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희종 교수. ⓒ천지일보(뉴스천지)

“종교인의 역할, 어려운 이웃 돌보고 사랑하는 것”

광우병 파동으로 세간에 널리 알려진 서울대 수의과대학 우희종 교수를 만났다. 우 교수가 신심이 두터운 불자라는 사실은 최근에 알게 됐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우 교수 연구실을 찾아갔다. 우 교수는 편안한 복장 못지않게 표정도 여유가 있었다. 우 교수와 많은 책들이 반갑게 맞이해 줬다. 오늘 인터뷰는 연구가·과학자가 아닌 ‘불자 우희종’으로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 세례 받은 불자 우희종

우 교수는 불교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다. 고등학교 때는 불교반에 들어가 교리 공부하고 불교관련 책을 읽는 수준이었다. 본격적인 신앙을 시작한 것은 간화선을 한 30대 중반이다. 무자화두로 본격적인 화두선을 하게 됐다. 화두선을 하고 은사스님의 지도아래 개인적인 체험을 한 후 불교가 이런 것이라는 시각이 생겼다. 그전에는 금강경을 읽어도 알쏭달쏭 했고 개신교의 믿는 부분도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우 교수는 간화선을 하고나서 금강경이 잘 이해되고 성경이 진리의 책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고 한다.

우 교수는 미국 유학 중 워싱톤 한인장로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우 교수는 본인을 불자이면서 세례를 받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우 교수는 대학교 4년 동안 개신교를 다녔다. 그 후 유학 생활 중에도 개신교를 다녔다. 고등학교 시절 불교반으로 있으면서 교리공부 및 불경을 읽었지만 내가 누구인지, 죽음이 무엇인지, 사춘기 때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의문의 답을 얻지 못해 대학교 때 개신교를 접했던 것이다.
우 교수는 간화선을 통해 얻은 것이 많다고 했다. 그는 “간화선을 통해 깨달은 후에는 삶이 충만해지고 자유로워 졌다. 행복해졌다. 범사에 감사한다. 왜 사느냐에 대한 대답이 명확해졌다”라며 불자로서의 자긍심을 갖는다고 말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법문이 있느냐는 질문에 “<금강경>의 ‘머무르지 않고 마음을 내어라’와 <화엄경>의 ‘모든 사람들의 힘들고 어려운 것을 내가 대신 짊어지겠다’라는 성경의 예수님과 같은 맥락의 말씀”이라고 우 교수는 답했다.

◆ 삶 자체가 수행

우 교수는 현전스님(송광사 선원)의 유발상좌로서 은사스님의 친구스님이 아플 때 5년 동안 법회에서 설법을 했었다. 고시 공부하는 젊은이들과 5년간 마음공부를 했으며, <금강경> 강의 모임도 참여했다. 또한 안양교도소 자원봉사와 교도소 불교반 봉사를 15년 째 해오고 있다. 생활터전이 곧 수행의 장소라는 우 교수는 삶 자체가 수행이라고 본다며 신앙은 장소와 시간의 제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 교수는 진정한 승(僧)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머리를 깎아야만 스님인가? 재가불자들이 종단에 문제 제기를 할 때 ‘스님한테 그럴 수 있느냐’라는 말을 하는데, 누가 말을 하느냐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부처님 말씀에 여법한지 아닌지가 중요하다”면서 “문제 제기하는 사부대중은 부처님 말씀에 근거해야 한다”고 우 교수는 강조했다.

아울러 “사부대중의 화합은 부처님이 늘 강조한 것이다. 사부대중은 스님들만 말하는 것이 아닌 모든 불자들은 말하는 것이니 종단이 마음 문을 열고 대화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스님이 설법하느냐 재가자가 설법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이 무엇인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 지난 14일 재가불자 2만인 생명평화선언 기자회견에서 우희종(가운데) 교수가 재가불자 생명평화선언문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 불교계가 가야할 방향

우 교수에게 재가불자들이 어떻게 신앙을 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묻자 “한국불교가 나의 수행이 먼저 돼야한다는 소극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불교의 가르침을 개인수행, 깨달음에 몰아가고 있다. 깨달음의 궁극적 목적은 사회 환원이며, 사회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십우도에 보면 그 마지막 단계가 사회로 돌아오는 것이다”라며 “<금강경>의 메시지가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다. 성경과 같은 내용이다. 재가 불자들이 똑똑해 져야 한다. 맹목적·소극적인 신앙에서 벗어나 어렵고 힘든 이웃을 돌아보는 재가불자가 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종단에 대해서도 한마디 했다. “스님들이 욕심을 버려야 한다. 문중·사찰의 이해관계를 떠나 대승적 관점에 서야 한다. 종단은 스님들만의 종단이 아니다. 부처님이 스님들을 위해 설법한 것이 아니라 중생들을 위해 하신 것이다. 중생이 포인트”라며 “가톨릭 체제 같은 종단 운영, 스님 노후보장제도 등 좋은 제도를 도입해 튼튼한 종단이 돼야 한다. 현 상태로는 한국불교의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우 교수는 진단했다.

송광사 방장스님이었던 고(故) 승찬스님을 열반 하루 전 만났었다는 우 교수는 “스님으로부터 ‘한국불교는 불자교수들의 역할이 크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종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얘기할 수 있는 교수들이 많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교학이라든지 스님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교수들은 종단의 눈치를 봐 제대로 얘기를 못한다면서 그런 측면에서는 “나는 자유롭다”며 “내가 할 역할인 것 같다”고 우 교수는 말했다.

◆ 종교란 무엇인가?

종교가 인간을 위해 있는 것이라는 게 우 교수의 생각이다. 예수께서도 인간을 사랑해서 이 땅에 오신 것이다. 현세의 삶을 부정하는 종교는 무의미하다는 것이 또한 우 교수의 판단이다. 우리의 삶을 어둡고 힘들게 하는 것은 잘못된 종교라는 것이다.

또한 국민들에게 종교를 올바로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할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우 교수는 종교를 도구로 국민들의 삶을 피폐케 하는 거짓 종교인들은 사라져야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우 교수는 “종교의 진정한 가르침은 사랑이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고 너와 내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라면서 “어떤 종교에 속해 있든 그 종교의 가르침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이 바람직한 삶의 자세로 생각한다. 우리가 가장 염두에 둘 것은 소외되고 받을 것 받지 못한 이웃에 대한 마음, 그것을 가지고 간다면 우리의 삶이 충만하고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 질 것”이라는 희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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