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연 한국트리즈경영아카데미 원장

“이건 아직 아니야. 너는 더 잘 할 수 있어.” 피카소는 스스로에게 항상 다짐하곤 하였다.

“내가 어떤 일을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제할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작업을 하는 이유는 같은 것을 더 잘 표현하기 위하여 늘 완벽함을 추구하여야 하는 것이다. 사실, 우리에게 완벽함은 더 이상 사전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지 않다. 나에게 완벽함이란 한 작품에서 다른 작품으로 늘 멀리, 보다 더 멀리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나는 아주 조심스럽게 가고 있다. 내 작품의 첫 번째 신선함을 망치고 싶지 않다. 다시 시작하는 게 아니라 보다 진전된 상태를 또 다른 캔버스로 옮겨놓고 싶은 심정이다. 그리고 또 다시 이 작품에서 다시 출발한다. 완성된 작품이란 있을 수 없다. 같은 작품의 다른 ‘단계’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각 ‘단계’들은 작업이 진행되는 순간에 사라져버린다.

결국, 이들은 작업과 완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를 모두 가지고 있다. 끝낸다거나 마친다는 것은 죽이는 것, 최후의 일격을 가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그림을 많이 그리는 것은 어떤 행복감을 가지고 사물을 표현하면서 자발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또 무엇이든 더 이상 덧붙일 용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래서 피카소는 평생 5만 점의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새들이 날 수 있다면 인간도 날 수 있어야 한다”고 레오나르도는 생각하였고 상당부분 그의 실현 발판을 구축하였다. 당시에는 출판 기술(1455년 구텐베르크의 활판인쇄술)이 완전히 발달하지 않아서 레오나르도(1452~1519)의 과학적 유산이 많이 남지 못하였지만 그의 놀라운 성과는 뷜렌트 아탈레이(Bulent Aralay)가 강조하듯이 대부분 다양한 아이디어의 조화와 융합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과학자도 자연을 사랑한다. 예술가는 작품의 세부사항보다는 전체에 더 관심을 두며 과학자는 자연법칙의 상세한 내용보다 보편성에 더 관심을 둔다. 그가 취했던 방식의 핵심은 바로 과학과 예술의 뛰어난 조화, 그리고 광범위한 분야 간의 통합이다.

예술가들의 경우 대개 언제나 무의식 중에 그러나 직관적으로 이러한 기술적 장치들을 작품에 불어 넣는다. 그리고, 이 장치들은 자연의 잠재적인 메시지로서 채택될 때가 많다.

근대 과학과 수학의 요소들을 이용하여 예술과 자연의 기초를 이루는 원근법, 비례, 패턴, 형태, 대칭 등은 단순한 유용 도구가 아니라 필요 불가결한 요소다. 미래학자이면서 과학자, 공학자인 레오나르도는 파트타임 예술가로서 약 20점의 그림을 그렸고 현재 남아 있는 것은 그의 기하학적 형태와 무늬에 대한 평생의 관심을 표현한 베네치아에서 발행된 신성 비례(De divina proportione, 1509)라는 책의 삽화, <흰 담비를 안고 있는 여인> <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 12점 뿐이다.

그럼에도 그는 미켈란젤로와 더불어 항상 1, 2위를 차지하는 예술가로서 가장 많이 기억되고 있다. 이상하지 않은가? 피카소가 5만 점, 고흐가 1천 점을 그린 것과 크게 비교가 된다. 과학과 예술의 융합에는 수학, 예술, 건축, 천문학, 생물학, 화학, 지질학, 공학, 철학, 물리학 등이 포함되는데 레오나르도는 이 모든 분야가 같은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들과 같으며 이 나무는 하나의 위대한 토일 구조 즉, 우주였다고 본 것이다. 이게 통섭 개념이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말했듯이 우리 손에 닿는 강물은 흘러간 강물의 끝자락이자 흘러오는 강물의 시초인 강물은 현재의 시간과 함께 흘러가므로 가치있게 보낸다면 인생은 길다. 직관과 인문과 과학을 융합하고 시대를 앞서간 사람들의 통섭적 가치를 지향하며 삶의 여정을 의미있게 받아들인다면 레오나르도만 부러운 대상이 아닐 것이다.

1841년 미국 화가인 존 랜드가 튜브물감을 개발한 이후 50여년이 지나 1896년에 튜브 방식의 현대적인 치약의 형태가 시작된 것은 통섭의 지혜를 늦게 발견한 탓이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게 행동하면 우리 자신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통섭이 기회이며 유일한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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