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일보(뉴스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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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희 건축가
봄은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오는 것이지만 따뜻함으로 기억된 계절이기 때문에 더욱 기대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보는 세상은 항상 반복적이지만 이번 봄에는 색다른 희망이라도 보일는지 잔뜩 기대해 본다. 

현실은 현실이다. 아무리 기대해도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그래서 재미없는 구석이 모두 현실이 되기도 한다. 푸른하늘은 네모의 꿈이라는 곡에서 네모로 가득한 세상을 둥글게 살자고 노래한다. 그래서 모서리가 둥근 폰이 나왔나 짐작해 본다. 연말에 나온 둥근 모서리의 휴대폰은 거창한 선전과 함께 등장했다. 둥근 것이 각진 세상에 대한 또 다른 돌파구가 된다고 본 것이겠다. 

휴대폰은 대부분을 손놀림의 편의성을 고려해서 세로로 길게 생겨있다. 전화기 기능 외의 많은 기능들은 화면에 최적화돼 있어서 세로로 사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짜여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휴대폰을 놓지 않고 껴안고 사는 이유는 세로로 된 형태에 있는 것은 혹시 아닌지 엉뚱한 생각도 해 본다. 휴대폰이 나오기 전의 물건들은 대부분은 직사각형에 가로로 긴 형태들이다. 특히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모니터가 그러하다. 왜냐하면 가로로 길면 마음이 편하고 오래 봐도 지루하지 않기 때문인 이유도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휴대폰은 세로로 길게 만들어졌음에도 가장 인기 좋은 애착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용한다. 

이미 사회는 포화상태다. 약간의 노력만 들이면 대부분에 접근이 가능하고 가질 수 있는 시대다. 해외여행도 계획만 잘 세우면 그렇게 어렵지 않게 다녀올 수 있다. 

너무나 편한 세상이라서 오히려 자신만의 세상이 사라지는 느낌마저 든다. 휴대폰은 세로의 화면에 편리하고 독립적인 아이콘 배치를 통해 접근이 가능하다. 응시와 조작을 통해 만족감마저 느끼게 한다. 이러한 현상이 가로 세상에 대한 세로 세상의 동경은 아닌지 문득 생각했다. 

오늘도 세로 세상에 빠진 많은 사람들을 위한 세로 그림을 그리며 세로 세상에 대한 엉뚱한 희망을 가져보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로 세상에서는 자신의 생각을 세우는 것이 힘들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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