 80% 이상으로 높이려던 자국 내 철강 산업 가동률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이어진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철강 수입을 2017년 대비 37%(1천330만t) 줄이려는 목표를 달성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예 명단에 포함된 국가들은 모두 상위 철강 수출국이며 캐나다, 브라질, 한국, 멕시코의 경우 미국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톱4에 속한다.

여기에 다른 국가들의 면제 요청을 줄줄이 받아들일 경우 철강 수입을 목표치만큼 줄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미국 상무부는 당초 모든 국가의 철강 수출을 2017년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를 설정하라는 내용을 권고안으로 내놓은 바 있다.

미국의 ‘쿼터 카드’는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이외의 물량에 대해 수입량을 할당하는 일종의 ‘줄 세우기’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여러 국과 동시 협상을 진행하면서 더 유리한 조건을 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협상이 어느 정도 진전된 유예 대상국에게 먼저 쿼터를 배분하고 나중에 온 국가들에 더 적은 수입량을 할당한다는 시나리오다.

‘쿼터’가 시행될 경우 미국 워싱턴에 있는 우리 협상팀은 관세 유예에서 쿼터를 더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되는 처지에 놓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러 노력을 물밑에서 해왔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도 일주일 예상하고 방미했다가 4주째 머물 정도로 치열하고 지독하게 협상하고 있다”며 “김 본부장이 막판까지 최선을 다하리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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