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 한국경제연구원)
(제공: 한국경제연구원)

한경硏, 정책보고서 통해 지적

해외매출 포함해 영향력 과장

대기업 ‘매출집중도’ 지속 하락

 

10대그룹 16.4%… 4대 10.2%

OECD국가 중 韓만 유일 규제

일본은 경제활성화 위해 폐지

[천지일보=유영선 기자] 주요 대기업에만 적용되는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이 제기됐다. 해외 매출을 제외한 국내 시장에서만 발생한 매출만 살펴보면 국내 10대 대기업집단(비금융업)의 ‘국내시장 매출 집중도’는 10%대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21일 한국경제연구원은 ‘대기업집단의 내수매출 집중도 현황과 정책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 기업들이 해외 매출을 통해 많은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며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국내 시장만을 고려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는 1986년 일부 대기업집단의 지배력 확장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개정된 공정거래법에서 지주회사 설립금지, 대규모 기업집단 지정, 출자총액제한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당시 상위 10개 기업집단이 전체 제조업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77년 21.2%에서 1982년 30.2%로 상승했다는 것을 규제 도입의 근거로 삼았다.

한경연은 “대기업집단의 매출이 국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인 ‘매출집중도’가 최근 들어 점차 줄고 있어 경제력집중 규제의 근거가 미약하다”고 강조했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대기업집단 21곳을 대상으로 수출과 내수를 포함한 매출이 국가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분석했다.

우선 기존의 연구방식에 따라 21개 대기업집단(비금융업)의 매출(해외 매출(수출포함)+국내 매출)이 국가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매출집중도’를 분석했다. 분석한 결과 2013년 33%, 2014년 31.4%를 기록한 매출집중도는 2015년 29.6%, 2016년 28.3%로 하락했다.

상위 10대 그룹은 2013년 28%에서 2016년 24.3%로, 같은 기간 상위 4대 그룹 역시 19.7%에서 17%로 하락했다. 특히 한경연은 “해외 매출과 내수매출을 구분하지 않는 기존 매출집중도 계산 방식은 대기업집단의 내수시장 영향력을 과대 계상하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삼성전자 매출의 89.9%, LG전자 매출의 73.6%가 해외 매출”이라고 한경연은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경연은 국내시장에서 대기업집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해외 매출을 제외한 국내시장에서 발생한 매출만을 별도로 구분해 계산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매출을 제외하고 국내 시장에서 발생한 매출만을 별도로 구분해 계산할 경우 21개 대기업집단의 매출집중도는 2016년 기준 20.3%로 해외 매출(수출포함)도 포함해 계산한 비중 28.3%에 비해 8%포인트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을 기준으로 보아도 2016년 16.4%로 기존 매출비중 보다 7.9%p 낮고, 4대 그룹 기준으로도 2016년 기준 17.0%에서 10.2%로 6.8%p 낮아진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일본 등 다른 국가들은 시장경쟁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사후규제만을 하고 있다.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대기업집단 규제가 있었으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 2002년 독점규제법을 개정해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했다.

유환익 한경연 혁신성장실장은 “우리나라처럼 수출의존도가 높은 개방경제 하에서 경제력 집중 억제규제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일본이 1인당 GDP가 3만 3000달러(실질구매력 기준)이던 2002년 경제력집중 억제규제를 폐지한 것처럼 우리나라도 재검토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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