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18일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4연임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출처: 뉴시스)
17일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18일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로 4연임에 성공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출처: 뉴시스)

[천지일보=이솜 기자] 중국과 러시아에 독재정치가 부활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두 지도자 모두 투표를 통해 선출됐으나 투표함을 열지 않아도 모두가 결과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 압도적인 결과로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또’ 당선될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연합뉴스는 18일 개헌을 통해 장기집권의 문을 연 시 주석이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만장일치로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에 재선출되며 절대 권력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작년 10월 제19차 당 대회에서 당총서기에 재선출된 바 있는 시 주석은 당총서기·국가주석·당중앙군사위 주석이라는 3위일체를 통한 권력을 쥐게 됐다.

또한 당·정·군의 지도부를 친위세력으로 갖추면서 권력 기반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먼저 왕치산을 국가 부주석으로 복귀시켰다. 중국 최고지도부 내부의 인사 규칙이었던 7상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규정으로 물러났던 왕치산 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는 17일 전인대 선거에서 국가 부주석으로 당선됐다. 찬성 2696표에 반대 1표로 찬성률 99.99%였다.

시 주석이 공산당의 내규를 파괴하면서까지 기용한 왕치산은 시 주석 집권 1기에 중앙기율위 서기로 ‘반부패 사정작업’을 주도하면서 시 주석 정적 제거에 큰 공을 세웠다. 시 주석의 절대 권력을 만든 핵심 인사가 돌아오면서, 중국 내 2인자로 자리 잡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무늬만 2인자’로 불리는 리커창은 18일 6차 전체 회의에서 표결을 얻어 총리 연임에 성공했으나 권한은 대폭 줄어들었다. 시 주석이 경제 분야까지 챙기고 있는데다 시 주석의 경제 브레인인 류허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에게 관할권을 대부분 넘겨주면서 경제를 전담하는 리 총리의 위상은 추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시 주석의 ‘두뇌’로 통하는 리잔수 중앙판공청 주임은 예상대로 전인대 상무윈장으로 선출됐으며 왕양 상무위원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으로 뽑혔다. 양사오두는 국가감찰위원회 주임으로, 자오러지는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선출되면서 시 주석의 정적 제거에 앞장서 장기 집권의 선봉장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에선 푸틴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 도전에 나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4연임에 성공했다.

이날 러시아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푸틴 대통령이 90.02% 개표 결과 76.41%의 지지를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0년 첫 당선된 푸틴 대통령은 2024년까지 집권이 확정되면서 러시아 현대사에서 이오시프 스탈린(1922~53년) 이후 두 번째 장기 집권자가 됐다.

푸틴 대통령의 장기집권의 동력을 제공한 무기는 ‘강한 러시아’다. 냉전 시대 미국과 대등한 위치로 강대국의 영광을 되찾자는 데 러시아 국민들이 열광한 것이다. 러시아인들의 74%는 옛 소련 붕괴를 아쉬워한다는 여론 조사 결과도 있다.

다만 중국의 경우 개헌을 통해 시 주석의 임기인 2023년 이후에도 종신집권이 가능하지만 러시아는 연임의 경우 2번 제한이 있어 푸틴 제국을 유지할 법적 기반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집권 4기를 마친 푸틴이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후계자에게 대통령직을 물려줄 가능성 등이 거론된다. 또한 시 주석과 같이 연임불가 헌법조문을 개정하거나 다른 종류의 직위에서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30년 대선 출마 가능성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내가 100살까지도 이 자리에 앉아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며 부인했으나 전문가들은 6년 임기 후 푸틴 대통령이 권좌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푸틴은 2008년 헌법의 3연임 금지 조항에 밀려 총리로 물러났으나 드미트리 메드베데트 대통령을 내세워 영향력을 행사하다가 6년 후 다시 대통령직에 복귀한 바 있다.

이같이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권위주의에 힘이 실리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뉴시스에 따르면 노르웨이의 사회정치학자 스타인 린젠 옥스포드대학 명예교수는 18일(현지시간) 시사잡지 ‘해밀튼 스펙테이터’ 기고글에서 “국제 질서의 힘이 중국, 러시아 같은 공격적인 권위주의 국가로 실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린젠 교수는 자유 세계의 리더가 부재한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권위주의자의 면모를 과시하며,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에 맞서기는 커녕 이들을 칭송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유럽연합(EU) 역시 영국의 EU 탈퇴와 포퓰리즘으로 불안한 민주주의의 연합체가 돼 버렸다며 “폴란드, 헝가리, 체코 같은 아직 민주주의 기틀이 부족한 중부 유럽 국가들마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1당 독재를 강화하는 등 자유보다는 권위주의에 빠져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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