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0일 의정부시민이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성화봉송이 열린 가운데 박길순 회장이 부대찌개거리에서 성화봉송 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박길순 회장이 부대찌개거리에서 지난 1월 20일 의정부시의원과 시민이 평창올림픽 성공을 기원하는 성화봉송이 열린 가운데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60년 전통 의정부부대찌개로 역사 이어갈 것”

[천지일보 의정부=이성애 기자] 의정부하면 부대찌개가 생각난다. 의정부부대찌개는 1960년대 미군부대가 주둔하면서 생겨났다. 1990년대에 들면서 외식시장의 폭발로 ‘타운’이 형성된 의정부부대찌개 “60년 전통 의정부부대찌개로 역사 이어갈 것”이라는 박길순(65)명품화협회장을 지난 15일 그가 운영하는 부대찌개에서 만났다.

“‘부대찌개’란 단순한 찌개가 아니라 의정부인의 삶과 애환이 묻어 있다”고 말하는 박길순회장, 의정부부대찌개는 음식문화를 만들어 낸 ‘추억이 있는 음식’이라고 애찬한다. 그의 특별한 부대찌개 이야기는 그 옛날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기도 의정부는 한국전쟁 이후 ‘미군의 도시’가 되었다. 부대찌개는 식량이 부족했던 격동의 그 세월에 만들어진 음식이다. “1960년대 미군부대에서 들고 나온 소시지를 불판에서 구워 먹다 국물에 김치를 넣어 만들어 먹게 된 것이 찌개로 변화된 것”이라며 “부대찌개의 역사를 만들게 된 분이 5년 전 돌아가신 허기숙 할머니”라고 회고한다.

의정부 부대찌개 창시자 박길순 할머니 사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3
의정부 부대찌개 창시자 박길순 할머니 사진.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4.23

“한때는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음식을 모아서 한데 넣고 끓인 죽이 서울 사람의 최고의 영양식이던 때가 있었다”며 “이제는 추억뿐 요즘은 꿀꿀이죽은 찾아볼 수가 없으며 부대찌개는 돈 있는 사람이 먹던 소시지가 들어 있는 고급음식이었다”고 박 회장은 말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부대찌개 집도 늘어나고 더욱 양질의 음식으로 경쟁하기 시작했다.

당시 생겨난 집들이 오늘날 유명 맛집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의정부부대찌개 타운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이곳에서 30년 동안 맛 집을 운영하면서 의정부부대찌개 명품화협회 2대 회장으로 6년간 활발한 활동 중인 그는 회장으로서 무엇보다도 좋은 재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젓갈이 안 들어간 2년 숙성된 김치가 부대찌개의 맛을 내며 깊은 맛을 내는 육수는 명품을 만드는 또 하나의 비결이라고 한다. 민찌(소고기를 갈아서 넣는 것)도 철저한 위생과정을 거쳐 명품 부대찌개를 만드는 데 큰 공헌을 한 재료 중 하나다. 미국 소시지를 고집하는 이유도 옛날 맛을 살리기 위함이라고 한다.

매년 10월 부대찌개 축제에는 “의정부에 306 보충대가 있을 때 화요일에 군대 가는 군인들에게 할인행사를 하게 된 것이 계기가 돼 축제 때마다 할인행사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부대찌개 타운에서는 전국의 미식가들에게 부대찌개를 택배로 배송하기도 하고, 음식을 먹은 손님들이 가족들 생각에 포장해 가기도 한다.

31일 오후 2017년 정유년 마지막 날을 맛집에서 보내기 위해 3대가 함께 경기도 의정부시 부대찌개거리를 찾았다. 딸, 손주와 함께 식사를 마치고 나온 최근섭(58, 울산)씨는 “일산에 사는 딸네 왔다가 사위가 맛집 1호인 이곳을 소개해 오게 됐다”며 “내년에는 가족들이 건강하고 아파트에도 입주했으면 한다”고 소망을 전하며 밝게 웃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2017년 정유년 마지막 날을 맛집에서 보내기 위해 3대가 함께 경기도 의정부시 부대찌개거리를 찾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천지일보(뉴스천지) 2018.3.20

2014년에 의정부 부대찌개 거리가 경기도 내에서 착한 거리로 지정되면서 올해 13회째 축제가 올가을 개최될 예정이다. 개막식에 앞서 퓨전요리인 의정부부대찌개는 13개 음식점이 동참해 외국인, 학생들 그리고 한 가족 단위로 부대찌개 300인분 만들기 퍼포먼스가 열리기도 한다.

10년째 봉사활동으로 맛집 전체가 협찬을 해 소록도 주민에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이 났을 때도 팽목항 유족 1000여명에게 부대찌개를 제공했다. 그리고 관광객들을 위해 1년 365일 연중무휴다. 하루도 쉴 수 없는 피곤한 일이지만 요즘은 퇴직한 남편의 외조로 많이 수월해 졌다고 말한다.

부대찌개거리를 홍보하기 위해 2018년 1월 20일 평창올림픽 성화 봉송까지 나서게 됐다. “더 이상 ‘미군부대에서 나온 고기로 끓인 찌개’가 아닌 새로운 맛집으로 재탄생해 의정부부대찌개를 다시 찾고 싶은 곳으로 인정받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5000여명의 내·외국 미식가들이 의정부부대찌개를 찾는다”며 “주차장문제와 전선을 지중화로 해 깨끗한 거리 만들기, 오수처리문제 등 개선해야 할 일이 산적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의 짜장면 거리처럼 추억의 거리, 역사의 거리로 만들고자 의정부부대찌개를 최초로 만들어 낸 허기숙 할머니의 동상을 만들어 원조의정부부대찌개 타운의 명맥을 꾸준히 이어 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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