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현 언론인 

 

입을 꾹 닫고 있어도 러시아와 중국의 엄청난 땅 덩어리는 작은 이웃나라들을 위압하고도 남는다. 그 엄청난 면적의 국토를 지키고 유지하려면 그만한 국력이 있어야 한다. 특히 강한 군사력이 있어야 하는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러시아는 미국과 더불어 세계 최고의 핵 강국이면서도 첨단 무기 개발과 군사력 건설에 더욱 박차를 가한다. 중국은 급속한 경제굴기로 얻은 막대한 부(富)를 현대적인 군사력 증강에 쏟아 부어 그들 역시 새로운 군사 강국 대열에 끼어들었다. 이것만으로도 러시아와 중국은 주변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그들이 암말 않고 있어도 그러하다.

그럼에도 그들의 지도자들은 더 강한 나라 건설을 부르짖으며 무한한 집권 연장을 꾀해 나가고 있다. 권력은 중독성을 지닌 마약과 같다. 천하를 호령하고 부리는 그 맛에 중독되면 죽어야만 결별할 수 있는 것이 권력이다. 역사적 사실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거니와 권력이란 그렇게나 좋은 것이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은 최근 대통령 선거에서 77%에 가까운 놀라운 득표율로 4선에 성공했다. 그의 기치(旗幟)인 ‘강한 러시아’ 건설에 러시아 국민들이 열광했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경제난과 그의 부패에 대한 비난, 영국 땅에서 러시아 스파이를 암살한 혐의로 서방 세계와 벌어진 외교마찰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았다. 이로써 푸틴은 2023년까지 집권이 가능하며 무려 24년에 달하는 총 집권 기간을 채울 수 있게 됐다. 

그는 2000년 이후 러시아 대통령으로서 뿐만 아니라 연임제한을 피하는 핑계로서 국무총리로 내려앉기도 하면서 최고 권력을 유지해왔다. 국무총리를 할 때는 그의 윗전인 대통령은 그가 내세운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실권은 상왕(上王) 내지 수렴청정자인 그에게 있었기에 그 허수아비를 맘대로 부릴 수 있었다. 그는 지금과 같이 국내에 그와 겨룰 인물도 없고 자신이 원하면 헌법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5선 이상의 집권 연장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모양 사납게 국무총리 자리로 굳이 내려앉고 말고 할 것도 없다. 

희대의 공포정치로서 국민의 숨통을 조이며 통치한 1인 독재자인 소련(蘇聯) 스탈린(1879~1953)의 집권 기간이 31년이었다. 스탈린은 소련의 정치권력을 완벽히 거머쥐고 있었다. 스탈린이 이같이 소련의 권력을 완벽히 독점하고 있었기에 1950년 김일성의 간청에 따른 북의 남침(南侵)을 권력 내부의 견제 없이 전폭 지원할 수 있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혹여 푸틴이 권력에 대해 미련을 갖는다면 그 같은 권력의 광인(狂人) 스탈린보다 더 오래 권좌에 머무를 수도 있다는 얘기다. 푸틴은 ‘강한 러시아’를 부르짖는 이미지에 걸맞게 무시무시한 소련 첩보기관 KGB 출신이며 근육질의 강골(强骨), 마초(macho)다. 이미 그의 권력욕은 마초의 불끈 솟는 근육만큼이나 넘치게 과시돼왔다. 그렇기에 벌써부터 그를 세르비아 민족들의 언어로서 황제를 지칭하는 ‘차르(tsar, czar)’라 불러도 별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형편이다. 

우리의 고고도미사일방어망(THAAD) 배치가 자기들의 안보이익을 침해한다며 누가 봐도 치사하고 설득력 없는 보복을 우리를 향해 가해온 중국의 최고 지도자 역시 돌연 장기 집권욕을 드러내 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그들은 최근 주요 두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이른바 양회(兩會)를 열어 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국가주석과 당 군사위원회주석으로 다시 선출했다. 당 총서기로는 이미 2017년 10월 열린 중국공산당 19차 당 대회에서 재선출했었다. 양회에서는 동시에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의 연임제한을 없앰으로써 그의 종신 집권을 가능하게 했다. 또한 헌법에 ‘시진핑 사상’을 명시함으로써 신격화(神格化)했었던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의 반열에 시진핑을 올려놓았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수천만명의 인명을 앗아간 과거의 대약진운동이나 문화대혁명과 같은 마오쩌둥식 1인 독재의 정치 참사를 막기 위해 덩샤오핑이 애써 만들어 놓은 집단지도체제 및 국가주석 연임제한과 같은 1인 독재와 종신집권 예방 장치들이 유야무야 됐다는 것이 된다. 이로써 대대적인 ‘호랑이 사냥’으로 자신의 정적을 제거한 시진핑은 중국을 자신의 1인천하로 다스리게 됐다. 그는 황제의 권력을 쥐게 됐다. 황제와 다름없다. 영토에 있어서는 진시황(秦始皇) 때보다 터질 듯 더 가진 시(習)황제다. 시주석은 푸틴이 당선 후 ‘강한 러시아’ 건설을 새삼 강조했듯이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연설을 통해 중화민족의 부흥을 말하는 중국몽(中國夢)을 역설했다. 그는 덧붙여 ‘중화민족은 더 부유하고 강해져야 한다’며 핵심국가 이익에 관한한 추호의 양보도 없을 것임을 천명했다. 그런 중국의 황제 시진핑과 러시아의 차르 푸틴은 서로의 재집권을 격려하고 연대를 다짐하고 있다. 예사롭지가 않다. 거대한 영토와 방대한 군사력을 가졌으며 대외적으로 팽창적이고 공세적진 이들의 의기투합에서 주변국들은 저절로 강대국들이 내뿜는 불가항력의 ‘강압적인 힘(force majeure)’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아야 되며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런데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이런 역사의 역류(逆流)를 간과한 것 같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말이다. 그가 말하기를 ‘자유민주주의는 역사발전과 인간 이데올로기(ideology) 발전의 끝’이라고 했었기에-. 하지만 만물은 차고 기울기를 반복하는 것이기에 더 두고 볼 일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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