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희 국민대학교 체육대학 교수

골프는 얼핏 보면 개인운동인 것처럼 보이나 막상 게임을 해보면 단체운동의 성격도 많이 갖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는 스포츠 중 하나이다. 즉 자기 자신만 잘하면 되지만 골퍼가 기계가 아닌 인간인 이상 라운드 동반자를 전혀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상대방의 눈빛, 말 한마디,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골프수행에 영향을 미친다.

라운드 동반자의 골프수행을 방해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에티켓이지만 경기를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을 방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술책과 방해로 자신의 게임을 망칠 수도 있다.

타이거우즈는 이를 ‘게임 속의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상대방이 자신에게 술책을 쓰고 방해를 할 때 그것을 깨닫고, 그에 맞설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지 않은 채로 게임에서 우승할 수 있는 정상의 선수는 없다고 한다. 즉 스윙을 잘하고 볼을 잘 치는 것만으로 그런 선수는 될 수 있을지언정 최고의 선수는 될 수 없는 것이다.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술책과 방해에 영향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때에 따라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상대방을 방해할 것이고, 어떻게 상대방의 술책에 넘어가지 않을 수 있을까? 상대방의 골프스윙을 직접적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상대방의 골프스윙과 관련한 운동기억을 지워버릴 수 없고 상대방의 스윙궤도를 직접적으로 바꿀 수도 없다.

그러므로 간접적인 방법으로 방해나 술책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간접적인 방법은 상대골퍼에게 골프에 좋지 않는 생각과 감정을 갖게 하는 것이다. 즉 생각으로는 의심과 우유부단한 생각, 분석적 사고, 부정적 사고, 과거나 미래에 대한 생각, 타인에 대한 생각 등을 하게 만드는 것이며 감정으로는 불안하고 초조하게 화가 나게 지루하거나 재미없게, 놀라게, 우쭐하거나 욕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과 감정이 깃들게 하는 구체적인 방법들은 수없이 많다. 생각에 대해서 몇 개만 알아보자.

◆ 의심과 우유부단한 생각

170야드의 파 3홀에서 6번 아연으로 친 볼이 핀을 지나쳐 갔다. 티 그라운드를 나오면서 “6번 아연으로 가볍게 쳤는데, 핀을 넘어가네…바람이 부나…”라는 말을 상대방이 들을 수 있게 한다. 그러면 그 다음 사람들은 클럽선택에 고민하게 되고 의심과 우유부단한 생각을 할 여지를 마련한다.

◆ 이것저것 따지는 분석적 사고

상대방이 아무런 문제없이 라운드를 잘 진행해나가고 있다. 그 때 상대방에게 “아! 좋군요. 백스윙 탑에서 오른팔이 굽힌 각도가 예술입니다”라는 말을 살짝 건넨다. 그 때부터 상대방은 오른팔을 의식할 것이며, 필드에서 오른팔을 의식한 스윙은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 뭐든지 안 된다는 부정적 사고 

상대방이 티 그라운드에 올라가기 전에 페어웨이 오른쪽에 놓인 OB 말뚝에 대해 이야기를 꺼낸다. “이 홀에서 OB 난 적 없나요. 전 왼쪽을 보고 쳐도 오른쪽으로 빠져 꼭 OB가 나더라구요.” 이 순간 상대방은 OB 말뚝을 의식할 것이고, OB가 나든지 아니면 왼쪽으로 심하게 당겨서 치는 샷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

라운드 중간 중간에 상대방이 지난 홀들에게 행한 실수나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한다. “김 선생, 오늘은 퍼팅감이 안좋네요” “오늘은 지난번보다 샷이 안 좋네요” “오늘은 지난번보다 거리가 덜 나가네요.”

◆ 다른 사람에 대한 생각

다른 라운드동반자들과 비교하는 말을 꺼내고, 가장 약한 부분만을 이야기 한다. 상대방이 거리는 조금 보내도 또박또박 잘 치고 있으면 “김 선생과 이 선생은 서로 라이벌이지, 아마도 거리는 김 선생이 조금 더 나갈 걸”이라고 말하면 이 말을 듣는 이 선생은 김 선생을 의식하게 되고 힘이 들어간 스윙이 나온다.

정상급골퍼에게는 경기력보다 더 중요하고 상위에 있는 것이 에티켓이다. 에티켓이 없는 경기력은 오래 가지 못하며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없다.

상대방에게 멘탈적 방해를 주는 거의 모든 것은 에티켓에 어긋나는 것이다. 그러나 상대방이 나에게 거는 멘탈적 술책은 알아차릴 수 있어야 하며 이에 대처하는 방법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창과 방패 모두 갖고 있어야 공격도 하고 수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많은 경우 자신과 상대방도 모르는 사이에 멘탈적 방해를 주고 또 받을 수 있다. 따라서 멘탈적 방해요인의 종류와 유형, 그리고 구체적인 형태 등을 알고 있어야,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펼치는 술책이라도 겸허히 받아 넘길 수 있다.

상대방이 어떤 행동을 하건 마지막에 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보다 더 잘 치는 것이라는 것을 잊지 말며 하나하나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하는 지혜가 무엇보다 요구되며 이는 스윙기술의 상수가 아니라 골프멘탈의 상수가 될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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