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저녁 10시경 인천공항에선 ‘티벳랏사에서 조성한 싼시크랏트 티벳 대장경 한국 오시다’란 현수막을 앞세운 미래불교재단의 석가산 총재와 또 함께하는 스님과 신도들이 조용한 나라에 조용히 입국했다. 일행의 입국은 한국 불교 1600년사(史)에 결정적 획을 긋는 엄숙한 순간이었다.

그들은 화려한 입국보다 입국의 의미와 가치에 더 큰 비중을 두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일체의 취재도 불허한 특이한 입국을 했다. 그리고 석 총재 일행과 입국한 대장경은 일명 ‘산스크리트 대장경’이다. ‘산스크리트’라 함은 인도의 옛 언어를 말하며, 힌두교 불교 자이나교 등의 경전이 이 언어로 되어 있다. 한자 문화권에선 범어(梵語)라고 부른다.

이들에 의하면, 중국의 대장경은 이 산스크리트 대장경을 번역한 것인데, 번역 시 의도적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사상을 깃들여 원문의 뜻과는 사뭇 다른 부분들이 많으며, 알지 못해 잘못 번역한 부분도 적지 않으며, 또 음역이 틀려 진언은 전부 잘못됐다고 한다. 한국의 고려대장경 역시 중국 삼장법사가 산스크리트 대장경을 한자(漢子)로 번역한 것을 그대로 목각한 것이라 한다.

그에 반해 금번 봇짐과 스님들의 등에 매여 들어온 세계에서 2질밖에 없는 목판본, 즉 ‘산스크리트 대장경’은 부처님의 원음설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귀한 원음 설법은 어떻게 한국 땅을 밟게 된 것인가. 그것은 티벳사원 측과 석 총재의 대화 도중 ‘한국어’로 번역하자는 데 의견의 일치를 보게 되었고, 한국스님들을 티벳에 보내 한국어를 가르치기로 했고, 티벳 승려들은 한국에 와 한국어를 배워 공동으로 산스크리트 대장경을 번역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일은 불교도뿐 아니라 인류 모든 종교인, 나아가 인류가 경이롭게 여겨야 할 대사건으로 기록돼야 할 것이다. 한편으론 신의 섭리가운데 있어지는 일은 아닌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그래서일까. 석가산 총재는 “우리나라의 고려대장경은 고려시대에 만들었다는 데 의미가 있을 뿐이지 이게 역경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대장경을 그대로 옮긴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제 이 원음 설법이 그대로 번역된다면 부처님 말씀이 올바로 전해질 것이며, 지금까지 잘못된 부처님 말씀을 바로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돈을 준다고 (대장경을) 주겠는가. 생각해 봐라. 참으로 대단한 일”이라며 감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석 총재의 이 같은 표현들은 우리로 하여금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온 불교 경전이 원문과 사뭇 다르게 자신들의 생각과 사상이 담겨져 있다는 말과 같이, 오늘날 기독교 경전 역시 참뜻과는 거리가 먼 자신들의 생각으로 난잡하고 혼잡한 바벨의 주석으로 변질된 것과 흡사하다. 즉, 오늘날 유불선을 포함 많은 종교가 있고 또 경전이 있어도 그 경전의 뜻을 제대로 알 수 없었음을 깨닫게 하는 순간이다.

 많은 종교인들이 석가 공자 예수 등 나름 신봉하는 대상을 믿고 따른다고 한다. 신봉하는 대상을 믿는다 함은 그 분이 하신 말씀 즉, 경전의 뜻을 깨달아 믿고 따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전의 뜻을 알 수 없는데 어찌 바른 믿음과 바른 신앙을 해 올 수 있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때가 되면 동방의 작은 나라 이 한반도에서 신의 섭리가 펼쳐질 것이라고 수많은 성인들이 예고했듯이 지금 그 때가 이르렀음을 짐작케 한다. 바로 그 역사적 현장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금번 이 사실이 또한 증명하고 있다고 봐진다.

기독교가 수천년의 역사를 가졌다 할지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온 지는 불과 120년밖에 안됐다. 그러나 세계 최고의 기독교 국가가 되었다. 유교 역시 겉으로 드러나 있지는 않는다 할지라도 우리의 생활 전반엔 그 어느 나라보다도 유교사상이 뿌리내려져 있음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불교 역시 토속신앙을 포함 모든 종교와 심지어 철학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끼쳐 우리의 생각을 지배하고 있음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가운데서 종교인들은 믿는다 하면서도 실상은 종교를 좇은 게 아니라 자기생각에 골몰(汨沒)하여 참 도를 알려고조차 하지 않으니, 참이 있어도 세인하지(世人河知)라 하듯 도무지 깨닫지 못하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결국 이 세상은 종교의 주인이 하신 말씀을 좇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말로 변질된 온갖 설(設)과 론(論)을 가르치고 또 그것을 좋게 여기는 세상이 되었으니 즉, 종교인들에게 경전은 무도문장(無道文章)일 뿐이다.

이러한 점을 놓고 볼 때, 이번 ‘산스크리트 대장경’의 입경(入經)은 모든 종교의 진리 즉, 참 뜻을 깨달아 올바른 종교의 길을 걷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종교 종주국 나아가 정신문명을 이끌어갈 세계지도국의 첫발을 내딛는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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