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 14일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에서 권종택 보림출판사 대표가 10m 길이의 아트 팝업책 ‘나비부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지난 14일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에서 권종택 보림출판사 대표가 10m 길이의 아트 팝업책 ‘나비부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권종택 보림출판사 대표
보림, 40년간 그림책 시장 견인
시대 발맞춰 끊임없이 진화해
레이저커팅·증강현실 기법 등
기술과 접목한 마법같은 그림책

 

우리나라 그림책 역사 약 30년
세계서 인정 받는 ‘그림책 강국’
그림책의 예술성 인식위해 노력
독립된 장르로 자리매김 되길

‘와~’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감탄을 연발했다. 레이저커팅 기법으로 종이 한 장 한 장 섬세하고 정교하게 오려 만든 ‘레베카의 작은 극장’,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해 한 폭의 예술작품을 연상케 하는 ‘나무들의 밤’, 10m 길이의 아트 팝업책 ‘나비부인’,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그림책을 비추면 디지털 이미지가 나타나 움직이는 증강현실(AR) 그림책 ‘아기 올빼미’까지 그림책의 무한한 진화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림책이라고 하기보다 예술작품이라 칭해야 할 정도다.

지난 14일 서울 상수동의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에서 40년간 우리나라 그림책 시장을 이끌어 온 보림출판사(보림) 권종택 대표를 만났다. 보림은 출판물의 90%가 그림책인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그림책 전문 출판사다. 보림은 지난 40년간의 노하우와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그림책 진화에 힘쓰고 있다.

― 보림이 운영하는 그림책 카페 ‘노란우산’은 어떤 곳인가.

그림책 알리기 운동의 일환으로 만든 그림책 카페다. 사람들에게 다양한 형태의 그림책을 소개해 주고 싶어서 2년 전 홍익대학교 부근에 문을 열었다. 사람들이 그림책이라고 하면 단순히 ‘Children Book(아이들이 읽는 책)’이라고만 알고 있는데, 그림책은 ‘Picture Book(그림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 또 서점을 통한 그림책 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그림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면서,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그림책 역사가 얼마나 발전해 왔는지 눈으로 확인시켜 주기 위해 만들었다.

― 들어서자 마자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보는 것’이란 문구가 눈에 띈다.

그림책은 적어도 평생 3번은 접하게 된다. 어릴 적 엄마가 그림책을 읽어줄 때, 부모가 돼 아이에게 그림책을 읽어줄 때, 마지막으로 나이가 들어 나 자신을 위한 그림책 선택할 때 등이다. 즉 그림책은 아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책이다. 그런 그림책 본래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똑같은 영화도 언제 보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바가 달라지듯, 그림책 또한 어떤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갖고 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 그림책과 동화책의 차이가 있나.

그림책과 동화책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 전 세계적으로 그림책 역사가 150년 정도 됐고, 우리나라 그림책 역사가 약 30년이다. 초창기에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고, 그 내용에 그림이 뒷받침되는 동화책이 주를 이뤘다. 보림은 동화책에서 그림책으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주저하지 않고 있다. 레이저커팅, 증강현실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거나, ‘아트(예술)’와 ‘액티비티(행위, 놀이)’를 합친 말인 ‘아티비티’ 시리즈 등을 선보이며 끊임없이 도전하고 있다.

― 변화에 대한 뚝심 있는 도전으로 지난해 볼로냐 아동도서전에서 ‘올해 최고의 아동출판사’ 상을 받았다. 어떤 평가를 받았는가.

보림이 40년 동안 예술성 있고 수준 높은 그림책으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기쁨과 영감을 선사했다는 평을 받았다. 내가 추구했던 것과 일치해 이 상이 더 뜻 깊게 다가왔다.

― 40년간 그림책 시장을 이끌어 오면서 느낀 우리나라 그림책의 현 주소는.

우리나라는 그림책 역사가 30년 밖에 안됐지만 ‘그림책 강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작품성을 인정받아 ‘브라티슬라바 일러스트레이션 비엔날레(BIB)’ ‘볼로냐 아동도서전 라가치 상’ 등 해외 도서전에서 꾸준히 수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11년 BIB에서 ‘어느날’ ‘달려 토토’가 그랑프리상과 황금사과상을 동시에 받았다. 또 우리나라 그림책은 외국에 저작권 수출을 하고 있고, 외국에서 명작으로 인정받은 그림책도 우리나라에 다 들어와 있다. 우리나라 그림책 수준은 상당히 높다.

―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국내에선 그 가치를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책을 접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그림책에 대한 인식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안타깝다. 현재 그림책이 독립적인 장르로 분리돼 있지 않고 아동도서 안에 들어가 있는 실정이다. 이에 그림책 협회를 만들어 그림책이 하나의 예술장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운동을 벌이고 있다. 또한 그림책이 교육이나 학습 도구로써의 비중이 낮아지길 바란다. 그림책을 정보전달과 학습 등 단순히 실용적인 목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길 바란다. 그림책은 아이들의 내면을 성장시켜주는 교양서이자 예술서다. 보림은 그림책의 본래 가치를 찾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독자들도 이에 응답해 줄 수 있길 기대한다.

― 보림의 향후 계획은.

독자들은 항상 새로운 작품을 열망한다. 보림은 이런 독자들의 열망을 외면하지 않고 좋은 그림책을 많이 만들어서 내가 그림책을 통해 느낀 즐거움과 감동을 나누어 주고 싶다.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스토리와 철학이 담긴 팝업북 ‘나무 늘보가 사는 숲에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스토리와 철학이 담긴 팝업북 ‘나무 늘보가 사는 숲에서’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레이저커팅 기법으로 만든 ‘리틀 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레이저커팅 기법으로 만든 ‘리틀 맨’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증강현실(AR) 그림책 ‘아기 올빼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천지일보=박선아 기자] 증강현실(AR) 그림책 ‘아기 올빼미’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1

 

천지일보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저작권자 © 천지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