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백하나 기자] 대한약사회(약회)는 시민이 야간에도 의약품을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전국 81개 심야응급약국을 지정해 지난 19일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심야응급약국은 그동안 관내 약국들이 당번을 정하고 공휴일에 약국을 운영하는 당번약국을 찾기 어렵다는 민원이 제기됨에 따라 지정 약국을 선정해 운영하게 된 것이다.

운영 형태도 다양해서 24시간 또는 새벽 6시까지 여는 곳엔 레드 마크, 새벽 2시까지 운영되는 곳에는 블루 마크를 부착해 구별 지었다. 이외에 공휴일을 포함해 연중무휴로 운영하는 약국, 밤 10시 이후까지 운영하는 약국도 있다.

하지만 국민 복지증진을 위해 시작된 심야응급약국이 시행 초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먼저 응급이라는 단어 사용부터 발목이 잡혔다. 대한개원의협의회에서는 심야응급약국에서는 응급환자를 보지도 않고, 단순히 일반 약 판매를 하는 것인데 무슨 ‘심야응급약국’이냐며 ‘응급’이라는 단어가 법률에 유배된다고 지적했다.

전국의사총연합은 약회가 슈퍼에서 일반 약을 팔 수 없게 해 돈을 벌어보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대부분 선진국이 슈퍼에서 일반 약을 팔도록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 약사들은 약국에서만 약을 사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약회 김구 회장은 15일 “응급심야약국은 회원들의 희생과 봉사가 전제돼야 한다”며 “이 일은 약사로서의 전문성을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말해 취지의 순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현장에서 만난 약사도 “슈퍼에서 파는 약은 약국경영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데 돈 몇 푼을 벌려고 밤새 문을 열겠느냐”며 “약물의 오남용을 막고 건강복지를 증진하고자 하는 좋은 취지에 동참하게 된 것”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약국을 이용한 시민은 약국이 더 늘어야 한다는 반응이다. 응급이라는 단어가 문제가 된다고 하지만 정말 응급상황에는 병원을 찾지 약국은 간편한 약을 구입하는 정도라며 의약품을 구매할 때 전문가 조언이 필요한 부분은 아직까지 슈퍼가 아니라 약국이라고 전했다.

실제 전국적으로 시범운영에 동참하고 있는 응급심야약국은 81개로 2008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조사한 6월까지 전국 약국 개수를 집계한 2만 809곳에 비하면 비율상 극히 적은 수치다. 또 서울지역 심야응급약국은 18개에 불과해 사실상 동참을 회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내기 쉽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시행 첫날, 막상 밤에 손님이 많이 들지 않았다, 약을 제조해 판매하는 것은 제안돼 있어 제도 보안이 필요할 것 같다는 현장의 소리도 나왔다. 야간에 근로하는 약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손님이 적으니 인건비가 적잖이 들겠다는 말도 들린다.

약회가 국민의 복지 증진이라는 대의를 걸고 시작한 일이라면 제도를 보완해 심야약국을 더 늘려나가야 한다. 선한 일에는 항상 희생과 핍박이 따르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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