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요모조모]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인 학살 공식 사죄해야
[세상 요모조모]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인 학살 공식 사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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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 

 

문재인 대통령이 베트남을 공식방문 중이다. 오늘 쩐 다이꽝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방문의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번 방문 때 문 대통령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인 학살에 대해 진정어린 사죄를 하는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8년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불행을 겪었던 시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정상회담에서는 “본의 아니게 베트남 국민들에게 고통을 준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4년 호치민 묘소에 헌화하면서 “우리 국민들은 마음의 빚이 있다. 그만큼 베트남의 성공을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지난해에 ‘마음의 빚’을 언급했다. 

지금까지 세 명의 대통령이 사과로 들릴 듯 말 듯한 표현을 쓰긴 했지만 구렁이 담 넘어가듯 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말은 ‘마음의 빚’보다는 전향적이었지만 ‘본의 아니게’라는 표현은 쓰지 말았어야 했다. 노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쓴 ‘마음의 빚’은 무엇에 대한 빚을 진 것인지가 빠져 있고 ‘사과와 반성’이 없는 가해자 입장에서 표현하는 말로 들린다. 

베트남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은 규모와 잔인성 면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것이었다. 유럽이나 미국, 일본에서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한국 안에서만 쉬쉬하면서 지금까지 진실이 은폐돼 왔다. 은폐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미화되고 정당화되는 과정이 되풀이 됐다. 심지어는 베트남전 ‘참전’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발전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세상이 대한민국이다. 용기 있는 시민과 민간영역 인사들, 한겨레신문에서 노력한 덕에 진실은폐의 벽은 서서히 뚫리고 지금은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문제로 바뀌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멀었다.  

베트남에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 애쓴 ‘미안해요 베트남’ 운동의 구수정씨는 한국군이 베트남에서 적어도 최소 9000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고 말한다. 이것은 예전의 통계고 이후에도 학살당한 사람들이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국가 차원의 진상규명이 진행돼 왔지만 가해국인 한국은 진실을 외면한 탓에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 얼마나 많은 민간인을 학살했는지 개략적인 통계조차 없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사람들은 “왜 우리가 사과해야 하나?”고 묻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이 물음이 불편하긴 하지만 도무지 이해 못할 말은 아니다. 파월된 군인들 가운데는 직접 학살에 가담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베트남전에 나갈 때부터 ‘공산주의를 막기 위해 간다’는 명분이 강조됐고 베트남에서 군 생활할 때나 귀국해서도 오랫동안 같은 명분과 반공논리가 반복된 탓에 사과는 이해할 수도 없고 듣고 싶지도 않은 말일 수 있다. 

하지만 베트남에서 한국군이 민간인을 학살한 건 엄연한 역사적 사실이다. 반인권범죄이자 전범 행위이다. 눈 감고 귀 닫는다고 없어질 수 없는 일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더 크게 울려 퍼질 것이다. 예전엔 피해자들이 학살이 자행된 마을과 국내에서만 목소리를 냈지만 지금은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인권과 양심, 평화를 찾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곳곳에서 노력을 해왔다. 한국이 계속 외면하거나 미온적으로 나가면 국제 사회에서도 큰 문제로 발전할 것이다.

잘못에 대한 사죄와 반성은 빠를수록 좋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국가 차원에서 베트남의 피학살자와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해야 한다. 이번에 사과하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살아있는 피해자에게 사과할 기회를 영영 잃을지도 모른다. 당시 학살 현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 나이가 최소 60세 전후이고 70, 80대가 많다. 얼마 안 있으면 고인이 될 피해자들이다. 빨리 사과하지 않으면 사과를 목격하지 못하고 세상을 뜰 것이다. 얼마나 큰 한이 남겠는가.    

한국군에 의한 ‘베트남인 학살’에 대해 문 대통령더러 사과하라고 하면서 이른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태도와 비교하고 있다. 일본처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일본과 다르게 해야 우리도 일본에게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처럼 안 되기 위해서 또는 일본 앞에 당당하기 위해서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해서는 안 되는 반인권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한다. 

조금 있으면 4.3 항쟁 70주년이다. 전문가들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 지역에서 비무장 민간인을 학살한 규모가 적어도 3만명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물론 베트남인 학살에 대해서도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 

국내외 상관없이 민간인이 억울하게 희생된 사건은 철저하게 조사하고 배상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고 믿는다. 그것만이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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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 2018-03-22 21:37:35
이런 일이 있었다니...진실은 그냥 묻히는게 아니라 반드시 때가 되면 다 드러나는법이다. 마음이 씁슬해진다. 진정한 사과를 베트남 국민들께 반드시 해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