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문재인 대통령 개헌안 발표를 앞두고 정가는 난타전이다. 문 대통령과 여당은 연일 개헌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밀어붙이고 있고, 야당의 반대 또한 거의 전면전 수준이다.

특이한 현상은 더불어민주당과 공조해 오던 민주평화당과 정의당마저 자유한국당과 뜻을 같이하며 대통령 개헌안을 반대하고 나섰다. 뿐만이 아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원로격이며 노무현 정부 때 비서실장을 지냈던 문희상 의원과 정무수석을 지냈던 유인태 의원도 “개헌안 발표까지는 가지 말아야 한다”는 조언을 했으나 청와대는 일거에 거절했다. 오히려 문 대통령은 “개헌 논의 시간이 충분했는데 국회는 시간만 보냈다. 나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겠다. 지난 대선 때 각 정당과 후보들이 이번 지방선거 때 동시투표를 하기로 약속하지 않았느냐”며 개헌 강행 의지를 더욱더 강화하고 나섰다.

물론 대통령은 대통령 개헌안을 발의할 권한은 있다. 또 국회도 있다. 대통령이 발의한다 해도 국회재적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국민투표에 붙일 수 있다. 이 같은 규정이 말하는 것은 국회와의 소통이 절대적으로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법으로까지 정해 놓은 것이다. 즉, 정치 내지 지도자의 덕목은 ‘소통과 협치’라는 얘기다.

그러면 문 대통령은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왜 개헌안을 밀어붙이려는 것인가. 이는 현재 국정지지도를 의식하면서, 야당은 사사건건 반대만 하며 약속을 지키지 않는 구태 적폐 세력으로 몰아 두 가지 국민으로 분리해 지지 세력을 더욱더 확대시키며, 나아가 정국 주도권을 확실히 잡겠다는 정치적 계산에서다. 또 그 여세를 몰아 지방선거의 압승은 물론 국정 전반에 가공할만한 힘으로 남북문제 등 모든 분야에 있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겠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다.

물론 힘 있는 국정 운영이 돼야 한다는 데는 반대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한가지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대한민국은 대의민주주의 국가다. 대의민주주의 근간인 국회기능마저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심지어 파괴하려는 정부의 의도는 분명 막아야 한다. 독단과 독재로 남북문제를 비롯한 주요사안을 획일적이며 일방적으로 독주하겠다는 무서운 음모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여당은 거수기에 불과하고 야당은 구태와 적폐라는 프레임에 가둬놓는다면 그야말로 국회는 식물국회가 되고 말 것이며, 독단과 독재로 가는 첩경이 된다.

대통령 개헌안에는 많은 독소조항이 도사리고 있다. 그중 하나를 짚어보자. 대통령 개헌안에는 ‘국민소환제’가 있다. 이 국민소환제는 국민파면이라고도 한다. 선거로 선출됐다 할지라도 유권자들이 부적격자로 판단되면 파면시킬 수 있는 제도를 말한다. 오늘날 부패한 정가를 보면서 국민들은 합당한 제도라 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 생각해선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이 역시 대의민주주의라는 체제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다음 선거에서 낙선시키면 되고, 죄를 지으면 법의 심판을 받게 하면 된다. 이러한 현실 제도를 무시하고 끌어내리려고만 한다면 정치 불안정이 초래되며 대의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린다. 국회의원의 소신은 사라지고 국민들의 눈치만 보게 돼 결국 인기영합주의 즉, 포퓰리즘 문화가 팽배해져 나라는 부패의 길로 접어들 것은 불 보듯 훤하다.

또 대통령의 임기를 ‘4년 연임’과 ‘4년 중임’을 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다. 연임은 현 대통령이 다음 선거에 이기면 또 한 번 할 수 있으나 더 이상은 못하는 제도를 말하며, 중임은 대통령을 하다가 한 번 쉬고 차차기 대선에 또 출마가 가능한 제도며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이 이에 해당된다. 대신 이 중임제는 3선 내지 재선 이상 금지라는 단서가 필요하다. 문제는 이번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는 초안에서 연임제를 제안했으나 문 대통령은 2022년 지방선거와 대선을 동시에 치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 중임제를 주장했다. 중임과 연임의 혼선이 주는 무게는 크다. 개헌은 밥과 국수를 놓고 어느 것을 먹을 거냐를 결정하는 게 아니다. 나라의 백년대계를 결정하는 중대사다. 따라서 심사숙고 하지 않고 즉흥적이며 당리당략적으로 임하지 않았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개헌안 발표를 놓고 약속을 강조했다. 개헌은 빨리 해치울 사안이 아니다. 차라리 약속을 어기더라도 건강하고 건전한 국민들은 신중하게 접근하길 오히려 바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들, 특히 약자와 소외계층들과의 약속인 국민신문고제도 즉, 청원제를 놓고 한 약속이야말로 지켜야 한다. 이 약속은 여부에 따라 탄핵의 소지가 충분히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매사를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면 안된다.

지도자는 국민을 이간하고 분리시켜 내 편만을 만들려 해선 안된다. 국민 총화를 이끌어내는 지도자와 정치가 필요하다. 지금 이 나라는 꼼수로 자기편을 만들려는 정치꾼은 많지만 참된 지도자 즉, 정치가는 없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진실이 아닌 한순간의 인기와 지지는 왔다가 사라지는 물거품과 같이 허무한 것이다. 나라와 국민과 미래를 생각지 않고, 눈앞의 것만 보다가 줄줄이 감옥으로 가는 정치꾼들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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