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으로 옮겨진 이천오층석탑. (사진제공: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천지일보=이길상 기자] 경기도 이천시(시장 조병돈)가 ‘이천오층석탑’ 환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천오층석탑(석탑)은 고려초기의 석탑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천 시내에 위치한 망현산 기슭 향교 서남쪽으로 인접해 있는 언덕 위에 있었다는 고증이 있다.

석탑은 일제가 1915년 ‘조선물산진공회’를 열면서 박람회장인 경복궁으로 옮겨갔다가, 3년 뒤인 1918년 ‘오쿠라 기하치로’라는 인물에 의해 동경으로 옮겨져 현재 동경 아카사카 오쿠라 호텔앞 ‘슈코칸’이란 사설 박물관 정원에 놓여 있다.

석탑의 높이는 648㎝이고 폭은 210㎝로 최고의 불교미술품이라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단아한 미를 갖추고 있다.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 황평우 소장은 석탑의 가치에 대해 “당시 석조기법 및 조각형태, 틀 등을 볼 때 국내에 들어온다면 보물급에 해당된다”고 평가했다.

이천시가 석탑환수운동을 추진하게 된 동기는 2003년도 이천문화원이 발행한 ‘설봉문화’가 계기가 됐다. ‘설봉 문화’의 내용 중에는 일제에 강탈돼 일본으로 갔던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 중 이천의 오층석탑도 포함돼 있었다. 이 보도를 접한 재일동포 김창진(이천출신) 씨가 이천문화원을 방문해 석탑반환운동을 제의하면서 반환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이천시 관계자는 “석탑은 고려 초기 국가적인 혼란기에 이천 백성의 염원으로 세워졌다”면서 “이천오층석탑 환수를 통해 이천의 정체성 회복과 이천 시민들의 정신과 사상을 하나로 집약시켜 이천 발전의 원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제에 수탈돼 망향의 설움을 안고 돌아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를 찾아 후손들에게 역사적인 자긍심과 ‘문화도시 이천’으로써 국내외 위상을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천시는 2008년 8월 ‘이천오층석탑 범시민운동 추진위원회(추진위)’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석탑 환수운동에 들어갔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석탑 반환에 큰 관심을 보였다. 자승스님은 지난 14일 조병돈 이천시장을 접견하고 석탑 환수를 위해 그간 노력해온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불교계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을 약속했다.

한편 조 시장 등 석탑 환수위원회(환수위) 관계자 7명은 지난 21일부터 22일까지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 오쿠라문화재단을 방문했다. 방문단은 오쿠라문화재단 측에 이천 시민 10만 명의 석탑 반환 서명부 사본과 석탑 반환요청서를 제출하고 석탑을 일본으로 가져갔다는 문서 원본을 찾아 보여줬다.

일본을 방문 중인 석탑 환수위 이상구(이천문화원장) 위원장은 22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서명부 사본과 반환요청서를 제출했지만 오쿠라문화재단 측은 ‘100년을 우리가 보관했다. 어디 있든 잘 관리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며 ‘석탑을 내줄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실무자들의 접촉은 있었지만 책임자끼리 만난 것은 처음이다. 우리 측 책임자가 정식으로 반환요청을 한 것은 상징적인 일”이라며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강도 있게 반환 요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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