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지방선거 출마 예정자 중에서 군(郡)지역의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예비후보자 등록을 남겨둔 가운데, 전국 지방정가에서는 기초의원 선거구획정을 두고 떠들썩하다. 광역의회가 기초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획정안 원안을 대폭 수정한 수정안을 통과시키기 때문이다. 기초의원선거구획정위에서는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민의를 대폭 수렴한다는 뜻에서 4인선거구를 대폭 증설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도의회일수록 기득권을 보호하느라 민의와 거꾸로 가고 있는 현실이 됐다.

한국당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경남도의회가 대표적이다. 경남도 선거구획정위에서는 2인 38개, 3인 32개, 4인 14개 지역 등 총 84개 기초의원선거구획정안을 확정해 경남도의회에 제출했지만 도의회에서는 4인 선거구를 10곳이나 줄이는 대신 2인 선거구를 대폭 늘인 96개 선거구(2인 64개, 3인 28개, 4인 4개)로 수정해 통과시킨 것이다. 한국당이 경남지역에서 한국당 후보자 외에 타당의 도의회 진출을 막아보자는 것 밖에 달리 해석되지 않는 대목이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에서 선거구제도는 국회의원과 광역의원은 한 개 선거구에서 1명씩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반해 기초의원 지역구만큼은 한 개 선거구에서 2~4명을 뽑는 중선거구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를 대변하는 지방정치인을 양성하는 동시에 주민들이 폭넓게 입후보자를 선택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정당과 광역의원들이 주민과 지역사회단체의 목소리가 담긴 기초의원선거구획정의의 결정을 외면하고 있으니 문제가 크다. 군소정당과 지역사회단체가 나서서 “광역의회에서 ‘획정안’을 무시하고 마음대로 수정한다면, 지역의 명망 있는 인사로 구성된 ‘획정위’의 활동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말은 일리가 있다.

지방정치를 장악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현실이다. 이제 우리나라의 지방정치가 정당이나 중앙정치에 예속되기보다는 자율권의 바탕 위에서 지역주민들의 요구에 부응하는 민의의 자치권이 강화돼야 한다. 우선적인 일은 광역의회에 부여한 기초의원 선거구획정권한을 없애고, 기초의회가 자체 권한으로 하거나, 공정성을 기할 수 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부여하는 방법으로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언제까지 되풀이되는 잘못을 두고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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