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2
[천지일보=김지헌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기획재정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2

인사청문회 보고서 당일 통과, 연임 확정
실물경제·금융시스템 안정적 발전에 중점

[천지일보=김현진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예상대로 무난하게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면서 연임을 확정하며 한국은행이 큰 변동 없이 통화정책을 운영하게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청문회 당일 경과보고서가 채택된 사례는 이례적이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중앙은행 수장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과 관련된 질의에 집중했고, 이 총재가 과거 정권에서 정치적 압력에 끌려갔다는 지적이 대체로 많이 나왔다.

이에 이 총재는 “국가경제의 바람직한 방향에서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면서 “금융통화위원회의 자율성에 손상이 가는 청와대 발언이 나온다면 소신발언을 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척하면 척’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당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왔고, 독립성과 중립성을 지킬 것”을 거듭 강조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 운영 계획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대내외 리스크 요인을 잘 살펴가면서 완화정도의 조정을 신중하게 판단해 나갈 뜻을 내비쳤다. 그는 “대내외 여러 리스크 요인을 균형 있게 고려하면서 우리나라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스템이 더욱 안정적으로 성장·발전토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통화정책을 운영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그는 4년 전에 비해 국내외 경제상황이 다소 나아졌으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고 구조적 문제들도 상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세계경제에 대해 “오랜 부진에서 벗어나 성장세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선진국과 신흥국이 동시에 개선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도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의 불확실성 등 세계경제의 성장 지속을 위협하는 요인들이 적지 않게 잠재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내경제에 대해서는 “지난해 이후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나 안정적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이 있다”면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등으로 일자리 창출이 제약, 저출산·고령화의 급속한 진전, 소득불균형 심화, 차세대 첨단산업 발전의 지연 등이 우리경제의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고 있으며 가계부채 누증에 따라 금융안정 위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당분간 수요측면에서의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제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안정 면에서의 리스크를 살펴가며 완화정도의 조정을 신중하게 판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그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경기의 흐림이 중장기적으로도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정부와 공유하면서 우리경제의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해 현실적합성이 높은 정책대안을 적극 제시하는 데 한은의 역량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를 감안할 때 앞으로 정책금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경기조절을 위한 기준금리 운용의 폭이 과거에 비해 크게 협소해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정책여력 확보를 위해 새로운 정책수단이나 정책운영체계를 모색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신의 연임이 중앙은행의 중립성을 확고히 하고 통화정책의 일관성을 견지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통화정책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받고 있기 때문에 정책수행 상황을 투명하게 알려 소통에도 중점을 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캐나다, 스위스 등 기축통화국들과 통화스왑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론하면서 외환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글로벌 금융협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와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로 타격을 입은 전북과 군산 지역에는 400억∼500억원을 긴급 투입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상반기 한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의에는 신중하게 판단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서 지난 2일 청와대로부터 차기 총재로 재임명됐으며, 연임은 1974년 김성환 전 총재 이후 44년 만이며 전체적으로는 3번째다. 한은이 독립기관으로 격상된 1998년 이후로는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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