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러스라인> 출연 배우들이 함께 춤을 추고 있다. (사진제공: 나인컬쳐)

17색(色) 화음, 살짝 아쉽다… 관객 몰입 부족

[천지일보=김지윤 기자] 코러스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모여 조화를 이뤄야 한다. 한 개인이 개성을 표현한답시고 튀기 시작하면 코러스는 불협화음으로 변질된다. 우리나라에서 상연되고 있는 <코러스라인>은 불협화음까지는 아니지만 조화를 이뤘다고 말하기에는 2%가 부족하다.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이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작품, <코러스라인>이라 국내 공연을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곳곳에서 부자연스러운 이음새가 보였다.

코러스 단원을 모집하는 오디션 장소에서 17명의 후보자들이 각자 자신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들고 나오지만 개인과 개인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구성이 약하다는 게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한마디로 배우들의 개인 역량은 뛰어나지만 전체 내용 구성력은 약하다는 것.

코러스라인의 안무가인 잭의 예전 연인, 캐시만 봐도 그렇다. 오랫동안 뮤지컬계 스타였던 캐시가 무일푼으로 코러스라인에 돌아왔다. 사실 이 정도 설정만 보더라도 그 둘의 관계에 물음표가 생긴다.

물론 극에서 모든 정보를 흘릴 필요는 없지만, 극의 끝에 가서 이 둘의 진행 상황 등을 알 수 없다. 게다가 오랜만에 코러스를 시작한 캐시가 지적을 많이 받지만 코러스라인에 최종합격했다. 여기서 한 가지 의구심이 든다. 잭의 말대로 후보자 중 캐시의 춤 솜씨가 돋보였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아직도 버리지 못한 미련 때문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는다. 두 가지 이유라고 해도 내용을 이끌어 가는 데 어색하다.

그 둘의 이야기가 나오는 듯하지만 실제로 ‘예전에 그랬겠구나’라는 억지스런 암시적 대화만 오갈 뿐 관객들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만 그런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그렇다. 이는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히지 않을까.

사실 전체적으로 17명의 이야기를 2시간에 담으려다 보니 배우들도 관객들도 벅차고 툭툭 끊어짐을 느낄 수 있을 테다. 이 부분을 충분히 고려·염려하고 극을 봤지만, 아쉽다.

일을 원하는 후보자들. 그들이 코러스 단원으로 살아가는 데는 각자 사연이 있다. 처자식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단순히 자신이 하는 일이 좋아서 등 다양한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가 17화음으로 조화를 이룬다면 더할 나위 없이 멋진 공연이 될 것이다.

스타를 비추기 위해 존재하는 코러스. 무대에서는 배경으로 묻히지만 각자 삶에서 주인공은 바로 그들 자신이다. 이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가 토막으로 잘려지지 않고 감동을 선사할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난다면 원작의 명성을 그대로 가져올 수 있지 않을까.

<코러스라인>은 8월 22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아티움에서 상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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