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세계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이 사실상 무역전쟁에 돌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 중 500억~600억 달러(약 54조~64조 8천억원)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대미 투자도 제한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미 역사상 대중 무역 관련한 가장 강도 높은 조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그는 이번 조치와 관련 “오랫동안 준비를 해 온 것”이라며 “일부에서는 연 3750억 달러라고도 하는데, 우리는 지금 5040억 달러의 대중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이는 미국의 연간 총무역적자 8천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를 통해 대중 무역적자를 1천억 달러 줄이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500억 달러에 25% 세율을 단순 적용하면 125억 달러(약 13조원)가 되는데, 이는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2750억 달러의 3.3%에 불과하다. 성명을 발표할 당시 트럼프 대통령도 ‘600억 달러’를 언급하는 등 이에 대해 두루뭉술하게 말해 ‘500억 달러’가 관세부과 총액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번 조치가 ‘많은 조치 중에서 첫 번째’라고 언급해 대중 무역 관련 조치가 이어질 것을 시사했다. 그는 “시진핑 주석을 매우 존경한다” “중국은 북한 문제에서 우리를 돕는다” 등 중국을 치켜세우는 발언도 아끼지 않았으나 “중국은 기술 이전을 강요하고 사이버 도둑질을 했다.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는 역사상 가장 큰 적자”라고 관세 조치의 불가피성을 거듭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중국 기업이 미 정보기술(IT) 기업과 협업을 할 때 기술을 빼가지 못하도록 재무부에 중국의 대미 투자 제한과 관리·감독 규정 신설하도록 했다.

영국 경제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 조치가 산업 진흥책인 ‘중국 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제조 2025’ 계획은 지난 2015년 전국인민대표대회 정부업무보고에서 리커창 총리가 처음 언급한 프로젝트로, 10대 산업을 집중 육성해 ‘제조업 강국’을 만들자는 게 골자다.

대중 관세 폭탄이 당장 발효되지는 않는다.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5일간 미국 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한 후 관세 대상 품목을 결정하기로 했다.

중국은 즉각 강력히 반발하며 미국 수입품에 대규모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에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23일 대변인 성명을 내고 30억 달러(3조 2400억원)에 달하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에 따라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데 대한 손해를 메우기 위한 대응”이라며 “국민 대중의 전체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조치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상무부는 이어 “미국이 국가안전을 이유로 이와 같은 조치를 한 것은 사실상 세이프 가드 조치와 같다”면서 “중국의 WTO ‘보장조치협정’ 규정에 따라 이 같이 조처했다”고 강조했다.

또 “중미가 정해진 시간 안에 무역 보상 합의를 달성할 수 없다면 중국은 제1 부분 품목에 대한 조처에 나서겠다”며 “미국의 이번 조처가 중국에 끼치는 영향을 추가로 평가한 뒤 제2 부문에 대해 조처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도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무역전쟁을 시작한다면 중국은 우리 자신의 정당한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 모든 필요한 조치를 하면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을 본격 시작하면 한국과 이외의 나라들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감소하는 과정에서 원재료의 가공을 위탁받고,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가공 무역까지 모두 감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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