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조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로봇/인지시스템연구부 공학박사

“지난달 강원도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내의 한 경계초소(GP)에 원격으로 제어되는 감시경계 무장로봇 시스템이 배치되어 운용 중에 있다”는 국방부의 발표가 있었다. 이 무인경계시스템은 삼성테크윈에서 개발 납품한 SGR-1이란 제품으로서, 카메라와 K-4 고속유탄기관총 및 중앙통제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4㎞(야간 2㎞) 이내의 물체를 탐지 추적하고 카메라에 포착된 화면을 실시간으로 지휘통제실에 전송한다.

현재 이 시스템의 주요 임무는 비무장지대의 감시경계 강화이며 연말까지 시범운용을 통해 성과가 있으면 휴전선 일대로 확대 보급할 예정이라 한다. 그러나 우려가 되는 점은 원격제어 무장로봇이 전선에 배치되기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에 장착된 K-4 고속유탄기관총은 구경 40㎜ 유탄을 분당 350발 안팎으로 쏠 수 있는데 명중하는 순간 200개의 파편을 날려 5m 안에 있는 인명을 살상할 수 있는 무기라는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국방로봇의 원조격인 미국에서는 일찍부터 자국군의 보호를 위한 각종 로봇기술을 개발해 전장에 적용해 오고 있다. 미 국방성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아이로봇사의 감시정찰로봇 ‘팩봇’ 2000여 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투입되었고, 제너럴아토믹사의 무인정찰기 ‘프레데터’를 비롯한 각종 무인차량들은 전장에 속속 투입되어 그 효과를 입증해가고 있다. 2003년부터 미 국방성은 미래전장을 무인로봇 기반으로 재편성하는 미래전투체계(FTS)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십조 원에 이르는 기술개발비를 투여해가면서, 로봇이 군인을 대신하여 미래 전쟁터를 누비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지난 주 아랍아메리칸뉴스에 따르면 이미 이스라엘군은 TV 모니터와 조이스틱에 의해 조정되는 ‘스팟앤샷’이란 원격살상무기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배치하여 여군들이 조작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미 2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도 한다.

이렇듯 이미 군사로봇기술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다가와 우리가 꼭 지켜가야 할 인간성의 경계에 놓여있는 느낌이다. 일찍이 아이작 아시모프는 그의 공상과학소설에서 로봇 3원칙을 제시하였고, 그 중 제1원칙을 “로봇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해서는 안되고, 위험을 방치함으로써 인간에게 피해를 입혀서도 안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노년에 들어 아시모프는 로봇 3원칙의 전제가 되는 제0원칙으로 ‘인간성(humanity)’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제1원칙에서 인간의 정의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군사용 무장로봇에 있어서 아군의 보호를 위해 사용되는 무인 무기는 적군에게는 인간을 죽음과 파멸에 이르게 한다. 마치 제2차 세계대전에서 원자폭탄의 개발과 적진에의 투하와 비슷한 이미지를 현대의 군사로봇에서 보게 되는 것은 필자만의 염려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인간성 보존을 제0원칙으로 따르는 군사로봇은 어떤 로봇이어야 할까?

지능형 로봇이란 환경인지와 판단 또는 동작 기능을 스스로 알아서 하는 존재를 일컫는다. 로봇의 적용 분야에 따라 어떤 기능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좋을 것인가가 달라지겠지만, 군사로봇에서는 자율적 환경인지 기능이 강조되어야 하고, 동작 기능 중에서 무기작동 기능은 제외시키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인다. 아울러, 최종적인 판단 기능은 기계가 아닌 인간에게 맡겨줄 때 군사로봇은 인간성 보존의 경계 안에 놓이게 될 것이다.

아무래도 군사로봇은 인간들이 대립하는 전쟁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기계이니만큼 기본적인 인간성을 보호하는 수준에서 로봇기술이 활용되기를 꼭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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